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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시골살이/별서(別墅)에서 - 시골살이174

별서(別墅)에서 111 - 이틀 연속 전쟁을 하더라고요 처음 보았을 땐 저게 뭐지 했어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고 나서는 깜짝 놀랐네요. 개미들끼리 전쟁이 벌어진 거예요. 곤충들 다툼에 인간이 끼어드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보기만 했네요. 녀석들 입장에선 세계 대전이었겠지요. 전사자들 시신이 즐비하게 깔렸네요. 전쟁은 이틀간이나 지속되었는데 누가 승리하고 패배했는지 알 길이 없네요. "그것 참! 말로 하지 왜 싸우는겨?" 어리 버리 2023. 9. 18.
별서(別墅)에서 110 - 야외용 테이블을 혼자서 옮겨보았더니 되더라고요 데크에서 마당을 보았을 때 왼쪽 시멘트 바닥 위에 놓여있는 야외용 테이블을 낮은 담장 바깥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이 사진은 지난 6월 초순에 찍은 것인데 그때만 해도 꽃밭에는 꽃들이 거의 자라지 않고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야외 테이블 위치 선정이 잘못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여름 내내 별로 활용하질 못했어요. 그래서 옮겨가기로 한 것이죠. 장갑을 널어놓은 낮은 울타리 바깥으로 말이죠. 문제는 저걸 혼자 힘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약 한 달 전에 가까스로 옮겼는데 혼자 하려니 작업이 만만치 않았어요. 요모조모 궁리하다가 손수레를 잘 활용하면 되겠더라고요. 마침내 옮겨가는 데 성공했어요. 대신 고생을 제법 했어요. 원래 있던 자리에는 그 보다가 작은 파라솔을 꽂아두기로 했어.. 2023. 9. 14.
별서(別墅)에서 109 - 새 화단을 만들어 두긴 했었는데... 일 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작은 텃밭 가꾸기이지만 농사일을 해서 그럴까요? 일 하고 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갑니다. 야외용 탁자를 옮기기로 했어요. 담장 바깥으로 말이죠. 한 2주일 전만 해도 봉선화가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많이 시들어버렸네요. 금잔화는 거름기 없는 곳에서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자랐어요. 나팔꽃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내년에는 백일홍을 더 많이 심어볼 생각입니다. 이란의 이스파한 호텔에서 만났던 백일홍 꽃밭을 잊을 수가 없네요. 담장 바깥에다가 작은 화단을 만들어두었어요. 두 달 전에 만들어두긴 했는데 꽃을 심진 않었어요. 내년에는 여기에 봉숭아를 심을 생각이에요. 담장 밖에는 봉숭아, 안에는 올해처럼 백일홍을 심어볼까 해요. 올해 경험해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은.. 2023. 9. 13.
별서(別墅)에서 108 - 퇴근하며 멀리서 바라 본 경주 시가지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면 멀리서 반짝이는 시가지 불빛을 보기도 해요.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강물도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어요. 지난 비로 인해 저수지에도 황토물이 유입되면서 탁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가라앉아서 원래의 물색을 찾아가네요. 형산강 바닥은 거의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요. 형산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지류들 가운데 남천(=문천)만은 모래바닥이고요. 저수지 가에 풀빌라가 한 채 들어서는 것 같네요. 모래강이 흐르던 내성천 상류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네요. 멀리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지붕이 보이네요. 이쪽으로 마련한 별서로 출입한 지 이제 거의 일 년이 되어갑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것 같네요. 이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하면 다시 일 년이 완전히 지나가는 것이겠지요. 다음에 봐요. 어리 버리 2023. 9. 9.
별서(別墅)에서 107 - 오이도 나팔꽃도 정리했어요 나팔꽃을 줄타기시킬 수 있을까 싶어서 실험을 해보았어요. 그래서 시도해 보았지요. 되긴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만큼 유인하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꽃이 진 뒤 떨어지니 바닥이 지저분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정리를 하기로 했어요. 앞에 보이는 덩굴 식물용 터널에 나팔꽃을 키워서 올리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나팔꽃이 새벽에 핀다는 사실 정도는 알지요? 꽃이 크게 피기로 소문난 종자를 구해와서 길렀는데 일단은 성공이었어요. 하지만 정리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잘라버리고 아래쪽 대궁만 조금 남겨둔 거지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오이 넝쿨도 정리하기로 했어요. 지지대를 해체하고 나서.... 줄기를 뽑아서 전지가위로 잘라 거름더미에 버렸어요. "그동안 고마웠어. 한편으론 정말 미안해." 어리 버리 2023. 9. 8.
별서(別墅)에서 106 - 청개구리도 함께 살아요 별서에는 청개구리도 어디엔가 숨어 살아요. 풀을 베려고 작은 낫을 꺼냈는데 녀석이 뛰어오른 거예요. 물론 사람 겁을 낼 녀석이 아니지요. 얼마나 순한지 만져도 돼요. 피부도 아주 맨드라워서 감촉도 좋더라고요. https://yessir.tistory.com/15865916 얼간이 되어가기 천둥벌거숭이로 함부로 나대던 날들이 그리워졌어. -이젠 우습기 그지 없어졌지만- 바늘 끝만큼 좁은 웅덩이 바닥에 붙어 살면서도 밖으로 흘러나가는 물길이 있는지조차 찾을 줄 몰랐어. -이제 yessir.tistory.com 거의 15년 전에 만난 청개구리예요. 사람에게는 한 계단이지만 이 녀석에게는 얼마나 거대하게 느껴지는 벽이겠어요? 올 가을도 잘 보내고 살아남아야 할 텐데 말이죠. "앞으로는 낫 위에 올라오면 안 되는.. 2023. 9. 7.
별서(別墅)에서 105 - 틀밭 일부를 정리하고 가을 농사를 준비했어요 가을 농사를 위해 텃밭의 일부 틀밭을 정리해야만 했어요. 텃밭과 틀밭이라는 용어를 헷갈리면 제 글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집 가까운 마당 한구석이나 건물 앞이나 뒤 혹은 옆에 만든 작은 식물 재배용 밭을 텃밭이라 한다면.... 틀밭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나 벽돌로 틀을 만들어 식물을 재배하는 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식물을 재배하는 이런 스타일의 밭을 '쿠바식 틀밭'이라고 부른대요. 카리브해에 있는 쿠바라는 나라 알지요? 철 지난 작물들은 다 뽑아내고 삽으로 갈아엎은 뒤, 흙을 고르고 나서 직접 만든 액체 비료를 뿌려주었어요. 뿌려준 뒤 며칠간은 밭에서 고약한 냄새도 조금 나더라고요. 농약과 비료 사용은 극도로 자제하고 - 사실 여기에서는 올해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 오직 .. 2023. 9. 6.
별서(別墅)에서 104 - 제비나비와 능소화 양반집에서만 기를 수 있었다던 능소화 알지? 올여름, 별서에 많은 나비들이 찾아왔다고 했잖아? 별서를 방문해 준 많은 나비들 가운데 가장 진객은 바로 이 녀석, 제비나비라고 할 수 있어. https://yessir.tistory.com/15870684 별서(別墅)에서 100 - 나비보다 더 예쁜 꽃이 있더라고요! 올해엔 봄부터 정말 행복했어요. 올해처럼 꽃과 나비를 많이 본 해도 드물지 싶거든요. 백일홍이 피어있는 작은 화단에 호랑나비가 자주 날아오더라고요. 얘들은 사람 겁을 내지 않는 것 같아요 yessir.tistory.com 저번에는 별서를 찾아온 호랑나비들을 소개해 주었었지. 제비나비도 학문적으로 자세하게 구분하면 종류가 참 많더라고. 능소화를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했어.. 2023. 9. 5.
별서(別墅)에서 103 - 사는 게 힘들지? 태풍이 지나가던 날, 낮! 데크 탁자에 찾아온 새 한 마리가 있었어. 피할 곳을 찾는 것 같더라고. 녀석이 너무 안쓰러워서 방 안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어. 말이 통하는 존재 같으면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할 텐데... 그렇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녀석은 결국 다른 곳 탁자 밑에 가서 제법 오래 앉아있더라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었어. 어떻게 도울까 하고 궁리했지만 무슨 수가 있겠어. 녀석이 놀라지 않도록 가만히 있어주어야지 뭐. 빗방울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었는데... 어리 버리 2023. 9. 1.
별서(別墅)에서 102 - 직접 길러 먹으니 한결 더 맛있네요 이제는 옥수수 틀밭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8월 8일, 정리작업에 나섰어요. 대궁을 잘라 낼려니 아깝더라고요. 일단 옥수수부터 다 땄어요. 그리고는 전지가위로 밑동을 잘라내었어요. 옥수수 대궁 껍질은 엄청 날카로워서 잘못하면 손베이기 딱 알맞잖아요? 껍질을 벗겨내고 옥수수수염도 제거하며 얇은 비단 같은 속껍질만 한두 겹 남겨두었어요. 수확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하던지요. 옥수수 대궁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틀밭 끝머리에 있는 거름더미에 버렸어요. 뿌리는 삽으로 떠넘겨 뽑은 후 흙을 제거하고 버렸지요. 집에 가져가서 아내에게 자랑했더니 삶아주더라고요. 그걸 다시 별서로 가져와서 먹어보았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처음으로 옥수수를 길러 그 수확물을 먹어보는 것 같아요. 맛이야 뭐 물어보나 마나지.. 2023. 8. 31.
별서(別墅)에서 101 - 농사에도 기술이 필요하더라고요! 올해 호박 농사는 대실패였어요. 덩굴은 무지무지 뻗어나가는데 당초에 열리지를 않는 거예요. 상추는 보통이었고요. 호박 농사는 실패였지만 거름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확실히 배웠어요. 옥수수는 한 대궁에 서너 개만 달린다는 것도 배웠네요. 노란 파프리카와 빨간 파프리카는 각각 두 포기씩 심었어요. 그저 보통 정도로 수확했었는데 피망과 파프리카를 아직도 잘 구별하지 못하겠어요. https://blog.naver.com/sirun/221633096841 페리헤기 오후 4시 7분에 에스테르곰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였어. 돌아갈 때도 아무 자리에 그냥 앉으면 되더라고. 나... blog.naver.com 파프리카는 헝가리에서 생산된 게 최고라고 들었어요. 헝가리에서 파프리카 먹은 이야기는 위에 소개해둔 글 .. 2023. 8. 29.
별서(別墅)에서 100 - 나비보다 더 예쁜 꽃이 있더라고요! 올해엔 봄부터 정말 행복했어요. 올해처럼 꽃과 나비를 많이 본 해도 드물지 싶거든요. 백일홍이 피어있는 작은 화단에 호랑나비가 자주 날아오더라고요. 얘들은 사람 겁을 내지 않는 것 같아요. 나비는 나비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거지요 뭐. 벌도 날아와요. 얘도 자기 좋은 대로 하고 살아요. 호랑나비도 한 마리가 아니었어요. 봉숭아도 피었어요. 매리골드도 피었고요... 박하꽃도 피었네요. 이만하면 꽃밭에 사는 거 맞지요? 맥문동도 피었어요. 별것 아닌 것처럼 그냥 단순하게 보이지만 온 천지에 꽃이 깔렸어요. 채송화도 군데군데 피었어요. 나팔꽃도 등장했네요. 어땠어요? 내년에는 꽃을 더 많이 심어야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꽃이 아무리 예뻐도 사람꽃만큼 예쁘겠어요? 어리 버리 2023. 8. 26.
별서(別墅)에서 99 - 여름이 지나가는가 봐요 뭉게구름이 마구 피어오르던 여름 기운이 이제 점점 옅어지고 있음을 느껴요. 따가운 햇살에 빨래를 말리는 즐거움이 크더군요. 별서에서 보내는 밤은 즐겁기만 해요. 사방이 고요하니 더 좋은 거예요. 별을 볼 수 있다는 건 더 큰 즐거움이고요. 벌레에 시달리는 괴로움은 안 좋은 일이긴 해도 나는 시골의 밤이 좋아요. 온갖 곤충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가득하거든요. 앞집 주인은 예술가이신데 야간작업을 하시는가 봐요. 젊었던 날 유행했던 음악을 들었어요. 시간이 너무 잘 가는 것 같아요. 별 보다가, 책 보다가, 음악 듣다가.... 새벽이 왔어요. 아침에는 온 천지에 새소리가 그득했어요. 시골살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네요. 어리 버리 2023. 8. 25.
별서(別墅)에서 98 - 후투티도 자는 밤에 추억을 떠올려 보았어요 낮에 찾아왔던 후투티도 돌아가버린 밤이에요. 보름달이 떴어요.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 거예요. 참 이상하지요? 보름달만 뜨면 그런 거 같네요. 보름달이 뜨는 동남아 해안이나 열대의 환상적인 섬에서는 풀문(Full Moon) 파티가 열린다지요. 동남아를 한 일곱 번 갔었나요? 그래도 풀문 파티를 즐기는 걸 보기 위해 현장에는 한 번도 찾아가 본 적이 없었네요. 이런 멋진 수영장이 있는 고급 빌라의 개업 후 다섯 번째 손님이 되어 극진히 대접받았던 1995년의 여름이 떠오르네요. 사무이 섬의 코코넛 비치에 있는 빌라였었는데 거기서 보름달을 만나본 거예요. 노을이 아름다웠던 그날 저녁 해변의 경치도 일품이었어요. 나는 풀문 파티 같은 그런 광란의 밤이나 야한 건 싫어했기에 조용히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어요. .. 2023. 8. 18.
별서(別墅)에서 97 - 후투티가 돌아왔어요 올해 6월, 후투티 새끼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난 첫날,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적이 있었어요. https://yessir.tistory.com/15870621 별서(別墅)에서 67 - 이소(離巢) 몇 시간만에 당한 비극 작년 가을부터 잔디밭에 와서 놀던 후투티가 올해 봄부터는 꾸준히 데크 위 지붕을 드나들었어.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https://yessir.tistory.com/15870426 후투티가 자주 놀러 yessir.tistory.com 그 이후로 후투티가 보이질 않았어요.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어미가 돌아온 거예요. 꼭 그 어미새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미새라고 믿고 싶어 졌어요. 녀석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잔디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라고요. .. 2023.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