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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516

그땐 그냥 그냥 올겨울은 12월 말경부터 지겹게 추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날이 조금 풀렸다 싶을 때는 자전거를 끌고 나가보았습니다. 티브이 엔에서 했던 강식당 앞을 지나가봅니다. 동남산 등반의 출발점이 되는 통일전 부근의 서출지에도 가보았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더 가보려다가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여기 등나무꽃을 못 본 지가 오래된 것 같습니다. 향기가 좋다고 그러던데 말입니다. 다시 시내로 돌아옵니다. 월정교가 있는 교촌마을로 가보았습니다. 신혼부부의 웨딩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나에게도 저런 날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그땐 연애를 하면 당연히 결혼해야만 하는 줄 알았으니 앞뒤를 잴 것도 없었습니다. 추위와 코로나 여파때문인지 시내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기야 젊은이들은 황리단 길에 다 모여있겠지요. 어리 버리 2021. 1. 15.
조명빨이라도 좋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야간 조명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도시에서는 야간 조명이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한 오 년 전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동궁과 월지 야간 조명이 빛을 보면서 드디어 관계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말경 북천에 걸려있는 경주교에 조명 공사를 하더군요. 이 사진을 찍은 것이 작년 12월 하순경의 일인데 그때에 조명 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지난달 12월 28일, 새벽 외출을 하며 보았던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추위에 질려 며칠 늦어버렸습니다. 아직 경주에는 시가지 중심부에 랜드마크 격인 건축물이 없습니다. 시청 앞에 15층 정도의 건물이 .. 2021. 1. 13.
자전거여행 - 형산강을 따라 운곡서원 다녀오기 3 운곡 서원 안쪽에는 반드시 찾아가 볼 만한 멋진 공간이 숨어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는 이곳에는 참한 찻집과 정자가 숨어있는 것이죠.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유연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자이고 왼쪽 건물은 찻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은행나무는 약 삼 주일 전에 방영된 주말 오락 프로그램인 1박2일에도 살짝 등장했었습니다. 나는 ㅂ교수님과 함께 유연정에 먼저 들어가 보았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들어선 것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컴퓨터를 뒤져 여기를 와보았던 기록을 살펴보았더니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유연정 속에 처음 들어온 것이지요. 경주에 40여 년 이상 살았으면서도 말입니다. 유연정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져주는 질감이나 분위기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대청에서 보면 앞쪽은.. 2021. 1. 5.
자전거여행 - 형산강을 따라 운곡서원 다녀오기 2 저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경주시와 포항시의 경계가 되는 강동이 되는 것이죠. 양동 민속마을 옆은 인동이라는 마을이고 그다음이 강동입니다. 나는 인동 마을 앞 맞은 편의 강변으로 내려선 것이죠. 아마도 이 부근에 쉼터를 만들려고 계획했던 모양입니다. 강 건너편으로 인동 마을이 보이네요. 나는 형산강에 걸린 강동대교 밑을 지나갑니다. 오금리 마을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갔습니다. 7번 국도가 아닙니다. 포항에서는 여기까지 강변을 따라오면 자전거로 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포항 연일을 거쳐 강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몇 번 확인을 해두었기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오면 이젠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오금 2리 마을 회관앞을 지나갑니다. 이 부근에서 오늘 같이 라이딩을 즐기려고 했던 ㅂ.. 2021. 1. 4.
자전거여행 - 형산강을 따라 운곡서원 다녀오기 1 형산강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발원하여 경주시를 거쳐 포항시를 둘러싸고 있는 동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길이는 약 62킬로미터 정도 된다는데 우리나라에서 동해로 흘러들어 가는 강 가운데는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강 부근에는 너른 평야지대가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주와 안강 일대의 들입니다. 포항과 경주, 그리고 울산을 잇는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면 명물 자전거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왔지만 당국에서는 그런 사실을 진작에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관광에 대해서 개뿔도 모르는 나 자신이지만 형산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진즉에 개설되어있어야 한다고 십여 년 이전부터 주장해 왔었습니다. 울산 인구 백만과 포항 인구 오십만, 그리고.. 2021. 1. 2.
잠은 잘 자고 있겠지? 너! 스퀴럴(Squirrel, 청설모) 아니잖아. 다람쥐(chipmunk 칩멍크)맞지? 청설모는 주로 나무위 가지에 집을 짓고 너는 굴을 파고 살잖아. 다람쥐! 너, 요즘 인기가 해외에서는 BTS 정도라며? 조심해야 돼. 돈독오른 인간들에게 잡히면 수출용으로 팔려간다고 그러더라. 겨울 날 수 있는 먹이를 많이 비축해두었지? 공원에서 도토리를 두고 싸가지(=싹수)없는 인간들과 경쟁하려니 많이 피곤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내년 이른 봄에 네 생명을 노리는 녀석이 저기 있네. 그저 조심해야 돼. 저 녀석은 주머니 가벼워지면 조폭 수준으로 돌변하지. 그럼 내년 봄에 보자. 어리 버리 2020. 12. 19.
잘 버텨내고 있겠지? 어제 아침에는 영하 10도 부근까지 내려갔다고 그러더라. 너는 그 지독한 추위를 잘 견뎌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벽 나들이를 자주 하는 나는 중무장을 하고 나갔었지. 청설모! 너는 겨울잠을 안 잔다며? 주로 나무 위에서 먹이활동을 한다고 알려진 놈이 바닥에서 내려와 다람쥐와 경쟁을 하더구나. 그러면 안되지. 그러니까 청설모와 다람쥐는 종류가 다른 녀석이지. 주생활 공간도 다르고 말이야. 견과류가 사라지는 새봄이 되면 배가 고파져 동면(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다람쥐를 공격하기도 한다며? 너 그러다가 걸리면 인정 사정 안 봐준다! 영어로 너를 일컫는 말이 Squirrel이지? 독일어로는 Eichhörnchen이라고 부른다며? 너! 지금 나를 호구로 알지? 사람 겁을 안 내고 슬금슬금 다가오더구나. 이번엔 너.. 2020. 12. 18.
내가 찾던 바로 그 공간 - 책방 매화 요즘은 동네 서점들이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들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고 신간을 구경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참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도저히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서 책방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나다니면서 한번씩 안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여의치 못해 들어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내부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분이 운영하시는지 알고 싶었기에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서점 이름도 독특합니다. 책방 매화! 이름 속에 벌써부터 고운 향기가 가득합니다. 안들어가 볼 수 있나요? 드디어 기회를 잡아 찾아가 보았습니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이 차린 작은 책방임이 틀림없습니다. 주인장 성품은 만나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깔끔하고 .. 2020. 11. 19.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7 힘들여가며 엑스포공원을 찾아간 것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방에 살기에 대도시만큼 멋진 문화생활을 즐길 순 없지만 이만하면 사는 보람이 있지 않겠어? 감동을 안고 천천히 돌아나오다가.... 솔거 아카이브라는 공간을 만났어. 아카이브라.... 어디서 만나본 말인데.... DAUM 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었어. 아카이브 : '아카이브'(archives)란 영어로 정부나 관공서, 기타 조직체의 공문서와 사문서를 소장·보관하는 문서국 또는 기록보관소를 의미하는 말. 요즘은 디지털 자료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느긋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어서 대충 보았어. 그런데 말이지, 왜 좋은 우리말을 놓아두고 어렵게 영어식으로 표기해야 하지? 벽에 걸린 모니터 속에 小山 선생이 등장하고 있었어. .. 2020. 11. 4.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6 압도당한다는 말 있잖아? 그 말이 생각나더라고. 다른 말로 어떻게 형용하겠어? 소문으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느낌이 확 와 닿는 거야. 정면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 살아오면서 그동안 참 많은 동서양의 작품을 봐왔어. 세계 3대 박물관 중에 두군데를 다니며 명성 자자한 걸작품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소산 선생의 작품만큼 큰 충격으로 와 닿지는 않았어. 아기자기함 속에 스며든 고결함! 힘과 생동감! 섬세함 속에 녹아든 웅혼한 기상.... 작품을 대하면서 그냥 내 머리속에 떠오른 낱말 들이었어. 이럴 수도 있구나싶었지. 전시실에 사람이 적어서 더 생생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어. 무엇처럼 보이는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중국 산동성에 있는 태산에 올라가 본 적이 있어... 2020. 11. 3.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5 小山 선생을 뵙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 솔거 미술관 안에는 다름 분들의 작품도 동시에 전시되고 있었기에 차례를 밟아가야만 했던 거야. 작품 속에서 해모수와 유화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 그래서 내가 둔하다는 거야. 이건 발을 형상화한 게 맞지? 그다음 전시실에서 나는 대작과 맞닥뜨렸던 거야. 김경인 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어. 이 분은 한국의 소나무에 몰입하셨던 것 같아. 소나무도 종류가 제법 된다고 들었어. 금강송처럼 하늘로 좌악좌악 치솟은 소나무보다는 이리저리 꼬부라지고 말라비틀어진 굴곡진 험한 삶을 살아온 것들이 남에게 영감을 주는 모양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인생 샷이니 인생 음식이니 하는 식으로 정말 멋지고 의미있는 것에는 '인생'이라는 낱말을 넣어서 표현하는가 봐. 여기 솔거 미.. 2020. 11. 2.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4 처음 계획은 그분을 위하여 미술관을 건립해드리고자 했던 모양이야. 소산 선생을 위해서 말이지. 그러자 반발이 심했다고 전해 들었어. 시 예산으로 특정인을 위한 미술관 건립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가 주류였던 것 같아.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 나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신 분으로는 김흥식 교수님이 계시더라고. 나는 그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몰라. 소산 선생에 대해 쓴 글을 모아놓은 책 라는 책 123쪽에서부터 130쪽에 이르기까지 그 교수님의 글이 나오는 데, 그 글 내용에 공감한다는 뜻이야. 거기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지? 여기 이곳 경주라는 동네에 사십 년 이상 살아온 결과 깨달아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여기는 좁은 바닥이어서 말을 함부로 하는 건 아주 조심해야 .. 2020. 10. 31.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3 중앙정원에는 엑스포 공동 개최지와 후보 도시들의 모습이 벽면에 나타나 있었어. 멀리 덕동댐이 보이더라고. 나는 꼭대기층을 한 바퀴 돌아보았어. 전망 1층에는 카페가 있지. 카페에 가보기 전에 小山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솔거 미술관의 위치를 확인해두었어. 사진 중앙 부분 호숫가에 성냥갑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솔거 미술관이야. 전망대 1층의 카페에 들어가 보진 않았어. 꼭대기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주타워에서 내려왔지. 이제 미술관을 향해 가야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고 몇 번을 왔었던가? 그때와는 많이 변한 듯했어. 아이들 재잘거리던 모습도 다 사라져 버리고 적막감이 감돌았어. 나는 아쉬움에 뒤를 돌아다보았어. 솔거 미술관 방향 표지판이 보이네. 나는 호수를 향해 걸었어. 한 번씩은 뒤돌아보아가며 .. 2020. 10. 30.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2 소산 선생님과 약속한 만남은 결코 아니었어. 저번 글에서 밝힌 대로 나는 그분을 조금 알지만 그분은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셔. 나는 그분을 책으로만, 작품으로만 만났어. 그분이 경주 남산자락에 사신다는 것만 알고 있지. 같은 곳에 살고 있으니 동향인이라고 마구 우겨도 되겠지? 약속시간도 만들어두지 않았으니 구경할 것 다 구경하고 천천히 가는 거지 뭐. 소산 선생을 뵈러 왔다면서 그게 뭐냐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그분의 작품을 만나고자 하는 거야. 경주 타워에 그 분의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도 타워에 올라가 보는 것은 멀리서 일단 한번 살펴보려는 거지.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전혀 없었기에 개인 전용 엘리베이터처럼 사용했어. 아참, 아주 귀한 소식.. 2020. 10. 29.
小山 선생을 찾아가다 1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을 보고 "나는 우리 대통령을 잘 알지."라고 말을 하면 모두 다 전혀 믿질 않았어. 내가 잘 안다고 몇 번 강조하고 나면 어떤 아이들은 되묻기도 했어. "선생님께서는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을 잘 아세요?" 그러면 나도 당당하게 대답했었어. "그럼! 잘 알고 말고!" 몇 번이나 확실하게 대답을 하면 아이들 반응이 달라지는 거야. 그러면서 "오오!" 하는 소리가 뒤를 이어 쏟아졌던 거야. 그 정도가 되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한마디를 덧붙이지. "난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을 잘 알고 있어. 진짜 중요한 문제는 말이지, 그 분이 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야." 거기까지 말을 하면 아이들은 피식 웃고 말지. 사실이 그렇잖아? 우린 누구나 우리 대통령의 이름도 알고 어디 출신이.. 2020.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