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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141

그 여자네 집 나에게 '그 여자의 집'은 이 개울 오른쪽 골짜기에 있었던 것으로만 기억해요. 그러니 정확하게 어느 집인줄은 전혀 모른다는 말이지요. 그럼 먼저, 섬진강을 사랑했던 시인 김용택 님의 시부터 읽어봐요. 그 여자네 집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깜박깜박 살아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면서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 2024. 2. 13.
선데이 서울, 그리고 김추자와 신중현... 아는 분으로부터 이성욱 님이 쓴 문화평론 책을 빌려서 며칠간 두고두고 읽었어. 1967년 1월에 처음 이사를 가서 정착하게 된 곳이 군위군 우보였는데 아는 친구 한 명 없는 곳이어서 너무 심심했던 거야. 동생들은 초등학생들이어서 전학 가서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나는 초등학교 졸업 바로 전에 이사를 갔으니 친구를 사귈 기회 자체가 없었던 거지. 그러니 거기 우보는 나에게 영원한 타향이 되어버린 거야. 이사 간 그곳에서는 살 집조차 없어서 비어있는 교회 사택을 빌려 몇 달을 지내게 되었는데 부근에는 신앙생활을 하시던 종고모부와 그 집 식구들이 있어서 자주 놀러 가게 되었던 거야. 나는 종고무 집에서 처음으로 선데일 서울이라는 잡지를 접하게 되었어. 그 책은 학생용이 아닌 성인용(?) 주간지였는데 책이라면 무조.. 2024. 1. 15.
오래 전에 헤어진 초등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었다는데요... 이제 이곳은 물속에 잠겨있어서 물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곳이 되었어요. 남이 보면 모든 것을 철거해 버린 단순한 폐허이겠지만 여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분들은 척 보면 어디라고 단번에 알아채겠지요. 지난달 11월 18일 제천에서 초등학교 동기들 모임을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졸업생 117명 가운데 33명 정도 참석했다니 대략 30퍼센트 정도가 참석했던가 봅니다. 그동안 서른몇 번 모임을 가졌었다는데 나는 딱 한번 가보았네요. 그것도 한 이십몇 년 전에 가보았으니 이젠 동기들 얼굴과 가슴 한구석에 쌓여있던 아득한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네요.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 한 달을 남겨두고 우리 가족이 여기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으니 친구들 얼굴을 기억해 낼 리가 없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 2023. 12. 9.
쓰르라미(쓰름매미), 그리고 말매미 잡던 날이 그리워지네요. 어릴 적 감나무 밭에서 이 녀석이 우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모래강 건너편에 감나무 밭이 있었기에 감 떨어진 걸 주워 먹으러 자주 갔어요. 그때는 감나무줄기에 붙어 우는 그 녀석을 꼭 한번 잡아보는 게 작은 소원이었어요. 이 부근 어디였다고 기억하는데요, 이젠 물속에 영영 가라앉아 버렸어요. 말매미라고 이름 붙은 녀석을 잡기는 쉬웠어요. 소꼬리털을 가지고 긴 막대기에 올가미를 만들어 매달고는 다리를 걸어서 잡는 방법을 주로 썼어요. 이쯤 어디였는데 말이죠... 낮은데 앉아있는 녀석은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었고요. 이 녀석이 수컷이에요. 암컷과 수컷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눈치채셨나요? 암매미는 울지 못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요? 어리 버리 2023. 9. 15.
왕잠자리를 보는데 왜 할머니가 생각나는 거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를 좋아했어요. 물잠자리, 고추잠자리, 좀잠자리... 그땐 초등학교 여름방학 과제로 곤충채집이 꼭 들어있었어요. 곤충채집이라면 잠자리가 딱이었기에 즐거운 과제로 여겼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은 시골에 혼자 계시는 군위군 무성동의 할머니 집에서 보냈어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온갖 잠자리를 만날 수 있는 습지에 가보았어요. https://yessir.tistory.com/15870068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4 : 할머니를 그리며 나는 논벌 한가운데 물풀로 가득했던 작은 못(웅덩이)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 보았어. 장수잠자리나 왕잠자리를 볼 수 있었기에 자주 찾아갔었어. 그 작은 연못을 가기 위해서는 이 장소를 꼭 지 yessir.tistory.com.. 2023. 8. 24.
명자와 명자나무... 별서가는 길에 고개를 넘다가 명자나무 꽃을 만난 거야. 아주 옅은 분홍색 꽃을 가득 매단 벚나무 옆에 명자나무 새빨간 꽃이 활짝 핀 거지. 문득 어린 시절 같은 마을에 살았던 명자가 생각났어. 나보다 한살 많았던 그 여자 아이의 집은 고개를 넘어가면서 만나는 오른쪽 제일 첫 집이었을 거야. 동네에서 제일 높은 집에 살았었다고 기억해. 2006년 5월 5일, 고향을 찾아갔을 때 그 아이 집에 가 본 거야. 사랑채 건물 끝 방에 그 여자 아이의 오빠가 거처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동네에서 가장 잘 산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그 아이 집에 어쩌다 딱 한번 가보았을 때 나는 탁상시계라는 것을 처음 보았어. 자전거를 세워 두고 명자나무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어. 어린 시절 추억이 마구 지나갔어. 명자는 집에.. 2023. 4. 26.
정월 대보름 - 이제 누가 기억해주겠어요? 음력 설날이 지나고 나서 두 주일 정도 지나면 정월 대보름이 된다는 정도는 알지? 그대가 젊은이라면 정월 대보름이 뭐냐고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야. 정월 대보름이 뭔지 궁금하다면 아래 주소를 눌러봐. https://namu.wiki/w/%EC%A0%95%EC%9B%94%20%EB%8C%80%EB%B3%B4%EB%A6%84 정월 대보름 - 나무위키 정월 대보름의 기원과 관련된 전설 중에 사금갑(射琴匣)이 있다. 원전은 《삼국유사》 기이 제1편 소지왕 이야기다. 신라 시대, 소지 마립간이 정월 대보름에 천천정으로 행차하기 위해 궁을 나 namu.wiki 동짓날에 팥죽을 먹어왔듯이 정월 대보름날에는 나물밥을 먹기도 했어. 대보름에는 주로 아래 글 속에 등장하는 그런 음식을 먹었지. 글의 출처는 나무 위.. 2023. 2. 22.
영주 관사골의 철도관사 내부를 살펴보았어요 2 벽장 앞에는 내가 학창 시절에 입고 다녔던 그런 교복 차림의 소년과 식구 모습들이 들어있는 작은 사진이 걸려 있었어. 그러니까 이 집 안에는 도합 3개의 방이 있는 셈이네. 재봉틀 서랍 안에는 실패와 작은 기름통까지 보관되어 있었어. 주인분의 섬세함이 굉장하네. 세 번째 방 앞 맞은편은 화장실 공간이야. 왼쪽 벽면에 스위치가 보이지? 바로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졌어. 1960년대나 70년대의 물건같이 여겨지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변기가 먼저 나타나. 그 안쪽에 대변실이 있는 거지. 전구 하나로 소변실과 대변실 모두를 밝히도록 되어 있었어. 예전에는 여기에 램프등을 올려놓았을 거야. 정말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감동이 되더라고. 대변을 보는 화장실 안쪽에 있는 시건장치야. 밖에서는 절대 열 수 .. 2022. 9. 9.
영주 관사골의 철도관사 내부를 살펴보았어요 1 어렸던 시절 철도관사에서 한 십여 년 정도 살았어. 아버지께서 철도공무원을 하셨거든. 당시엔 먹고살기에 바빠 작은 공간이라도 있으면 텃밭으로 사용했어. 우연히 주인분을 만나 거야. 그래서 관사 안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거지. 동영상으로 빨리 보고 싶다면 아래 네모를 클릭해 봐. https://yessir.tistory.com/15870269?category=1126452 1930년대에 지은 철도관사 내부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5월 4일 목요일, 영주 구시가지에 갔습니다. 영주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부용정 부근에서 커피 한잔을 즐긴 뒤 관사골(철도관사가 있는 동네)에 내려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철도 yessir.tistory.com 입구가 앞으로 보이는 저 시멘트 통은 개 집이 아니야. 내 .. 2022. 9. 8.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은 이런 식으로 사라져갔어 5 올해 2022년 기준으로 여기가 수몰된 지 6년이나 된 것 같아. 물론 2014년 거기를 방문한 이후, 다시 찾아가서 사진으로 찍어 남겨놓은 기록에 의하면 2016년 9월경에 이미 담수를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내성천과 철길 사이에 있던 논밭도 깔끔하게 밀어내고 있더라고. 개발론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것도 다 돈이겠지.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곳이니까 골재로만 따진다면 엄청난 돈일 수 있을 거야. 1960년대만 해도 여기에 은어가 올라왔어. 동네 형들이 은어를 잡는 것을 분명히 눈으로 본 사실이 있어. 여기보다 더 내성천 상류에 해당하는 봉화에서 어떻게 은어축제를 하겠어? 나는 구마이 재를 넘어 기프실 마을로 넘어갔어. 평은 초등학교가 있던 마을 앞 벌판을 지나 송리원 휴게소 맞은편 부근에.. 2022. 8. 12.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은 이런 식으로 사라져갔어 4 2014년 9월, 철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던 평은 기차역 모습이야. 내가 움직인 길은 아래 지도 속에 있어. 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되어 나타날 거야. 1. 평은 초등학교 2. 구마이 마을이 있던 곳 3. 평은역의 대강 위치 4. 시낼 마을로 가던 곳에 있던 기차 터널 5. 영주댐 인근 K Water 전시관 이 동영상은 위 지도의, 4번 부근에서 5번 영주댐 부근까지 갔다가 다시 4번 부근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나타낸 거야. 1966년 당시, 평은 역이 있던 구마이 마을 그림 지도야. 1967년 1월 13일 금요일에 여기를 떠나 이사 가서 열흘쯤 뒤에 기록해 둔 거지. 초등학교 시절 기록해둔 일기장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 2014년 9월, 그때만 해도 평은 역의 모습이 조금 남아있었어. 바로 위 동영상.. 2022. 8. 11.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은 이런 식으로 사라져갔어 3 내성천은 지구 위에서도 정말 찾아보기 어려운 고운 모래가 흐르는 아름다운 강이었어. '모래가 흐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거야. 경북 봉화군에서 물줄기의 첫 샘을 터뜨린 뒤 예천군 용궁 부근의 회룡포를 거쳐 삼강 나루 부근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하는 낙동강 지류가 내성천이야. 내성천 상류 강가에 평은역이 있었어. 지금 사진 속에 보이는 기차역이지. 2014년 9월 철거작업이 이루어지던 날의 모습이야. 평은 기차역 뒷산에서 찍어둔 사진이야. 아래 동영상 속에 그 모습들을 남겨두었어. 그때 벌써 철길을 걷어내어 버렸더라고. 내성천을 가득 채웠던 모래도 다 퍼내 버리고 나니 풀들이 자라서 흉하게 일그러져 버린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거야.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말이지. 그런 맑은 강이 이런.. 2022. 8. 2.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은 이런 식으로 사라져갔어 2 나는 평은 정류장이 있는 삼거리 부근을 살펴보았어. 살짝 언덕 위에 있었던 옛날 예배당에도 가보고 그런 뒤 구마이 고개로 천천히 걸어간 거야. 아침마다 평은 우체국에 들러 우편으로 배달되어 오던 소년 한국일보를 받아보았던 생각이 났어. 1960년에 처음 발간되었다는 어린이 전용 신문이었지. 화면 속에는 이 부근 사진들이 들어 있어. 구마이 고개를 넘어갔어. 고개를 넘어가면 학교 앞 벌판을 흘러가던 내성천이 다시 등장하는 거야. 평은 기차역 마을과 금가이(금광, 금강마을) 마을이 보였지만 이젠 다 사라지고 없었어. 평은 기차역 뒤 산에 새로 만드는 다리가 걸려있었어. 예전에 이 정도 같으면 엄청난 높이였는데.... 산 중턱을 넘어선 높이라고 생각해. 평은역과 철도관사, 그리고 구마이 마을은 이미 수십년도 .. 2022. 8. 1.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은 이런 식으로 사라져갔어 1 2014년 9월 13일 경주에서 영주를 거쳐 청량리로 가는 기차를 탔어. 영주댐이 완공되기 전 물속에 그곳이 잠기기 전에 한번 더 보아 두고 싶었기 때문이야. 위 영상 속에는 이제는 문을 닫아버린 경주역과 안동역, 그리고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영주역의 옛날 풍경들이 들어있어. 영주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평은초등학교가 있었던 기프실 마을에서 내린 거야. 그리고는 평은 초등학교 옛터를 찾아가 보았어. 그때 이미 평은리로 초등학교는 이사를 가버리고 없어져 버렸어. 옛 교정의 모습이 나타날 거야. 눈에 익은 풍경일 수도 있고 도저히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나는 2006년경부터 해마다 한 번씩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두었기에 선명하게 기억해 낼 수 있어.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평.. 2022. 7. 30.
1930년대에 지은 철도관사 외부와 골목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철도관사 건물은 이제 근대문화재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화가 이루어지고 이 땅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물 가운데 서민용 가옥으로서 가장 앞서 나갔던 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순천이나 군산, 영주 같은 곳은 일찍 이런 시설에 눈을 떠서 근대문화재로 지정하고 가꾸어나간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해 보는 것이죠. 영주는 예전부터 철도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그 역할만은 잘 감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도 직원을 위해 건설했던 구조물 가운데 하나가 철도관사촌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퇴락하여 낙후되었던 지역을 잘 가꾸어서 멋진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시 당국의 노고에 칭찬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주에 가실 일이 있으면 한번 둘.. 2022.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