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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그 남자와 그 여자7

그 남자와 그 여자 7 - 소나기 소나기 ​ ​ ​ 황순원 ​ ​ ​ ​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曾孫女)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 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2022. 2. 7.
그 남자와 그 여자 6 이녹 아덴 ( Enoch Arden 이노크 아든 ) 알프레드 테니슨 ♠♠ 옛날 영국의 어느 자그마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소년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애니 리였고 그녀에게는 친남매와도 같이 가깝게 지내는 두 소년 친구가 있었습니다. 애니의 두 소꿉동무 중 하나는 밀가루 방앗간 집의 외아들인 필립 레이였고 다른 하나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녹 아덴이었습니다. 그들은 소꿉놀이를 즐겨 하기도 했는데 서로 애니의 남편이 되려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교대로 남편을 하기도 했습니다. 커가면서 그들 사이는 점점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생각이 되었지만 그들은 흉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녹은 성격이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편이었으나 필립은 그와.. 2018. 12. 26.
그 남자와 그 여자 5 그 애 안 병 태(수필가) 사나이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이름 하나 새긴 여인은 복이 있나니 그는 이 세상에 왔다 가는 보람이 있다. 구름 세 뭉치만 모여도 눈이 내리는 곳, 한번 내린 눈은 이듬해 사월이나 돼야 녹는 곳, 소백산맥 겨울은 설국이다. 그 소백산맥 한 갈피에 자리 잡은 부석사, 그 아랫마을의 조그만 우체국에 통신사(通信士)로 첫 발령 받은 때가 열여덟 살이었다. 그해 초겨울 어느 퇴근길, 첫눈 치고는 눈이 제법 발목이 빠질 만큼 내렸다. 이런 눈을 두고 하숙집으로 바로 들어가면 그게 어디 총각인가. 눈사람을 만들까? 강아지처럼 설국을 뛰어다녀 볼까? 처마 밑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출입문이 빠끔 열리더니 전화교환견습생 미스 박이, ‘벌써 첫눈이네~ 퇴근길을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2018. 12. 18.
그 남자와 그 여자 4 제가 아는 분 가운데 수필가 한분이 계십니다. 글을 얼마나 맛깔나게 잘 쓰시는지 읽을 때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언젠가 말을 섞어보니 고향도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이 쓰신 글 가운데 한편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전화를 드려 허락을 얻고 글의 전문을 실어봅니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산비둘기 안 병 태 내가 뭐 별말이야 했어? 시름시름 앓던 엄마가 곡기를 끊더니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등교하는 나를 불러 세우고는 뜬금없이, "내가 없더라도 동생들 잘 키워라. 예배당 빼먹지 말고 잘 다녀라. 동생들에게 우는 꼴 보이지 마라. 엄마 말 잊어먹지 마라." 숨을 헐떡이며 당부하시기에, "오늘은 지시사항이 평소와 사뭇 다르구나'하면서도 늘 하던 잔소리려니 생각하고 건성으로.. 2018. 12. 1.
그 남자와 그 여자 3 샘터라는 이름을 가진 잡지가 있습니다. 1970년 4월에 창간된 유서깊은 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때는 나도 꾸준히 사모으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펴낸 책중에 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행본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그 책 속에 멋진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길래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해두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노란 손수건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남쪽으로 가는 그 버스 정류소는 언제나 붐비었다. 생기찬 모습의 젊은 남녀 세 쌍이 까불거리며 샌드위치와 포도주를 넣은 주머니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플로리다주에서도 이름높은 포트 라우더데일이라는 해변으로 가는 버스였다. 승객이 모두 오르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황금빛 사장과 잘게 부서져 오는 하얀 파도를 향.. 2018. 11. 22.
그 남자와 그 여자 2 마음이 특별히 허전할 때 한번씩은 서재에서 호롱불을 켭니다. 단정함과 정결함, 그리고 단아함을 좋아하기에 호롱불을 켜두고 음악을 듣는 시간을 너무 귀하게 여깁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자주 가보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남천 시냇가에 자리한 교촌입니다. 한옥 지붕이 주는 간결함 때문이죠. 촛불을 켜두는 날에 어울리는 음악은 따로 있습니다. 박목월님의 시에 김성태씨가 곡을 붙인 가곡입니다. 이별의 노래 박 목 월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 너도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첼로로 나직하게 연주.. 2018. 11. 19.
그 남자와 그 여자 내 서재에는 한국대표 명수필선이라는 책이 꽂혀있어. 성림출판사에서 1992년에 찍어낸 책인데 176쪽에 보면 이라는 제목의 수필이 한편 실려있어. 한때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던 글이라고 알고 있어. 잠시 소개해볼까해. 그리 긴 글은 아니니까 꼭 읽어보았으면 해. 탈고 안 될 전설 유주현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다. 도회 생활에 심신이 피로하여 여름 한 달을 향리에 가서 지낸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우연히 만난 젊은 남녀를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 나의 생애를 두고 그들을 잊지 못할 것이며, 필시 그들은 내 메말라 가는 서정에다 활력의 역할을 하는 물을 줄 역할을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해줄 줄로 안다. 향리 노원에는 내 형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서울서 그다지 멀지 않.. 2018.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