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2031 성탄의 계절 옛 경주역 앞을 지나게 되었어. 벌써 연말 분위기가 나는 거야. 경주 역 광장에 보았을 때 마주 보이는 거리가 경주 시가지 중심도로라고 할 수 있어. 동서 방향으로 뻗은 도로이지. 경주 구시가지는 동쪽이 조금 더 높고 서쪽이 낮은 선상지에 만들어진 도시라고 보면 될 거야. 이제 경주 역이 멀리 외곽으로 옮겨가 버렸잖아. 옛 경주 역을 경주 문화관 1918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한다는 거야.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어. 노숙자들의 집합소로 이용되던 시설 하나가 사라져 버렸네. 보기가 좀 그랬었어. 걸핏하면 이 부근에 파업 천막을 치고 음악을 틀고...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옅은 구름이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밝지를 못하네. 경주 역 부근의 파출소 인근으로 가보는 거야. 전전 지중화 사업을 했더.. 2022. 12. 8. 주책바가지 18 - 어머니와 고등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소금 덩어리처럼 짠맛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어머니가 안 계신 지금, 적쇠에 구워주시던 간고등어 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를 아는지? 나는 자주 흥얼거렸어. https://www.youtube.com/watch?v=YaXamcQG6G8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 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세상 사느라 너무 바빠 한번씩 정신이 없을 땐 이.. 2022. 12. 2. 소녀에게 16 - 고엽 : 이브 몽땅 가을을 대표하는 샹송이라면 단연 이브 몽땅(Yves Montand)이 부른 고엽[枯葉]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돼요. 고엽이라면 마른 잎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아직은 그대가 젊다고 여기겠지만 세월은 금방 흘러요. 살다 보면 별별 일도 다 겪는 법이고요. https://namu.wiki/w/%EC%9D%B4%EB%B8%8C%20%EB%AA%BD%EB%95%85 이브 몽땅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삽화 제외) 기여하신 문서의 저작권은 각 기여자에게 있으며, 각 기여자는 기여하신 부분의 저작권 namu.wiki 그러면 일단 음악을 한번 들어봐요. 그런대로.. 2022. 11. 25. 소요 [逍遙 :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 2 몇 년 전 경주에 큰 지진이 있었잖아? 2016년 9월 12일이었을 거야. 이 펜션이 사라진건 혹시 지진과 관련이 있었을까? 지진 후로 수학여행단도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끊어버린 바람에 경주 관광업이 모조리 된서리를 맞았었지. 이젠 많이 회복된 것 같아. 황리단길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초록색 줄기는 아스파라거스 대궁 같은데... 이젠 돌아나가야지. 그냥 나가기가 너무 아쉬워서 조금만 더 살펴보기로 했어. 남아도는 게 시간이거든. 컨테이너가 보이네. 이 아까운 시설을 뭘로 재활용하지? 투자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아깝다는 생각만 가득해. 수목원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수목원 가꾸기는 자본과 세월이 넉넉해야 하는 거 맞지? 터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닐 텐데... 이렇게 서서 보니.. 2022. 11. 22. 소요 [逍遙 :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 1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어. 산으로 가본 거야. 처음 가보는 곳이니 산자락 부근 정도만 보기로 했어.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더라고. 태양광 발전 시설도 보였어. 길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가득했어. 자그마한 저수지도 숨어 있었고 말이지. 발자국 소리에 놀란 기러기 몇 마리가 후두득 날아올랐어. 이건 뭐지? 누가 살다가 떠난 자리에 들꽃이 터를 잡았어. 가을은 노랑과 빨강이 대표색이라고 여겨. 사방에 널린 게 도토리였어. 묵혀놓은 밭도 보이더라고. 나는 이것저것 살펴보며 천천히 걸었어. 메타세쿼이아 나무 같아. 젊었을 때 이런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기로 했어. 조금 내려오자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이 정도 하려면 투자를 제법 했겠지? 사방에 온통 가을이야. 산골 도.. 2022. 11. 21. 달린다는 것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달리는 거야. 그건 태어난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지.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 없어. 그대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갑자기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고 있어? 그걸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나도 그걸 생각하면 아뜩해지더라고. 인생이라는 게 딱 한 번만 살 수 있다는 게 무서운 거야. 내 삶의 순간 하나하나가 녹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들 열심히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달리고 있잖아? 힘에 부치면 걸을 수도 있어. 1등 하지 못한 인생이라도 의미가 있고....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것에 가치가 있는 거 같아. 인생길에 동반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미 있는 동반자는 누구.. 2022. 11. 19. 그림 그리는 분을 다시 만나서 화실에 들어가본 거야 2 커피를 내려주시겠다는 거야. 커피... 원두를 갈아서 내려주시는 거야. 커피 머신도 있더라고. 이 분은 정말 의미 있게 사시는 것 같아. 잔과 컵 받침을 준비해주셨어. 개인이 이런 시설을 해놓고 커피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말이지.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적이었어. 마침내 가져오셨어. 먼저 에스프레소 한잔! 그다음엔 라테 한 잔! 천천히 맛을 음미해가며 커피 두 잔을 마셨어. 보여주실 게 있다는 거야.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시더라고. 나는 그분 뒤를 따라갔어. 이 잔디밭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야.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저수지를 보는 건 일품이지. 한 번씩은 이 자리에 아줌마들이 진을 치고 있기도 했어. 파초 보이지? 대숲 저 안쪽에 출입문이 있더라고. 대나무 사이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는 건 .. 2022. 11. 18. 그림 그리는 분을 다시 만나서 화실에 들어가본 거야 1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검색해보았더니 2012년 1월에 여길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까 10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된 거야.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주인과 눈길이 마주친 거야. 들어와서 쉬다 가라는 거였어. 초청을 거부하면 그렇잖아? 거처는 옛날 촌집에서 하시되 그림은 화실에서 그리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 옛날 집과는 조금 다르게 손을 보신 것 같아. 아뜰리에로 가보는 거야. 멋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화실에 들어서면 정갈한 느낌이 들어.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꽃 그림들... 2층으로 올라가라는 거였어. 작업 공간이 위층에 있어서 올라가게 되었지. 아래층에 있는 저 그랜드 피아노를 조율할 때 한번 와본 적이 있어. 그게 십 년 전 일이었.. 2022. 11. 17. 그림 그려본지가 언제지? 수채화를 그려본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포스터 칼라를 가지고 돌과 나무에다가 여러 그림을 그렸었어. 수채화 안 그려본지가 수십 년은 될 것 같아. 그렇게 그린 포스터 칼라 그림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어. 가지고 싶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주었지 뭐. 그중 몇 점은 지금도 서재에 보관하고 있어. 나도 한 번씩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한번 붓을 놓으니까 그다음에는 다시 잡기가 어려워지더라고. 더 늙기 전에 나도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려볼까? 찬양곡을 들어가며... 어리 버리 2022. 11. 16. 탈곡 농기계 전복 - 이걸 어쩌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탈곡기 한 대가 넘어져 있네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운전자는 전화기를 꺼내 들고 도로를 걸어가며 레커차(= 흔히들 렉카차로 표현하기도 합니다만)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도로에 나락이 쏟아져 있었어요. 운전자가 괜찮은 것 같으니 천만다행입니다. 보기보다는 시골 농로나 도로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경운기도 그리 만만찮은 물건이어서 그런지 사고가 자주 나더군요. 나는 완력이 약해서 지금까지 경운기를 다루어보지 않았어요. 사고가 나면 구조해줄 차가 필요하지요. 고개를 넘어오며 보니 레커차 한대가 달려가고 있었어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뒤에야 사고가 난 그 논에 벼가 베어지고 없더군요. 어리 버리 2022. 11. 12.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가녀린 참새 주검을 보고... 시골 집으로 출근하다가.... 참새 주검을 발견했어. 녀석의 가녀린 주검은 내 마음을 한없이 슬프게 한 거야. 문득 고등학교 때 읽어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이 생각난 거야. 잠시 소개해 볼 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Was traurig macht) 안톤 슈낙(Anton Schnack. 1892 - 1973)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작은 나무 위에는 “아.. 2022. 11. 11. 출근 길에 만나는 가을 2 멀리 뵈는 세 채의 건물은 펜션이겠지? 퇴근하면서 보니까 여기에 나락을 널어서 말리고 있었어. 억새꽃 씨앗도 날려서 사라지는 것 같아. 시월 말경의 야생화는 단연 나팔꽃과 들국화 삼 형제가 우뚝한 것 같아. 나는 저수지 둑 위로 올라섰어. 바람이 없는 날이어서 그런지 호수 표면이 거울 같았어.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었던가? 이건 여뀌 꽃이겠지? 나는 비탈길을 올라가는 거야. 그러다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을꽃 구경을 했어. 내 출근길이지. 어떤 집 앞을 지나다가 코스모스를 만났어. 시골 정취가 가득한 집이야. 나는 매일 이런 길을 지나다니며 일하려 가는 거야. 일당 없는 무보수 일 말이지. 어리 버리 2022. 11. 5. 출근 길에 만나는 가을 1 강변 양쪽으로 노란 가을꽃들이 가득했어. 가을은 누가 뭐래도 노란색이지. 이른 봄이 연두색이라면...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강물도 고요하기만 했어. 경주 남산과 망성산(=망산), 그리고 성부산이 보이네. 나는 형산강 제방을 따라 출근하는 거야. 태종 무열왕릉이 멀리에서부터 등장하고 있어. 아침마다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 편이야. 가을에 피는 국화 닮은 꽃을 들국화라고 부르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fita2-jAWKU 이제 구별했지? 들국화라고 불리는 녀석들을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배우는 차원에서 보았지만 곧 잊어버려. 그게 슬픈 거야.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 경주 시내가 뒤에 남았네. 요즘은 곳곳에 펜션이 들어서고 있더라니까. 들꽃과.. 2022. 11. 4.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요 - 중창단 페스티벌을 보며... 10월 16일 밤 예배에는 중창단 페스티벌이 있었어요. 먼저 여성분들이 등장했어요. 두 곡씩 부르더군요. 내가 활동했던 남성 중창단도 등장했어요. 나도 거의 이십여 년쯤 활동했어요. 그다음에는 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중창단이에요. 젊다는 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밑천이지요. 마지막으로 중창단들이 연합해서 찬양을 드렸어요. 지휘를 하시는 이 분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해요. 예배가 끝난 뒤에는 기념 촬영을 하더군요. 나는 그 모습을 위층에서 조용히 지켜보았어요. 이젠 은퇴한 처지이기에 그냥 조용히 지켜만 보았던 거예요. 어리 버리 2022. 11. 3. 정님이 (情님이) 일을 하다가 커피 한잔으로 잠시 피로를 풀 때면 한 번씩 이 책을 보고 있어. "정님이" 정님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도 있어. 이시영 님의 작품이지. 나는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정님이 이 시 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며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을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 주던 소녀 콩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 2022. 11. 2.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1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