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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정님이 (情님이)

by 깜쌤 2022. 11. 2.

일을 하다가 커피 한잔으로 잠시 피로를 풀 때면 한 번씩 이 책을 보고 있어.

 

 

"정님이"

 

 

정님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도 있어. 이시영 님의 작품이지. 나는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정님이

 

          이 시 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며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을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 주던 소녀

콩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지만

슬프지 않다고 잡았던 메뚜기를 날리며 말했다

어느 해 봄엔 높은 산으로 나물 캐러 갔다가

산뱀에 허벅지를 물려 이웃 처녀에게 업혀와서도

머리맡으로 내 손을 찾아 산다래를 쥐여주더니

왜 가버렸는지 몰라

목화를 따고 물레를 잣고

여름밤이 오면 하얀 무릎 위에

정성껏 삼을 삼더니

동지섣달 긴긴밤 베틀에 고개 숙여

달그당 잘그당 무명을 잘도 짜더니

왜 바람처럼 가버렸는지 몰라

빈 정지 문 열면 서글서글한 눈망울로

이내 달려 나올 것만 같더니

한번 가 왜 다시 오지 않았는가 몰라

식모 산다는 소문도 들렸고

방직공장에 취직했다는 말도 들렸고

영등포 색시집에서 누나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

용산역전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던 내 팔 붙잡다

날랜 발, 밤거리로 사라진 여인

 

 

아련한 유년기의 추억을 담은 산문이지. 작가 김용택 시인은 굳이,

소설 영역의 글이 아님을 밝히고 있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0048087?sid=103 

 

시인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 정님이

[오마이뉴스 이종찬 기자] ▲ 시인 김용택의 ⓒ2004 열림원 "이렇듯 온 동네 구석구석에 봄이 찾아온 진메 마을에 한 식구가 이사를 왔다. 한 식구라고 해야 ...

n.news.naver.com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보기도 해. 많은 분량을 가진 긴 글이 아닌데도

일부러 천천히 보는 거야.

 

 

나의 유년기 시절 추억이 담긴 공간은 물속에 잠기고 말았어.

학교는 사진 오른쪽 잘록한 산허리 밑 부근에 있었어.

나는 그 고개로 난 길을 넘어 학교에 다닌 거야.

 

 

초등학교가 있었던 부근 몇몇 마을은 사진 속 이곳으로 옮겨갔고 

학교도 여기로 옮겨갔어.

사진 오른쪽 윗부분에 보이는 큰 마을이

평은 마을이지.

 

예전에는 여기에 영은초등학교가 있었을 거야.

 

 

 

초등학교 앨범을 뒤적거려 보았어. 이젠 얼굴도 이름도 다 잊어버렸어. 

누가 누구인지 구별도 잘 안돼.

 

 

남자로 태어나 살면서 가슴속에 정님이 같은 소녀를 한 명도 간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불쌍(?)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 

 

 

 

인터넷을 마구 뒤져 어쩌다가 이 사진을 구했어. 이젠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워.

 

그럼 안녕!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