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531 소요 [逍遙 :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 1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어. 산으로 가본 거야. 처음 가보는 곳이니 산자락 부근 정도만 보기로 했어.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더라고. 태양광 발전 시설도 보였어. 길에 떨어진 도토리들이 가득했어. 자그마한 저수지도 숨어 있었고 말이지. 발자국 소리에 놀란 기러기 몇 마리가 후두득 날아올랐어. 이건 뭐지? 누가 살다가 떠난 자리에 들꽃이 터를 잡았어. 가을은 노랑과 빨강이 대표색이라고 여겨. 사방에 널린 게 도토리였어. 묵혀놓은 밭도 보이더라고. 나는 이것저것 살펴보며 천천히 걸었어. 메타세쿼이아 나무 같아. 젊었을 때 이런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기로 했어. 조금 내려오자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이 정도 하려면 투자를 제법 했겠지? 사방에 온통 가을이야. 산골 도.. 2022. 11. 21. 그림 그리는 분을 다시 만나서 화실에 들어가본 거야 2 커피를 내려주시겠다는 거야. 커피... 원두를 갈아서 내려주시는 거야. 커피 머신도 있더라고. 이 분은 정말 의미 있게 사시는 것 같아. 잔과 컵 받침을 준비해주셨어. 개인이 이런 시설을 해놓고 커피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말이지.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적이었어. 마침내 가져오셨어. 먼저 에스프레소 한잔! 그다음엔 라테 한 잔! 천천히 맛을 음미해가며 커피 두 잔을 마셨어. 보여주실 게 있다는 거야.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시더라고. 나는 그분 뒤를 따라갔어. 이 잔디밭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야.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저수지를 보는 건 일품이지. 한 번씩은 이 자리에 아줌마들이 진을 치고 있기도 했어. 파초 보이지? 대숲 저 안쪽에 출입문이 있더라고. 대나무 사이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는 건 .. 2022. 11. 18. 그림 그리는 분을 다시 만나서 화실에 들어가본 거야 1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검색해보았더니 2012년 1월에 여길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까 10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된 거야.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주인과 눈길이 마주친 거야. 들어와서 쉬다 가라는 거였어. 초청을 거부하면 그렇잖아? 거처는 옛날 촌집에서 하시되 그림은 화실에서 그리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 옛날 집과는 조금 다르게 손을 보신 것 같아. 아뜰리에로 가보는 거야. 멋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화실에 들어서면 정갈한 느낌이 들어. 그랜드 피아노... 그리고 꽃 그림들... 2층으로 올라가라는 거였어. 작업 공간이 위층에 있어서 올라가게 되었지. 아래층에 있는 저 그랜드 피아노를 조율할 때 한번 와본 적이 있어. 그게 십 년 전 일이었.. 2022. 11. 17. 탈곡 농기계 전복 - 이걸 어쩌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탈곡기 한 대가 넘어져 있네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운전자는 전화기를 꺼내 들고 도로를 걸어가며 레커차(= 흔히들 렉카차로 표현하기도 합니다만)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도로에 나락이 쏟아져 있었어요. 운전자가 괜찮은 것 같으니 천만다행입니다. 보기보다는 시골 농로나 도로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납니다. 경운기도 그리 만만찮은 물건이어서 그런지 사고가 자주 나더군요. 나는 완력이 약해서 지금까지 경운기를 다루어보지 않았어요. 사고가 나면 구조해줄 차가 필요하지요. 고개를 넘어오며 보니 레커차 한대가 달려가고 있었어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뒤에야 사고가 난 그 논에 벼가 베어지고 없더군요. 어리 버리 2022. 11. 12.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가녀린 참새 주검을 보고... 시골 집으로 출근하다가.... 참새 주검을 발견했어. 녀석의 가녀린 주검은 내 마음을 한없이 슬프게 한 거야. 문득 고등학교 때 읽어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이 생각난 거야. 잠시 소개해 볼 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Was traurig macht) 안톤 슈낙(Anton Schnack. 1892 - 1973)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작은 나무 위에는 “아.. 2022. 11. 11. 출근 길에 만나는 가을 2 멀리 뵈는 세 채의 건물은 펜션이겠지? 퇴근하면서 보니까 여기에 나락을 널어서 말리고 있었어. 억새꽃 씨앗도 날려서 사라지는 것 같아. 시월 말경의 야생화는 단연 나팔꽃과 들국화 삼 형제가 우뚝한 것 같아. 나는 저수지 둑 위로 올라섰어. 바람이 없는 날이어서 그런지 호수 표면이 거울 같았어.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었던가? 이건 여뀌 꽃이겠지? 나는 비탈길을 올라가는 거야. 그러다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을꽃 구경을 했어. 내 출근길이지. 어떤 집 앞을 지나다가 코스모스를 만났어. 시골 정취가 가득한 집이야. 나는 매일 이런 길을 지나다니며 일하려 가는 거야. 일당 없는 무보수 일 말이지. 어리 버리 2022. 11. 5. 출근 길에 만나는 가을 1 강변 양쪽으로 노란 가을꽃들이 가득했어. 가을은 누가 뭐래도 노란색이지. 이른 봄이 연두색이라면...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강물도 고요하기만 했어. 경주 남산과 망성산(=망산), 그리고 성부산이 보이네. 나는 형산강 제방을 따라 출근하는 거야. 태종 무열왕릉이 멀리에서부터 등장하고 있어. 아침마다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 편이야. 가을에 피는 국화 닮은 꽃을 들국화라고 부르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fita2-jAWKU 이제 구별했지? 들국화라고 불리는 녀석들을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배우는 차원에서 보았지만 곧 잊어버려. 그게 슬픈 거야.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어. 경주 시내가 뒤에 남았네. 요즘은 곳곳에 펜션이 들어서고 있더라니까. 들꽃과.. 2022. 11. 4. 정님이 (情님이) 일을 하다가 커피 한잔으로 잠시 피로를 풀 때면 한 번씩 이 책을 보고 있어. "정님이" 정님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도 있어. 이시영 님의 작품이지. 나는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정님이 이 시 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며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을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 주던 소녀 콩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 2022. 11. 2. 퇴근 길에서 2 저수지 끝에는 한옥 펜션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망산(=망성산) 옆을 지나갑니다. 시내에서 보면 둥그스름하게 보이는 산이지요. 금오 문화재 연구원 앞을 지나갔습니다. 옛날 율동 초등학교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나는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사방을 바라보았습니다. 문화재 연구원 앞 들판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습니다. 멀리 토함산과 경주 남산이 보이네요. 나는 동네로 이어지는 길을 달려가 봅니다. 그리운 이름들이 마구 피어올랐어요. 첫 발령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이 여기거든요. 그 아이들이 이젠 오십 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율동 교회와 경주 남산... 이 부근에서 하숙 생활을 이 년간 했어요. 평소에는 이 길로 잘 다니지 않는데 그날은 왠지 지나가 보고 싶더라고요. 구판장은 아직도 영업을 .. 2022. 11. 1. 퇴근 길에서 1 올해 여름 시골집을 구하고 나서는 그곳으로 매일 출퇴근을 했습니다. 시골 정취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다 다행인지 모릅니다. 빨리 달려 내려갈 일이 없으니 사방을 살피며 갑니다. 남이 농사 지어놓은 것을 보며 이것저것 구상도 해보았는데요... 그러다가 남의 밭 언저리에서 눈에 익은 꽃을 발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57vytNdt8Q 바로 이 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AmuzEMqqI 들어보았나요? 나는 누님들을 떠올렸습니다. 전주로 시집간 누님은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만나본지가 벌써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올 가을에는 꼭 전주를 한번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요.... 이러다가 영영 못 만.. 2022. 10. 31. 평생 처음으로 재판정에 출석해보았어요 재판정에 출두하라는 명령 통지서를 받고 지난 19일 수요일 오후에 법정에 가보았어요. 참으로 신기한 곳이더군요. 중학생이었던 시절, 즉결 재판정에 우연히 방청하러 간 적이 있었지만 사건 관련인 신분으로 가본 것은 평생 처음이었어요. 무슨 사유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피고가 아닌 증인이라는 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주위 지인들 중에는 자녀와 며느리가 판사인 사람도 있고 변호사 혹은 검사인 분도 있지만 크게 부러워할 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과 경찰서, 그리고 법원에는 안 가는 게 복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어쨌거나 결과가 선하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어리 버리 2022. 10. 28. 금봉이를 남겨두고 홍백이는 미리 갔어요 서재에 금봉이와 홍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금붕어 두 마리를 키웠어요. https://yessir.tistory.com/15870202 금봉이와 홍백이 2 열대어를 키우기에는 내가 거처하는 서재가 너무 추워요. 그래서 열대어 대신 금붕어 두 마리를 기르고 있어요. 빨간 녀석은 금봉이, 얼룩백이는 홍백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녀석들은 먹성이 좋 yessir.tistory.com 두 달 전쯤인가 홍백이가 죽어버려서 담장 밑에다가 곱게 묻어주었어요. 이젠 금봉이 혼자 살아요 집을 두 채씩이나 가지고 말이죠. 아침에 나와 눈을 마주치면 밥 빨리 달라고 주둥이를 뻐끔거려요. 먼저 가버린 홍백이가 보고 싶네요. 어리 버리 2022. 10. 20. 이제 블로그가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불의의 화재로 인해 며칠동안 티스토리 블로그가 엉망으로 변했었습니다. 오후 5시 50분경에 다시 접속했더니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생많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래의 정갈한 모습으로 복구시켜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파이팅!! 어리 버리 2022. 10. 18. 권영숙 선생님 수채화 전시회 - 그녀의 삶, 그녀의 그림 2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제 기억 속의 권영숙 선생님은 참으로 유능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객지에 오셔서 이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놀랍습니다. 전공을 이쪽으로 했더라면 대성하셨지 싶습니다. 이런 소재를 어떻게 찾아내었는지 궁금하네요. 제자들도 많이 참석해주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장작 시리즈인가 봅니다. 앞으로도 더더욱 정진하셔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아름답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능소화처럼 고귀하게 살아나가시기를 빕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전시회를 여시겠지요? 화환을 보내준 분들 가운데에는 기억 속에 간직한 이름도 보이네요. 거듭 축하드려요. 그렇게 작별하고 나왔습니다. 작품 뒤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자주 갔.. 2022. 10. 17. 권영숙 선생님 수채화 전시회 - 그녀의 삶, 그녀의 그림 시골집을 찾아와 주신 권 선생님이 초청장을 전해주셨습니다. 개인 전시회를 연다고 하셨어요. 경주 예술의 전당 지하 알천 미술관에서 행사를 가진다고 하시네요. 10월 16일까지 열리는가 봅니다. 수채화로 이런 표현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보이더군요. 그분의 고운 심성대로 예쁜 꽃과 남을 위해 자신을 불사를 줄 아는 장작을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비록 그림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박물관에 가 볼 기회를 잡았을 때마다 미술 작품 감상은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권영숙 화가는 젊었을 때 만났습니다. 그게 아마 1978년 봄이었지 싶습니다. 심미안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은퇴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던가 보네요. 전시회장에서 수십 년 만에 정말 만나고 싶었던 어떤 .. 2022. 10. 15.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