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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920

백수 일기 6 - 와송 녀석은 뜨거운 기와지붕 위에서 잘 자라나기에 지붕지기 혹은 바위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와집 위에 자라는 소나무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떤 이들은 와송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기도 합니다. 나는 옥상에 와송 화분 이십여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지붕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버텨내는 장한 녀석들입니다. 와송이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고해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한 모양입니다. 워낙 튼튼하고 강한 녀석들이어서 게으른 백수가 가꾸기에 가장 좋은 식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물을 줄 필요도 없으니 심어놓고 던져두기만해도 잘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우친 것이죠. 게으른 백수에 해당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농사는 와송 농사 정도가 아닐까 .. 2020. 6. 20.
백수일기 5 - 호반길 걷기 B 백수생활의 좋은 점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돈으로 인한 장애가 심합니다. 돈과 시간과 건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최상의 조건을 다 갖춘 분들이라고 봅니다. 나 같은 수준의 백수는 건강과 돈으로부터의 속박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지요. 오래 살고는 싶은데 돈과 시간과 건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과연 진정한 백수 생활을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백수를 두고 다음 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백수 [白手] : 한 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예전에는 백수건달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백수건달 [白手乾達] :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이 건들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 저야 뭐 건들거리진 아니니까 수줍은 많은 건달이라고 해야 하나요? 굳이.. 2020. 6. 19.
백수일기 4 - 호반길 걷기 A 백수생활에 한껏 재미를 들인 나는 그 즐거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상 잠이 모자라기에 자주 졸기도 하는지라 몰려오는 식곤증을 이기고 잠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오후에는 집을 나섭니다. 요즘은 주로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다니죠. 2년 전 교통사고의 여파로 인해 도로 주행에 트라우마가 생긴 나는 인적 드문 길을 골라 다닙니다. 자전거를 세워두었으니 이제부터는 걸어야지요. 나는 개울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온 것이죠. 경기장처럼 생긴 곳은 버드 파크(Bird Park)입니다. 보문호 둑에 올라서서는 어느쪽으로 걸을 것인지를 두고 잠시 고민합니다. 이번에는 오른쪽을 택했습니다. 풍경이 어렇네저렇네하고 글로 묘사하기를 시도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글쓰기와는 너무나도 두터운 담을 친 사람.. 2020. 6. 18.
설마 필까 싶었는데 앙증맞은 작은 몸체 한구석에서 꽃대가 올라오기에 설마 저기에서 꽃이 피랴 싶었습니다. 가녀린 작은 꽃대위에 꽃망울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꽃을 피워냈습니다. 다육식물이 꽃을 피워대는 것을 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볼수록 신기하기만 합니다. 색깔은 어찌 이렇게도 곱고 은은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세상은 신비함 투성이입니다. 어리 버리 2020. 6. 12.
다시 일년 기다리기 고마워. 수고했어요. 올해 꽃 피워 주어서 너무 고마워. 건강식도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많이 힘들었지? 주인 잘못 만난 덕분이라고 여기고 용서해주렴. 우리 집에서 꽃 피운 건 아마 올해가 두 번째이지? 처음 몇 년 동안 네 정체를 꽁꽁 숨긴 채 밝히지 않았을 땐 내다 버리려고도 했지. 괘씸해서 말이야. 올여름과 겨울 잘 보내고 내년에도 잘 부탁할 게. 고마워. 어리 버리 2020. 6. 9.
단풍나무 분경 만들기 4월 15일경, 단풍나무를 찾아갔습니다. 나무 밑을 잘 살펴보면 올해 싹을 틔운 어린 묘목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녀석들을 가만히 놓아두면 잔디나 잡초의 위세에 눌려 올해 안으로 말라죽고 말 것입니다. 모종삽으로 곱게 떠서 몇 포기를 구해왔습니다. 단풍나무도 암나무와 숫나무로 구별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지요? 숫나무 밑에 가서는 아무리 살펴봐도 어린 모종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몇포기를 구해왔으니 이제는 정성을 다해 살려야지요. 안 쓰는 화분을 찾아 깨끗이 씻은 뒤 그동안 모아둔 흙을 채우고 간격을 띄워 심었습니다. 물을 듬뿍 주고는 반그늘에 두었다가 며칠 지난 뒤 양지로 화분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키우면 바로 이 사진처럼 이런 모습이 됩니다. 어느 정도 자라면 작은 화분.. 2020. 6. 2.
개양귀비 꽃밭 해외에서 이 녀석을 처음 만나 보았을 땐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 ​ ​ 올해부터는 제가 사는 도시에서도 여러 곳에 의도적으로 많이 심은 것 같네요. ​ ​ ​ 개양귀비 꽃입니다. ​ ​ 어떤 이는 꽃양귀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네요. ​ ​ 개인적으로는 부용꽃을 좋아합니다. ​ ​ ​ 시내에 부용꽃을 심은 적이 있었습니다. ​ ​ 2010년 7월의 모습인데요, 이게 훨씬 기품이 있어 보였습니다. ​ ​ 그러다가 그 이듬해던가 모두 사라지고 말더군요. 너무 아쉬웠습니다. ​ ​ 하천변에도 천연적인 꽃밭이 만들어졌습니다. ​ ​ 검색을 해보니 요즘은 어지간한 지역마다 개양귀비를 심어 가꾼 곳이 많더군요. ​ ​ 터키의 고원지대나 유럽의 도로가에서 만났던 개양귀꽃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돋우더군요. ​ 양.. 2020. 5. 27.
송화 집 부근 소나무에서 날아온 송화가루가 장난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박목월 님의 윤사월이라는 시가 저절로 생각나더군요.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봄이면 소나무 꽃가루와 버드나무 꽃가루 때문에 비염으로 고생하던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바람 심하게 불던 날은 먼산 경치조차 누렇게 변하더군요. 송화가루가 사그라들자 이제 조금 살 것 같습니다. DAUM에서 블로그 개편이 이루어지고 난 뒤 새로운 환경에 더 익숙해지자는 의미에서 짧게 써보았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어리 버리 2020. 5. 23.
속 풀기 집안에서만 시간을 죽이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나는 교외로 나갔습니다. 시가지만 벗어나면 벌판과 산을 만날 수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동남산 밑에 숨어있는 그 동네는 조용함 그 자체였습니다. 집들도 하나같이 품위가 있더군요. 내가 사는 동네와는 수준이 .. 2020. 4. 29.
숨겨놓고 한번씩 찾아가는 유채밭 해가 갈수록 이곳에 피는 유채꽃이 많아지는듯 합니다.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주부근 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신기하죠. 이 곳 위치는 어지간하면 숨겨두고 싶습니다. 이쪽 이면도로를 사용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겠지요. 돋아오르는 .. 2020. 4. 23.
없는 힘이지만 다시 한번 더.... 벚꽃이 절정일 때 나정 부근 양산재에 갔습니다. '나정'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글 상자속의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건너뛰셔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http://blog.daum.net/yessir/15865651 양산재로 들어가는 길에는 아기를 데리고 나온 아줌마가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깔끔하.. 2020. 4. 20.
여왕의 길 3 싱가포르의 성공과 번영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유적지를 보러 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로마나 아테네처럼 유적지와 사적지가 즐비하면 덤으로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관광도시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이렇습니다. .. 2020. 4. 16.
여왕의 길 2 한때 경주는 학생들 수학여행의 성지 정도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 시절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름다웠던(?) 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삶속에서 이루어지는 여행과 교육의 방향성에 조금만 신경쓰고 .. 2020. 4. 15.
여왕의 길 1 자주 가는 길을 따라갑니다. 꽃이 가득 피어있는 것을 보면 때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3월 말경이죠. 보문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나는 숲머리 마을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남촌 마을 부근입니다. 보문호에서 내려오는 농수로를 따라 벚꽃길이 이어집니다. .. 2020. 4. 14.
한번 더 살펴보기 3 한 십여년 전이었었나? 태풍이 지나면서 엄청난 물을 쏟아붇고 간 적이 있었어. 호수물이 넘치면서 많은 물고기들이 떠내려갔어. 크기가 거의 아기 몸뚱이만한 고기들이 보문호에 연결된 북천에 마구 쏟아져서 시민들이 놀랐던 적이 있었지. 누구는 초어라고도 했고 누구는 백연어라고..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