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920

재충전 - 4 : 도시농부 A 내년에는 이걸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도시에서 농사짓는 도시 농부를 해봐야겠어.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니까 내가 하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처음 보면서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어. 문제는 내가 집을 오래 비울 경우인데 말이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겠지? 공간은 있지. 옥상에서 하면 되니까. 지금까지는 꽃만 길렀어. 농사 지을 생각을 하긴 했지만 계기가 없었어. 이런 전시회를 기획해준 분들이 너무 고마웠어. 지난달 동대구 역 광장에서 보았지. 그동안 텃밭 딸린 작은 집을 구하러 제법 다녀보았어. 경주 부근은 땅값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어. 너무 멀리가면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나는 너무 불편해져. 나이 들어 혼자 멀리 간다는 게 부담스러웠어. 여행이라면 조금은 자신 있지만 이건 여행이.. 2020. 10. 21.
향기 3 - 천사의 트럼펫(천사의 나팔꽃, 에인절 트럼펫) 최근 열흘 동안은 꽃 향기에 취해 살았습니다.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이 계속해서 피었기 때문입니다. 이 꽃을 처음 본 것은 태국이었을 겁니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깊은 산속에 숨어 살고 있는 소수민족 몽족의 도이 뿌이 마을을 갔을 때 가장 많이 보았다고 기억합니다. 그야말로 꽃 천지인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곳곳에 천사의 트럼펫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게 2006년의 일이었습니다. 한때는 태국이 너무 좋아서 다섯번을 갔는데요, 북동부 이산 지방의 작은 도시를 빼고는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1995년에 동남아 배낭여행을 처음했었는데요, 그때부터 뻔질나게 드나들었습니다. 소수민족 마을 곳곳에 천사의 나팔꽃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다섯번이나 가보았던 나라는 태국과 터키 두.. 2020. 10. 15.
향기 1 선더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지난달에 꽃을 피웠습니다. 올해는 꽃대를 달랑 두 개만 올리더니 기어이 몇 송이를 피워주더군요. 이 녀석이 우리 집에 온 지가 한 이십여 년은 되었을 겁니다. 녀석은 거의 해마다 꽃을 피워주었습니다만 이젠 많이 늙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얘는 족보상으로 양란에 속합니다. 양란들은 아무리 꽃이 곱고 화려하고 예뻐도 향기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양란과 동양란의 교잡종으로 알려진 선더스트는 예외적으로 향기를 내뿜습니다. 향기가 얼마나 맑고 서늘한지 모릅니다. 중국춘란의 특징인 맑은 향기를 이 녀석이 가지고 있더군요. 약 삼십여 년 전에 나는 중국 춘란들을 명품으로만 70여분 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향기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 2020. 10. 13.
고분에도 벌초를 할까? 모르긴 몰라도 지난 9월 26일 토요일이나 그 한 주 전인 19일 토요일에는 벌초하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중추절을 앞두고 조상들의 산소를 가보는 것은 후손 된 사람들의 도리이기도하니까요. 제 부모님 두 분은 영천 호국원에 모셔두었으니 특별히 벌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경주에 있는 수많은 고분들에도 벌초를 하는 것일까요? 정답은 사진 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시내에 작은 동산처럼 솟아있는 고분들은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관리해두어야하고 도시 미관을 위해서도 신경을 써두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고분이 어느 분의 왕릉이라고 하는 게 확실히 밝혀져있다면 문중이나 후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며 도리라고 봅니다. 추석 그 며칠 앞에 고분 곁을 지나다보니 벌초를 하고.. 2020. 10. 2.
공백 6 - 와송 옛날 기와집 지붕에는 기와 위에 와송(=바위솔)이라는 식물이 자라났습니다. 오래된 기와집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싶습니다.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죠. 와송이라는 이름도 기와에 자라는 솔(=소나무)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에 가면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바위솔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분의 작은 화분들을 제법 가지고 있었기에 올해에는 화분에 심어서 옥상에 올려두었습니다. 이런 작은 화분에 옮겨심어둔 와송 화분들이 마흔 개가 넘어섰습니다. 와송에 항암 성분이 많다는 소문이 나서 요즘은 대량으로 재배하는 분들이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빈터에도 와송이 소복하게 .. 2020. 10. 1.
박 7 - 이 정도면 충분해 내가 살고 싶은 집이지. 비싼 아파트도 싫고 저택을 원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해. 여기서 더 나가면 과욕이고 탐욕이지. 지붕에는 박 넝쿨 정도만 올리면 돼. 호박도 조금 기르고 말이야. 바가지를 만들어서 음식을 담아 먹었으면 해. 툇마루에 앉아 책을 보며 해바라기를 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꽃과 채소를 가꿀 스무 평 정도의 마당만 있으면 돼. 뭘 더 바라겠어? 그렇게 살다가 죽을 수 있으면 좋겠어. 어리 버리 2020. 9. 26.
박 4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남도나 따뜻한 지방에서는 예전에 이런 식으로 터널을 만들고 박을 키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사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박은 초가지붕 위에 올려 키웠습니다. 그런대로 사는 시골 마을에서는 짚을 이어 올린 담장에도 올려서 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그런 현장을 만났습니다. 인공적으로 담장을 만들고 거기에다 박을 키웠네요.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지 모르겠습니다. 2013년 박목월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찍어둔 사진입니다. 목월 선생의 생가는 경주 부근 모량이라는 동네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속적인 풍경을 시내 한복판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습니다. 경주시 실내체육관과 예술의 전당 사이를 이어주는 공간에서 만났던 풍경입니다. 박이 .. 2020. 9. 17.
박 3 멀리서 처음 보자마자 '저건 박 터널일 거야'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랬습니다. 박넝쿨이 우거진 박 터널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올해에 이쪽으로 거의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성공원 실내체육관 부근입니다. 나는 박 터널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박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동그란 것도 있고 길쭉한 것도 있고 가는 것도 있고 굵은 것도 있었으며 색깔이나 모양, 심지어는 무늬까지 별별 것이 다 열려있었습니다. 박 덩굴이 이렇게 멋지게 자라 갖은 열매들이 다 달리도록 그동안 어찌 까맣게 몰랐던가 하는 생각이 들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분 생각에서 나온 기획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참신한 발상이며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시.. 2020. 9. 15.
공백 5 올해 5월 26일에 채송화가 첫 꽃을 피워주었습니다. 지난 세달동안 아침마다 꽃을 보는 재미가 엄청 쏠쏠했습니다. 거름을 많이 챙겨주지 못했던 여파일까요? 8월 말이 되자 비실거리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녀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정리를 했습니다. 더 살 수 있는 생명을 정리하고 나자 마음이 가볍지는 않더군요. 내년을 기약해야지요. 살짝 아쉬워서 옥상에 기르던 녀석들은 남겨두었습니다. 녀석들은 좀 더 오랫동안 남겨두었다가 자연사하도록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내년 5월 말까지의 공백이 너무 긴 세월 같습니다. 어리 버리 2020. 9. 9.
박 2 주일 아침 식사는 보통 6시 반경에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아침식사를 거의 거르지 않았습니다. 늦잠 자는 버릇이 없어서 만들어진 습관인지도 모릅니다. 아내가 박국을 끓여주었습니다. 박 속살을 썰어 넣고 거기다가 소고기를 함께 조금 넣어서 끓였던가 봅니다. 담백하니 먹기가 너무 편합니다. 이빨 빠진 그릇조차도 버리지 말라고 당부를 해서 제가 전용 국그릇으로 쓰고 있습니다. 박 무침입니다. 옛날에는 간간하게 간을 해서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렇게 무쳐놓아도 맛있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별미입니다. 나는 음식 사치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많이 먹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미식가는 더더욱 아니죠. 음식은 그저 주는 대로 먹는다는 기본 원칙을 평생 지켜왔습니다. 남.. 2020. 9. 8.
섭렵 7 그동안 많은 꽃들을 길러보았습니다. 정서순화에는 최고의 취미가 아닐까 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귀한 생명을 많이 죽이기도 했다는 말입니다. 그건 지은 죄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나는 꽃들과 어린아이들, 물고기 - 특히 열대어 - 를 볼 때마다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를 느낍니다. 작은 야생화 하나속에도 감추어둔 신비가 한없더군요. 하나하나 들춰가자면 이야기가 길어지겠지요.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에게는 한없이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생략하십시다. 이제는 꽃들도 하나씩 정리해가는 중입니다. 많은 것들을 섭렵해보았으니 큰 후회는 없습니다. 어젯밤에는 신비한 꿈을 꾸었습니다. 어리 버리 2020. 9. 2.
너희들을 잘 챙겨야 하는데.... 쨍하게 햇살 좋은 날에는 옥상으로 올라가 봅니다. 아이들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얘들 때문입니다. 진한 분홍색만 있는 게 싫어서 신경을 썼습니다만 맘대로 안되더군요. 제일 흔한 게 진한 분홍입니다. 동양란 키우던 화분이 굴러다녔었습니다. 거기다가 얘네들을 심어보았습니다. 얘들에게는 보양식(=거름) 주는 것을 깜빡했네요. 아침마다 식전에 올라가서 인사를 하고 내려옵니다. 물을 주면서도 한마디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꽃피어주어서 정말 고마워." 얘들 생명은 그리 길지 못합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는 시들고 말죠. 비 오는 날에는 피지 않더군요. 후손을 남기기 위한 생존본능인가 봅니다. 다음 세대를 잘 챙겨야 하는데 어떨 땐 방치하기도 합니다. 아쉬울 땐 한번 더 뒤돌아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비가 .. 2020. 7. 10.
감은사 3 절터 한 곳을 살펴보는데 알맹이 없는 글을 세편이나 쓰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너무 한심해 보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엿가락 늘이기 도사 같습니다. 도사라는 표현은 구시대 꼰대들의 용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젊은이들이라면 달인이라고 하겠지만 달인도 달인 같지 않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한심해서 우습기만 합니다. 중문터에 서서 동탑을 살펴보았습니다. 동탑만 쳐다보면 섭섭하다고 할 것 같아서 서탑에게도 눈길을 던져보았습니다. 금당이 있었을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데크 앞에 보이는 우묵한 곳이 용담이라는 이름을 가진 못입니다. 앞에 보이는 산자락 밑으로 대종천이 흐릅니다. 예전에는 논벌이 펼쳐진 저곳이 강바닥 아니었을까요? 다리가 있는 곳이 바다입니다. 다리 앞쪽 바다에 대왕암이.. 2020. 7. 2.
감은사 2 절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사이버 공간에 굴러다니는 잡다하게 수북한 지식을 가지고 와서 감은사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아는 척해가며 이야기를 해나간들 무슨 진정성이 있겠습니까? 나는 유적지를 있는 그대로만 보고 싶었습니다. 감은사에 스며들어와 주옥처럼 박힌 사연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 상식선에서 편견없이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앞쪽에 크게 보이는 탑이 동탑입니다. 감은사지에는 두개의 탑이 남아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서탑이 되겠네요. 사진에 보이는 산밑에는 대종천이라는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토함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린 물줄기인데 문무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대왕암 근처에서 바다와 만나게 되죠. 토함산은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큰 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절터 안 한쪽에 살.. 2020. 7. 1.
감은사 1 6월 20일 9시경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탔습니다. 보문관광단지를 지나갑니다. 현대 호텔이 호텔 라한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은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이겠지요. 대명콘도도 서양식으로 이름을 바꾸었더군요. 그런가 하면 예전 콩코드 호텔은 아직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엑스포 공원앞을 지나갑니다. 내가 탄 시내버스는 추령을 넘어 양북면 소재지를 지나서 약 50여 분 만에 감은사 부근에 나를 떨구어주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봉길교회입니다만 약속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감은사 부근에서 내린 것이죠. 논벌 너머 산밑에 보이는 곳이 감은사 터입니다. 삼층석탑 2기가 나를 맞아줍니다.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는 사진 자료를 확인해보았더니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여기를 처음 찾은 날은 2005.. 2020.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