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765 정님이 (情님이) 일을 하다가 커피 한잔으로 잠시 피로를 풀 때면 한 번씩 이 책을 보고 있어. "정님이" 정님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도 있어. 이시영 님의 작품이지. 나는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정님이 이 시 영 용산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며 밥솥을 타던 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 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 학교도 못 다녔으면서 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 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 수수밭을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 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 단단히 동여매 주던 소녀 콩깍지를 털어주며 맛있니 맛있니 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 아버지도 없.. 2022. 11. 2. 퇴근 길에서 2 저수지 끝에는 한옥 펜션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망산(=망성산) 옆을 지나갑니다. 시내에서 보면 둥그스름하게 보이는 산이지요. 금오 문화재 연구원 앞을 지나갔습니다. 옛날 율동 초등학교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나는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사방을 바라보았습니다. 문화재 연구원 앞 들판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습니다. 멀리 토함산과 경주 남산이 보이네요. 나는 동네로 이어지는 길을 달려가 봅니다. 그리운 이름들이 마구 피어올랐어요. 첫 발령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이 여기거든요. 그 아이들이 이젠 오십 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율동 교회와 경주 남산... 이 부근에서 하숙 생활을 이 년간 했어요. 평소에는 이 길로 잘 다니지 않는데 그날은 왠지 지나가 보고 싶더라고요. 구판장은 아직도 영업을 .. 2022. 11. 1. 퇴근 길에서 1 올해 여름 시골집을 구하고 나서는 그곳으로 매일 출퇴근을 했습니다. 시골 정취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다 다행인지 모릅니다. 빨리 달려 내려갈 일이 없으니 사방을 살피며 갑니다. 남이 농사 지어놓은 것을 보며 이것저것 구상도 해보았는데요... 그러다가 남의 밭 언저리에서 눈에 익은 꽃을 발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57vytNdt8Q 바로 이 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AmuzEMqqI 들어보았나요? 나는 누님들을 떠올렸습니다. 전주로 시집간 누님은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만나본지가 벌써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올 가을에는 꼭 전주를 한번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요.... 이러다가 영영 못 만.. 2022. 10. 31. 분재농원에 가보았어요 풀 뽑기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분재원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래서 가보는 거지.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오후였어. 전원주택이 늘어선 마을이 멀리서 다가왔어. 잘 가꾸어진 밭을 보자 느낌이 달라지더라고. 이제 이 철길은 폐선이 되었어. 굴다리 밑을 지나갔어. 무열왕릉 앞이 되는 거지. 멀리 토함산 자락이 보이네. 다 온 거야. 여기 사장님은 정말 양심적이지. 집념도 강한 분이고 말이지. 분재에 물을 주고 계셨어. 사장님께 수양매화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정보를 알아보았어.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대접을 받고 차도 마시고 쉬다가 일어서서 돌아왔어. 어리 버리 2022. 10. 29. 평생 처음으로 재판정에 출석해보았어요 재판정에 출두하라는 명령 통지서를 받고 지난 19일 수요일 오후에 법정에 가보았어요. 참으로 신기한 곳이더군요. 중학생이었던 시절, 즉결 재판정에 우연히 방청하러 간 적이 있었지만 사건 관련인 신분으로 가본 것은 평생 처음이었어요. 무슨 사유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피고가 아닌 증인이라는 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주위 지인들 중에는 자녀와 며느리가 판사인 사람도 있고 변호사 혹은 검사인 분도 있지만 크게 부러워할 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과 경찰서, 그리고 법원에는 안 가는 게 복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어쨌거나 결과가 선하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어리 버리 2022. 10. 28. 주책바가지 17 - 빨간 풍선 : 휘파람을 불지마, 그리고, 촛불도 끄지마 이제 텔레비전도 가져갔으니 음악을 들어야지. 일단 일부터 좀 해두고.... 점심을 준비하며 촛불을 켰어. 촛불을 켜 두고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먹었어. 빨간 풍선 노래를 들었어. 이런 노래야. https://www.youtube.com/watch?v=FC5KeWKhz4k 2분 30초 정도이니 한번 들어와. 베이스 기타 소리가 환상적이지. 가사도 좋아. 휘파람을 불지 마 그건 너무 쓸쓸해 촛불을 끄지 마 어두운 건 싫어 너와 나 빨간 풍선 하늘 높이 날아 가슴 깊이 묻어둬 너의 슬픔일랑 휘파람을 불지 마 그건 너무 정다워 촛불을 끄지 마 어두운 건 싫어 휘파람을 불지 마 기다림이 무서워 촛불을 끄지 마 님 모습 떠올라 조용히 숲 속 길을 마냥 걷고 싶어 아무 말도 하지 마 가슴속 눈물일랑 휘파람을 불지 마.. 2022. 10. 27. 이게 무슨 버섯인가요? 수사해당 분재가 죽어버렸어요. 거목이었는데 버리기가 아까워서 죽은 부분을 잘라내고 밑둥치만 가만히 남겨 두었더니 옆구리에서 새싹이 돋아 오르더라고요. 그 새로운 가지를 받아서 길렀더니 원래 그루터기는 말라죽으면서 거기에 버섯이 피어나기 시작한 거예요. 이게 무슨 버섯인가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어리 버리 2022. 10. 26. 자기 집이 필요한가 봐요 누구나 부담 없이 자기 집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의 요체(=핵심) 아니던가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아이도 예외가 아닐 거예요. 서울로 올라간 아이들의 최근 모습을 보내왔어요. 이건 경주에 내려왔을 때 찍은 사진이 틀림없어요.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요? 하나의 공간에 쌍둥이들이 번갈아가며 들어가서 놀았던가 보네요. 다시 또 보고 싶어 지는 걸로 보아 내가 늙어간다는 증거가 확실하네요. 어리 버리 2022. 10. 25. 오디오 관련 시설들만 옮겨갔어요 서재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해서 음악을 듣기로 하고 오디오 세트와 음악 감상용으로만 쓰던 텔레비전을 시골집에 옮겨 가기로 했어요. ㄱ부장님께 부탁해서 LP판과 CD, 그리고 녹음기용 TAPE를 승용차에 실었어요. 그동안 시골집에는 낡은 컴퓨터를 사용해서 음악을 들었어요. 다행히 스피커만은 그런대로 성능이 좋아서 만족했어요. 그랬다가 이제 오디오 시스템을 옮겨 가져가기로 한 거지요. 밖에서 신나게 일을 한 뒤 거실로 들어가서 혼자 앉아 한 끼를 때운 뒤 음악을 듣기로 했어요. 텔레비전 뒷면에 USB를 끼우고 음악을 재생시켰어요. 사운드 바(sound bar)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해주었어요. 귀로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어요. 가을 햇살이 마구 쏟아져 내리네요. 레코드 판을 틀어보았더니 그.. 2022. 10. 24. 이렇게 내어놓는게 맞나요? 산비탈 아랫부분에 가득한 풀을 제거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어. 사진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돼지풀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지. 작은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잡초와 잡목 제거라는 도전에 나섰어.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해나갔더니 이주일 만에 드디어 비탈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어. 구조물 밑에 가득한 비닐 보이지? 지붕을 덮었던 비닐은 미리 벗겨 두었어. 비닐을 꺼내서... 마당에 펼쳐놓고 말렸어. 그늘막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검은 비닐을 말아서 정리했어. 거름을 넣어두었던 비닐포대도 깔아 두고 햇볕에 말리기부터 먼저 했어. 빗자루로 흙을 쓸어냈지. 그런 뒤 씻은 후 말려서 정리해둔 거야. 이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내어두어야지. 나는 뭐든지 깔끔하게 정리해두어야만 미음이 편해. 거의 2주일은 매.. 2022. 10. 22. 소녀에게 15 -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1967년 1월 13일 금요일에 여길 떠나왔지. 그 기차역은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었어. 나는 거기를 잊지 못해.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고작해야 7년 정도 살았던 그곳이 가슴속에 깊이 박혀버린 것은 소중했던 유년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 거야. 아래에 올려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어? 원곡이 먼저 나오고 뒤를 이어 우리말 노래가 나올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TvMlrPHJpl8 젊었던 날, 나는 이 노래를 참 좋아했어. 내가 원래 로맨틱한 것을 좋아하는 낭만주의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해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철없는 감상주의자는 아니야. 다만 한 번만 살 수 있는 인생이기에 소중하게 의미를 두어가며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이지. 가슴속 한.. 2022. 10. 21. 금봉이를 남겨두고 홍백이는 미리 갔어요 서재에 금봉이와 홍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금붕어 두 마리를 키웠어요. https://yessir.tistory.com/15870202 금봉이와 홍백이 2 열대어를 키우기에는 내가 거처하는 서재가 너무 추워요. 그래서 열대어 대신 금붕어 두 마리를 기르고 있어요. 빨간 녀석은 금봉이, 얼룩백이는 홍백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녀석들은 먹성이 좋 yessir.tistory.com 두 달 전쯤인가 홍백이가 죽어버려서 담장 밑에다가 곱게 묻어주었어요. 이젠 금봉이 혼자 살아요 집을 두 채씩이나 가지고 말이죠. 아침에 나와 눈을 마주치면 밥 빨리 달라고 주둥이를 뻐끔거려요. 먼저 가버린 홍백이가 보고 싶네요. 어리 버리 2022. 10. 20. 와송(바위솔)이 이렇게 자라는 건 처음 봅니다 와송이라는 식물 아시지요?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8b3106a 와송 돌나물과 바위솔속에 속하는 다년생초. 동아시아에 분포하며 산지의 바위에서 주로 자란다.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로, 바위에서 자란 솔잎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 바위솔이다. ‘와송’은 100.daum.net 작은 매화 옆에 붙어 자라는 게 안쓰러워서 가만히 두었더니 이렇게 크게 자라났네요. 꽃은 또 얼마나 조롱조롱 달렸는지 모릅니다. 벌들도 종일 찾아오네요. https://yessir.tistory.com/15869669 백수 일기 6 - 와송 녀석은 뜨거운 기와지붕 위에서 잘 자라나기에 지붕지기 혹은 바위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와집 위에 자라는 소나무 같은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2022. 10. 19. 이제 블로그가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불의의 화재로 인해 며칠동안 티스토리 블로그가 엉망으로 변했었습니다. 오후 5시 50분경에 다시 접속했더니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생많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래의 정갈한 모습으로 복구시켜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파이팅!! 어리 버리 2022. 10. 18. 권영숙 선생님 수채화 전시회 - 그녀의 삶, 그녀의 그림 2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제 기억 속의 권영숙 선생님은 참으로 유능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객지에 오셔서 이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놀랍습니다. 전공을 이쪽으로 했더라면 대성하셨지 싶습니다. 이런 소재를 어떻게 찾아내었는지 궁금하네요. 제자들도 많이 참석해주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장작 시리즈인가 봅니다. 앞으로도 더더욱 정진하셔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아름답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능소화처럼 고귀하게 살아나가시기를 빕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전시회를 여시겠지요? 화환을 보내준 분들 가운데에는 기억 속에 간직한 이름도 보이네요. 거듭 축하드려요. 그렇게 작별하고 나왔습니다. 작품 뒤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자주 갔.. 2022. 10. 17.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4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