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선데이 서울, 그리고 김추자와 신중현...

by 깜쌤 2024. 1. 15.

아는 분으로부터 이성욱 님이 쓴 문화평론 책을 빌려서 며칠간 두고두고 읽었어. 

 

 

<군위군 우보>

 

1967년 1월에 처음 이사를 가서 정착하게 된 곳이 군위군 우보였는데 아는 친구 한 명 없는

곳이어서 너무 심심했던 거야. 동생들은 초등학생들이어서 전학 가서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나는 초등학교 졸업 바로 전에 이사를 갔으니 친구를 사귈 기회 자체가 없었던 거지.

 

그러니 거기 우보는 나에게 영원한 타향이 되어버린 거야.

 

 

이사 간 그곳에서는 살 집조차 없어서 비어있는 교회 사택을 빌려 몇 달을 지내게 되었는데

부근에는 신앙생활을 하시던  종고모부와 그 집 식구들이 있어서

자주 놀러 가게 되었던 거야.

 

 

 

<우보역 플랫폼 - 2024년 연말이면 이 구간 철로 자체가 폐선이 될 예정임>

 

나는 종고무 집에서 처음으로 선데일 서울이라는 잡지를 접하게 되었어. 그 책은 학생용이 아닌

성인용(?) 주간지였는데 책이라면 무조건 다 좋아했던 나였었기에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막 읽어나간 거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에게는 모든 게 다 지적인

호기심의 대상이었어. 새로이 무엇인가를 알아가는데 대한 즐거움과 관심은

그 누구도 못 말릴 지경이었어. 

 

그랬었기에 책만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어.

 

 

고등학교 때 이사간 작은 집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고 얼마 뒤엔 텔레비전을 처음 보게 되었어. 

김추자니 신중현이니 하는 가수들을 화면으로 처음 본 게 아마 그때였지.

그건 나에게 충격이었어.

 

주말의 명화 극장은 또 어땠는지 알아? 영화는 나를 환상의 세계로 몰고 갔던 거야. 선남선녀들로

채워진 배우와 화면 가득하게 깔리는 영화 음악이 나에게 던져준 충격은 엄청났던 거야.

그랬길래 지금도 컴퓨터가 있는 책상 옆에는 영화 관련 서적들이 채워져 있어.

 

 

<우보역 부속 건물 - 벌써 폐역이 된지 십여년이 된 것 같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김추자 씨나 신중현 같은 가수는 시대를 한참 앞서 갔던 분들이었어.

김완선 씨는 또 어땠어. 지금 시대에 등장했더라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을 텐데... 

너무 아까운 분들이야.

 

나도 그럴 것 같아. 지금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도서관을 집 삼아서 날밤을 세울 것만 같아.

원 없이 공부하고 책에 빠져들어보고 글을 쓰고 싶어. 문학적인 글 말고 이런 종류의

문화 비평서 같은 그런 글 말이야.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문화를 분석한 글을 이 나이 되어 읽어보는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어.  

아득하게 흘러가 버린 그 시절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긴 했지만 

다시 소환해서 곱씹어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젠 내가 간직해 왔던 추억조차도 곱게 흘러 보내주어야지 뭐.

 

 

인생 두 번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건 크나큰 행복인데....

나는 지금 태어나서 자라나는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너무 부러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