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768 경주에서 자전거로 포항 다녀오기 9월 22일 수요일, 추석 명절 끝자락에 포항을 가보기로 했어. 명절에 찾아올 사람도 없으니 한가했던 거야. 집에서 출발하여 시외곽지대에서 아는 분을 만나기로 약속해두었지. 자전거길에 관심이 많은 교수님과도 동행하기로 했었지만 선약 때문에 둘이서만 가게 되었어. 용강동으로 옮겨간 황남초등학교 앞을 지났어. 경주 북쪽 끝자락 강변에서 지인을 만났어. 강변으로 달리는 거야. 이 쪽 길로는 몇 번 다녀본 경험이 있으므로 익숙한 길이라고 할 수 있지. 멀리 안강벌이 보이네. 전국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보았으므로 시정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들에게 몇 번이나 경주 자전거길의 현실을 말씀드렸어. 그러나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었지. 하기야 나 같은 사람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어? 율곡 선생이나 다산 .. 2021. 10. 6. 밤을 많이도 주워왔습니다 9월 11일이면 거의 한 달 전인데 그때 벌써 아내가 밤을 주워왔더군요. 물로 깨끗이 씻어서 말렸습니다. 널어 말리는 건 제 몫이었네요. 그 뒤로도 아내가 제법 많은 밤을 주워왔습니다. 밤을 삶아서 먹기도 하고, 껍질을 까서 밥에 얹어먹기도 하고, 아는 분들에게 나누어주며 인심을 쓰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그 밤을 가지고 서울까지 다녀왔습니다. 서울 가는 김에 가져갔다는 말이죠. 뭐니뭐니해도 밤은 구워 먹어야 제맛인데 도시에서는 그렇게 먹기가 힘이 드네요. 어리 버리 2021. 10. 5.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7 : 영천까지 달리다 9월 16일 무성리에 갔어. 벌초를 하기 위해서야. 선산이 그쪽에 몰려있거든. 벌초를 끝내고 아우네 집에 왔더니 10시 반이 되었더라고 3시간 걸린 셈이지. 모두 여섯 군데를 돌아야 하는데 가장 힘이 드는 두 곳을 동생이 미리 해놓았기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을 벌 수 있었어. 오촌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동생들과도 작별했어. 동생 하나가 영천 호국원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자전거에 올랐어. 영천까지 가는 거야. 10시 45분이었어.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이므로 영천까지는 세 시간 이상이 걸릴 거야. 신녕에서 영천까지만 조금 혼잡스러워질 수 있겠지만 갑티재 꼭대기까지는 한적한 도로여서 라이딩 하기에는 그저 그만이야. 미성리에 있는 미성교회 앞을 지나갔어. 우보에 이사와서 사귄 친구는 몇 명 되지 .. 2021. 10. 4.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6 : 리틀 포레스트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영화 한 편을 두고 되게 우려먹는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걸. 나는 우보 기차역 방향을 바라본 거야.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산이 탑리 금성산이야. 그 밑에 신라에 병합된 조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어. 길 끝머리에 서있는 나무는 처음 부분에 등장하지. 내일 나는 저 골짜기 사이로 달려가야 해. 그래야 영천까지 갈 수 있어. 영천까지 가야 대구도 갈 수 있고 경주, 울산, 포항도 갈 수 있는 거야. 주연 배우가 누구였더라? 문소리씨와 김태리 씨였지. 먼 데 풍경을 보니 아련해지네. 저기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니며 통학을 했었지. 영화에 등장하는 집이 나타났어. 이 작은 개울가에 집이 있어. 이건 위천으로 흘러들어 가는 작은 줄기야. 팔공산 자락에서 발원.. 2021. 10. 2.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5 : 우보 부근 우보로 돌아가는 길에는 위천 반대편 제방 길을 사용해보았어. 산을 깎아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 흉물스러웠어. 이런 탐스러운 농지가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른다면 생각 얕은 위정자라고 할 수 있어. 이런 길을 달릴 수 있다는 건 행운이지. 작은 보가 나타나더라고. 보의 소중함을 모르는 자는 농사의 기본을 모르는 거지. 나는 다시 다리를 건너서 원래의 자전거도로쪽으로 나왔어. 위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작은 샛물기쪽에 낚시꾼들이 몰려 있었어. 낚시 TV에 나오고 나서 얼마나 많은 꾼들이 몰려드는지 모르겠어. 곱게 낚시만 하고 가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 대추밭에는 열매들이 조롱조롱 달렸어. 여기 대추는 알이 굵고 달지. 멀리 우보 산자락이 보여. 싸리나무 군락을 발견하고 잠시 멈추어섰어. 싸리꽃이 가득 피었더라.. 2021. 10. 1.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4 : 할머니를 그리며 나는 논벌 한가운데 물풀로 가득했던 작은 못(웅덩이)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 보았어. 장수잠자리나 왕잠자리를 볼 수 있었기에 자주 찾아갔었어. 그 작은 연못을 가기 위해서는 이 장소를 꼭 지나가야 했어. 느티나무 한그루가 버티고 서있는 동구라고 해야겠지. 동네 입구에는 느티나무 같은 큰 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고 거긴 어른들이나 아이들 놀이터 구실을 했었지.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노랫말을 아는지? 동구는 그런 뜻을 가진 말이야. 읍성이 있는 작은 도시라면 성문 부근 빈터가 동네 광장 구실을 했어. 나는 느티나무 부근에서 논으로 이어지는 길로 꺾어 가본 거야. 얼굴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친구를 잘 사귈 줄 모르는 아이였기에 혼자서만 이리저리로 살방살방 돌아다녔어. 분명히 이 부.. 2021. 9. 30.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3 : 무성리에서 군위읍 무성리는 아버지의 고향이지. 그러길래 할머니는 여기에서 평생을 사셨어. 아버지 외가인 진외가가 어디인지 기억도 못하는 나는 불효자야. 나는 5번 국도에서 무성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는 거야. 왼쪽에 보이는 다리가 옛날 다리이지. 어도도 만들어져 있네. 멀리 보이는 곳이 간동이야. 나는 그쪽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온 거지. 지금 나는 빨간색 점 끝머리에 와 있는 거야. 3이라는 숫자 아래쪽이지.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 거야. 할마니 집 추억이 확실하게 남아있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어. 그 전에도 왔었겠지만 기억이 안 나네. 여름방학이면 여길 와서 위천에 부지런히 드나들었어. 잘디 잔 잔자갈이 가득했던 강에는 별별 물고기들이 가득했었어. 종개가 많았던 것은 확실히 기억해. 그런데 이제는 .. 2021. 9. 29.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2 : 위천을 따라 가다 벌판에 서있는 큰 나무가 영화 첫 부분에 등장한다고 했지? 멀리 산 밑에 보이는 동네는 우보면 소재지야. https://www.youtube.com/watch?v=U2DIv8QDRIE 동영상을 재생시켜 보면 제일 먼저 벌판에 자리 잡은 나무가 등장하지. 짙은 그늘이 진 누에처럼 생긴 산 밑에 우보역이 있어. 나는 우보역 쪽을 향해 가는 중이야. 멀리 붉은색을 띤 건물이 보이지? 이제는 분교로 변했지만 한때는 어엿한 본교였어. 아내는 거기에서 근무를 했었어. 그게 벌써 수십여년 전 일이지. 우보에서도 대구 팔공산이 보여. 이 부근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지. 순해 빠진 삽살개가 나를 맞아주었어. 짐을 맡겨놓고 다시 돌아 나왔어. 청소년기를 보냈던 동네야. 작은 마을이지.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를 조.. 2021. 9. 28. 군위에서 영천까지 - 자전거 여행 1 : 화본에서 출발하다 9월 15일 오전 10시 15분경 화본 역에 내렸어. 화본이 어디냐고? 그게 궁금하면 아래 지도를 봐.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날 거야. 붉은 선을 그어놓은 도시들이 대구, 영천, 경주, 안동, 구미, 포항 같은 곳이야. 영천과 의성 사이를 보면 노란색 선으로 체크 표시를 해두었지. 거기가 군위군 화본이야. 중앙선 기차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다 보면 화본역을 만나게 되고 그다음이 우보, 그 다음은 탑리, 다음이 의성이지. 난 화본역에서 기차를 내린 거야. 화본역은 간이역 가운데에서 네티즌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뽑힌 사실이 있어. 플랫폼에 내려서 남쪽을 보면 우뚝 솟은 산이 보일 거야. 그게 대구를 상징하는 팔공산이야. 화본역과 마을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 기차가 서는.. 2021. 9. 27. 고졸미가 흐르는 야선 미술관 구름이 많이 끼었던 날 자전거를 타고 변두리로 나갔어. 은퇴하신 교수님과 함께 갔었어. 비어있는 것 같았지만 교수님께서 몇 번을 부르시자 단아한 미모를 지닌 여자주인이 등장하셨어. 나는 집안 분위기가 너무 궁금해서 마당을 살펴보았지. 마당에는 기와집이 몇채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는데 하나같이 단정해 보였어. 밤이 되면 분위기가 한결 살아날 것 같았어. 9월 초순인데도 여기저기 심어진 꽃나무들은 수수한 꽃들을 달고 있었어. 마당을 보면 주인 성품을 알 수 있지 않겠어? 민박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야옹이 한마리가 내 곁을 맴돌았어. 글씨를 보니 주인장 수준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 보였어. 동남산 자락 어드메쯤이야. 이런 집이 숨어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어. 멍멍이도 점잖기만 했어. 카페와 숙박을 겸.. 2021. 9. 25. 이런 나라에 살고 싶어 내가 그 나라를 처음 가본 게 서기 2천 년이었어. 우리나라와 국교를 수립하고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뒤에도 한동안 가지 않았어. 그 나라에는 1990년대만 해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전용화폐가 있었어.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통용되는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반드시 외국인 전용화폐를 사용해야 했으므로 이는 현지인 물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돈을 쓰라는 정부 공인 공식 바가지 제도라고 볼 수 있었지. 나는 그런 것이 싫었던 거야. 그 나라에서 외국인 전용화폐 제도가 폐지된 게 1994년 정도였을 거야. 그리고도 6년을 더 기다렸다가 여행을 갔어. 남들이 모두 백두산을 가본다고 난리를 치며 구경을 갈 때도 나는 안 갔어. 통일되면 우리 땅을 거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거야. 나는 그 고집을 아직도 부리고 있.. 2021. 9. 24. 소녀에게 4 - '바람만이 아는 대답' 창밖 풍경을 보며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되짚어 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랑스런 날보다는 부끄러운 날들이 더 많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용기 없이 바보처럼 살아온 날들이 너무 많았기에 머리 위에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게 부담스럽기만 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Ld6fAO4idaI 나이들면서 이런 노래를 자주 들어봅니다. 노래하는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그게 가능한 일이던가요? 2016년에 그런 일이 일어났었지요. 팝 가수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밝혀지던 날, 세계는 전율했다고 들었어요. 밥 딜런이 직접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링크해서 소개하려고 했더니 저작권 문제로 차단이 되어 버리길래 다른 가수가 부르는 동영상으로 대신할 게요. 이 정도의 노래는 당연히 알고.. 2021. 9. 23. 차 빠지다 딱 한 달 전인 8월 18일, 잘 아는 교수님과 함께 현장 확인을 나갔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좁은 농로에 들어섰는데 얼마 안 있어 오른쪽 바퀴가 시멘트 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봇도랑으로 빠져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차가 없는 사람이니 조수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운전하신 교수님께서 워낙 발이 넓으신 분이라 근처에 거주하는 어떤 분께 도움을 요청했더니 바로 달려오셨더군요. 그분의 도움을 받아 보험회사에 연락을 할 수 있었고 얼마 안 있어 구조차량이 현장으로 찾아오네요. 구조차 운전기사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차를 끌어내더군요. 이렇게 한바탕 생 쇼를 하고 돌아오다가 결국은 시내에서 교통사고 원인제공자가 되고 말았네요.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잘 해결.. 2021. 9. 18. 귀하고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을 받았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저에게는 너무나 귀하고 큰 선물이었네요. 생명보다 소중한 게 또 있을까요? 사내아이들입니다. 삼 년 만이지요. 지난 8월 10일에 태어났네요.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초였습니다. 제 생일날이었지요. 8월 10일은, 3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의식 없이 누워있다가 35분 만에 기적적으로 병원에서 눈을 뜬 날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신기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2018년은 새로운 목사님 청빙을 위해 한창 애쓰던 해였습니다. 선임장로님과 차석이던 제가 일주일 간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했었네요. https://blog.daum.net/yessir/15869063 살아난 것이 기적입니다 8월 9일 목요일 아침, 자전거를 가지고 영주행 기차에 몸을 .. 2021. 9. 17. 주책 바가지 3 :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 Roberta Flack https://www.youtube.com/watch?v=Id_UYLPSn6U 이 곡을 아는지요? 로베르타(=로버타) 플락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죠. 아주 오래전 노래여서 지금 세대는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가사는 우리말로 번역된 것도 있었지만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영화 의 마지막 부분에 이 음악이 깔립니다. 그 부분을 소개하려다가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좀 그렇다싶어서 일부러 뺐습니다. 가사를 소개해 볼게요.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내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Sung By Roberta Flack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I thought the sun rose in your eyes And the.. 2021. 9. 16.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4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