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을 보고 "나는 우리 대통령을 잘 알지."라고 말을 하면 모두 다 전혀 믿질 않았어.
내가 잘 안다고 몇 번 강조하고 나면 어떤 아이들은 되묻기도 했어.
"선생님께서는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을 잘 아세요?"
그러면 나도 당당하게 대답했었어.
"그럼! 잘 알고 말고!"
몇 번이나 확실하게 대답을 하면 아이들 반응이 달라지는 거야. 그러면서 "오오!" 하는 소리가 뒤를 이어 쏟아졌던 거야.
그 정도가 되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한마디를 덧붙이지.
"난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을 잘 알고 있어. 진짜 중요한 문제는 말이지, 그 분이 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야."
거기까지 말을 하면 아이들은 피식 웃고 말지. 사실이 그렇잖아? 우린 누구나 우리 대통령의 이름도 알고 어디 출신이며 학교를 어디에서 다녔는지 하는 사실 정도는 환하게 알고 있잖아? 그 정도면 잘 아는 거 맞지?
문제는 그분이 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잖아. 그분이 나를 정말 소상하게 알고 있다면 나도 한자리 정도는 차지하고 살지 않겠어?
그냥 웃어보자고 하는 농담이야. 웃자고 하는 말에 당신이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을 잘 아느냐는 식으로 죽일 듯이 따지며 덤벼드는 분은 안계시겠지?
최근 들어 나는 소산 선생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
나는 그 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어.
그분의 출생지와 작품 성향도 알고 성장 과정도 조금 알며 그분을 그런대로 잘 아는 친척도 한 사람 알고 있어.
문제는 그 분이 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야.
그러니 실제로 만나 볼 일은 없겠지 뭐.
이쯤 하면 소산 선생이 누군지 궁금해지지?
나는 그 분은 만나기 위해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보문관광단지까지 갔던 거야.
이젠 나도 국가에서 공인해준 어엿한 신분이기에 입장료를 면제받았어.
그런 신분이어서 그런지 안내하시는 분이 얼마나 친절하게 잘 대해주시는지 몰라. 감격스러울 정도였다니까.
그동안 국가를 위해 줄기차게 세금도 많이 내셨으니 이젠 이 정도는 기꺼이 봐드립니다 하고 하는 것 같았어.
그러니 보무도 당당하게 입장해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너무나 유감스럽게도 허리가 쫘악 잘 펴지지 않았고 걸음에는 맥이 빠지고 있었어.
눈도 침침해져서 임포메이션인지 인포메이션인지 구별하기 어려웠어. 늙으면 몸도 임포(=impotence)가 되는 데 눈까지 그러면 뭣하는 거야?
정보 덩어리들이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고 보고 또 봐도 기억되지 않았어.
'늙으면 죽어야 된다'라고 그러던데 이젠 말도 헛나온다니까. 그 말이 한번씩은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아이고! 죽으면 늙어야 돼."
해피 버스킹이라는 말도 원래 뜻대로 이해되지 않고 버스에 킹이 왜 타서 난리야라는 식으로 다가온다니까.
노망 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그렇게 생각하는 그대는 늙어봤어? 안 늙어봤지?
"난 젊어봤어. 젊어 봤다니까!"
명언은 적어두어야 돼.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가지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중요한 내용을 잘 적어두는 것이야.
이런 온갖 생각들을 혼자서 머릿속으로 종횡무진으로 펼쳐가며 경주 엑스포 공원 안으로 들어갔어. 오늘따라 맛이 좀 많이 간듯 하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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