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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추억을 찾아서 2

by 깜쌤 2006. 10. 28.

  

 

Jean Redpath

 

 

먼저 음악 재생을 클릭하시고 보시지요. 그게 낫지 싶습니다.

 

 

  억새가 가을 햇살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고향은 타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찬찬히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차시간이 급하니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더덕 밭머리엔 억새 한무리가 마지막 생명의 잔치를 벌여두었습니다.

 

 

 

 철늦은 해바라기 옆 사과밭엔 사과가 영글고 있었습니다. 몇개를 사려고 했더니 영감님께서는 배를 두개 주시더군요. 단물이 얼마나 진한지 다 먹고 나니까 손바닥이 끈적거렸습니다.

 

사람사는 동네 인심은 그래야 정이 생깁니다. 어쩌면 그분은 어깨동무의 백씨쯤 되는지도 모릅니다. 나도 머리카락이 허옇게 되었으니 이젠 같이 늙습니다.

 

 

 

 나도 이젠 세상 명예와 욕심도 다 버렸으니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어야지요. 뭐 하나 이루어 놓지도 못한 시시한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크게 후회스런 일은 없지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습니다.

 

여기서 공개적으로 밝힐 일이 못되므로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는 오늘도 어떤 분께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시간이 가버린 것 같습니다.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았고 자랑스런 것 보다는 부끄럽고  험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새로 살면 더 열심히, 신중하게 살테지만 이젠 어쩔수가 없습니다. 

 

 

 

 혼자서 걷는 길이 호젓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육칠십년은 살게 되니 한해살이 식물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강을 따라 한참이나 가야하는 친구를 따라 아무 연락없이 놀러갔었는데 한밤중에 횃불들고 찾으러 오셨던 어머니도 이젠 너무 늙어버렸습니다. 나도 곧 그만큼 늙어버리겠지요. 

 

강가 마을에 살았던 친구는 정신질환으로 열일곱도 안되어 죽었습니다. 얼마나 친하게 지냈었는데...........  강 건너편 마을에 살았던 또 다른 친구도 정신이 이상해져서 아직까지 한번도 만나보질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모든 일이 다 꿈만 같습니다. 한바탕의 꿈 말입니다.

 

 

 

 물새알을 찾으러 강바닥을 돌아다니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참 고단한 인생을 사셨던 것 같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어디 예전만 했겠습니까? 

 

 

 

이젠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배 하나로 배를 채운 나는 발걸음을 돌립니다.

 

 

 

 친구집이 어디였던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 어디쯤이었던 것 같은데.....

 

 

 

 대처(大處)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길을 재촉합니다.

 

 

 

 그리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시내버스를 타고 영주로 갔습니다.

 

 

 

 영주역에서 책을 보며 기다리다가 기차를 타고 돌아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습니다. 이렇게 인생이 가는가 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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