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부근의 공방에 들렀습니다. 항상 스쳐지나가면서도 최근에는 들어가보질 못해서 오늘은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본 것입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수더분함 속에는 뛰어난 미적 감각이 숨을 쉬고 바깥 양반의 순수함 속에는 가구 제작을 위한 소목 장인의 집념이 숨겨져 있습니다. 나는 주인 내외를 볼 때마다 진정한 프로정신의 의미와 넉넉함을 배웁니다.
진열된 가구의 대부분은 바깥양반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의 작품 속에는 질박함과 검소함, 그리고 수수함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끌리는 묘한 정감을 일깨운다고나 할까요?
사실 형편만 된다면 서재를 이 분 작품으로 채우고 싶지만 여건이 그렇게 되질 않으니 사진을 통해 대리만족만 하고 삽니다.
진열된 물건과 소품들 하나하나가 범상함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나는 아주머니의 넉넉함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항상 고즈녘한 모습으로 정갈함을 잃지 않는 그 모습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낍니다.
나는 처음에 진짜 메주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사실감이 넘쳐 나더군요.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명함인데 제 명함집에 넣어두고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경주이므로 가게 전화번호에는 지역번호인 054가 필요합니다.
거리로 면한 윈도우 쪽으로는 새 둥지가 매달려 있습니다. 진짜라고 착각할 정도입니다. 나에게 있어 둥지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해야겠습니다.
병원을 다녀 오며 상했던 어수선한 마음을 여기에서 정리하려고 들어가 본 것인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랑방을 하나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아내가 들어왔는가 봅니다. 아내 얼굴만 보고 다시 나가야겠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이거든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