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빈집 2

by 깜쌤 2006. 5. 18.

 

"보이소!

 다 어데로 갔니껴? 

 동네 사람들 다 어데로 갔니껴?"

 

- 군대 간다며 동네돌며 인사하던 

   어깨 벌어진 친구 형님이 보이지 않았다 -  

 

 

 

 

 

"동네에 이래 사람이 없니껴?

 어데 일 나갔니껴?"

 

- 가마타고 시집와서는 부끄럽다며

   항상 고개 숙이고 다니던 친구 형수도 보이지 않았다 - 

 

 

 

 

 

"어데로 머얼리 갔니껴?

 모두 가기마 하마 왜 안오니껴?"

 

- 살짝 돌아버린 정신때문에

   맨날 고래 고함 지르던 동네 형도 보이질 않았다 -

 

 

 

 

 

 

"동네 마이크로 외마(=큰소리로 외치면) 오니껴?

 참말로 다 어디로 갔니껴어어어어어어어~~~~~~~"

 

 

 - 이상하게도 저승길은 한번 가면 오지 않았다.

    거기는 확성기 소리도 못듣는가 보다 - 

 

 

 

 

 

"여(=여기) 정미소는 언제 문 닫았니껴?

 보리밥 서너 그릇씩 물말아 먹던 장골들이

 다 어데로 갔니껴?"

 

 - 이장 모곡 장부 들고

    마실 돌던 아제도 사라졌다 -

 

 

 

 

 

"여는(=여기는) 사람 흔적이 쪼매(=조금) 보이니더마는

 인적이 없니껴?"

 

- 큰산 너머 벼락 맞은 산대추 나무 구해와서

   인감 새긴다고 지게 지고 나가던

   뒷집 친구 아버지도 도무지 기척이 없다 - 

 

 

  

 

 

 

"아제이껴?

 할배이껴?

 할매이껴?"

 

- 인사말 단 한마디로

  긴 안부 다 전하던

  마실 어른들도 정말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

 

 

 

 

"야야~

 잘 가그래이.

 또 언제 볼똥 모를따만 우짜든동 몸조심하고

 잘 살그라이~~~.

 

 내 이사갈때 그리 섭섭해하시던 친구 모친은

 어데로 갔니껴?

 어데서 긴 잠 주무시니껴?

 그 잠은 잠들마 고마 깰줄도 모르니껴?"

 

 

 

 

"정제(=부엌에) 계시니껴?

 뒤깐에 가셨니껴?

 아이마(그게 아니면) 밭에 가셨니껴?"

 

 - 텃밭이 저리도 형편없이 묵어 자빠진 것을 보면

   사람이 보일리가 없다 -

 

 

 

 

 

"벽이 이리 허물어져싸도

 우예 고치는 사람이 없니껴?

 참말로 마카다(=모두다) 와 이라니껴?"

 

 - 병기야 ~

    기한아 ~

    치운아 ~

    그리운 이름을 불러도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이 동네는 이제 사람이 없는갑다.

  나는 마 갈란다.

  목도 시고(=쉬고) 힘도 업꼬(=없고)

  맥도 빠지끼네 다 살았는갑따."

 

 - 그게 인생이라는 것인가 보다 -

 

 

 

 

 

 

 

"이리 불러싸도 대답이 업스이끼네

 그라마 나도 인자 한마디 남기고 가니데이.

 난도(=나도) 모두 다 그립기는 매한가지구마.

 나도 보고픈거는 마찬가지시더.

 인자 어데서 만날지도 모를시더.

 잘 계시소."

 

 - 그렇게 인사나마 드리고 왔다 -

 

 

 

어리

버리

 

 

 

 

   

 

 

출처: 아트힐 .    글쓴이  - 푸른 메아리 님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서 봐 1  (0) 2006.05.24
그게 그렇습디다  (0) 2006.05.21
빈 집 1  (0) 2006.05.16
길 2  (0) 2006.05.11
길 1  (0) 200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