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소!
다 어데로 갔니껴?
동네 사람들 다 어데로 갔니껴?"
- 군대 간다며 동네돌며 인사하던
어깨 벌어진 친구 형님이 보이지 않았다 -
"동네에 이래 사람이 없니껴?
어데 일 나갔니껴?"
- 가마타고 시집와서는 부끄럽다며
항상 고개 숙이고 다니던 친구 형수도 보이지 않았다 -
"어데로 머얼리 갔니껴?
모두 가기마 하마 왜 안오니껴?"
- 살짝 돌아버린 정신때문에
맨날 고래 고함 지르던 동네 형도 보이질 않았다 -
"동네 마이크로 외마(=큰소리로 외치면) 오니껴?
참말로 다 어디로 갔니껴어어어어어어어~~~~~~~"
- 이상하게도 저승길은 한번 가면 오지 않았다.
거기는 확성기 소리도 못듣는가 보다 -
"여(=여기) 정미소는 언제 문 닫았니껴?
보리밥 서너 그릇씩 물말아 먹던 장골들이
다 어데로 갔니껴?"
- 이장 모곡 장부 들고
마실 돌던 아제도 사라졌다 -
"여는(=여기는) 사람 흔적이 쪼매(=조금) 보이니더마는
인적이 없니껴?"
- 큰산 너머 벼락 맞은 산대추 나무 구해와서
인감 새긴다고 지게 지고 나가던
뒷집 친구 아버지도 도무지 기척이 없다 -
"아제이껴?
할배이껴?
할매이껴?"
- 인사말 단 한마디로
긴 안부 다 전하던
마실 어른들도 정말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
"야야~
잘 가그래이.
또 언제 볼똥 모를따만 우짜든동 몸조심하고
잘 살그라이~~~.
내 이사갈때 그리 섭섭해하시던 친구 모친은
어데로 갔니껴?
어데서 긴 잠 주무시니껴?
그 잠은 잠들마 고마 깰줄도 모르니껴?"
"정제(=부엌에) 계시니껴?
뒤깐에 가셨니껴?
아이마(그게 아니면) 밭에 가셨니껴?"
- 텃밭이 저리도 형편없이 묵어 자빠진 것을 보면
사람이 보일리가 없다 -
"벽이 이리 허물어져싸도
우예 고치는 사람이 없니껴?
참말로 마카다(=모두다) 와 이라니껴?"
- 병기야 ~
기한아 ~
치운아 ~
그리운 이름을 불러도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이 동네는 이제 사람이 없는갑다.
나는 마 갈란다.
목도 시고(=쉬고) 힘도 업꼬(=없고)
맥도 빠지끼네 다 살았는갑따."
- 그게 인생이라는 것인가 보다 -
"이리 불러싸도 대답이 업스이끼네
그라마 나도 인자 한마디 남기고 가니데이.
난도(=나도) 모두 다 그립기는 매한가지구마.
나도 보고픈거는 마찬가지시더.
인자 어데서 만날지도 모를시더.
잘 계시소."
- 그렇게 인사나마 드리고 왔다 -
어리
버리
출처: 아트힐 . 글쓴이 - 푸른 메아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