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가 넘어서야 소피아 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에 나오니 황당함 그 자체이다.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무엇을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정보가 없으면 없는대로 버티면 된다.
먼저 환전을 해야하지만 정보가 없으니 루마니아 물가 수준을 짐작해서 일단 30유로만 환전을 하기로 했다. 그래야 시내까지 걸어가든지 택시를 타든지 할 것 아니겠는가? 일단 대합실에 앉아 짐을 지키게 한 뒤 화장실에 가서 복대에서 유로를 조금 꺼내 왔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은행을 찾으면 된다. 대합실은 천장이 높고 크다. 사람들도 많지만 시설은 별로이다.역구내에 은행이 있었다. 30유로를 주니 57레발을 준다.
으흠, 돈 단위는 레발이고 환율은 1유로에 약 1.9레발 정도구나 싶다. 하지만 여긴 역이니까 은행에 가면 더 낫게 환전해줄 것이다. 이젠 지도를 사야한다. 역 안에는 서점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왜 인포메이션 센터가 안보이지?
서점에 가서 지도를 사야하는데 영어가 안통한다. 어찌어찌해서 아줌마에게 지도를 한장 구했는데 자세히 보니 불가리아어로 되어 있다. 그 아줌마도 대단하다. 우리에게 불가리아어 지도를 팔다니..... 우리가 불가리아어를 모르는 여행자인줄 알면서도 팔아먹다니......
다시 가서 교환을 해달라니 안해준다. 이야, 대단하다. 한번 팔면 끝이다 이거로구나. 양심에 철판깔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럼 좋다. 내가 어디 그냥 갈 사람이냐? 기다려봐라. 이번에는 역 구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저기 한구석에 국제열차표를 파는 곳이 있다. 찾아가서 말을 걸었다. 나이가 조금 드신 여자분이지만 일단 이쁘다는 말은 반드시 해 준다.
"아리따운 숙녀분! 실례합니다. 우린 방금 소피아에 도착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말이죠. 그런데 저기 매점에서 지도를 샀는데 불가리아어 지도를 주지 않겠어요? 우린 불가리아어를 모르는데..... 그리고 말입니다. 터키의 이스탄불에 가는 기차표를 구하고자 합니다.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요? 먼저, 이스탄불행 기차는 거의 다 정지되어 있습니다. 대홍수가 아 나라를 덮쳤거든요. 아마 버스는 갈지 모르지만 기차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안됐군요. 그리고 그 지도는 이리 주세요. 제가 영어판으로 바꿔줄께요."
성공이다. 역시 친절하다. 상대를 추켜주면 거의 모두가 친절하게 나온다. 기차 상황도 알아내었고 지도도 바꾸었으니 됐다. 후진국일수록 제복 입은 사람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 이젠 호텔만 구하면 된다. 다시 대합실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는 불가리아 중앙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 왼쪽 편에 자리잡고 있는데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그런지 웅장하고 크다. 속에 들어가서 상황을 보았다. 전광판을 보니 터키로 가는 버스도 있긴 있다. 배낭여행자들이 표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지금은 호텔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일단 터키로 가는 버스표를 어디서 구하는지만 알아두고 돌아섰다.
우리가 지도를 보고 시내를 탐색하자 어떤 신사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다. 우리 형편을 이야기하고 싼 호텔을 찾는다고 하자 정보를 알려준다.
"일단 큰길을 따라 시내로 들어가다가 개울을 만나면 다리를 건너라. 바로 왼쪽편에 싸고 깨끗한 호텔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인데, 홍수로 인해 흑해로 나가는 기차편은 다 끊어져 있으므로 그리 아시라."
역시 솟아날 구멍은 존재한다. 한샘군과 함께 둘이서 시내로 걸어 들어갔다.
친절한 신사가 가르쳐준대로 한참을 걸어갔더니 정말 작은 개울 하나가 나타났다. 그러면 이젠 다 된 것이다. 개울을 지난 사거리에 서서 보니 에도나라는 작은 호텔이 보였다. 2성급 호텔이다. 들어가서 물어보았다.
다른 방은 다 예약이 되었는데 5층에 아파트 형식의 방이 하나 남아있단다. 가격은 50유로란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올라가서 보았더니 방이 두개에다가 큰 거실이 하나 딸려 있었다. 샤워실도 물론 있다.
이 정도라면 한사람당 12유로에서 13유로 정도가 아닌가? 오케이다. 묵기로 했다. 이젠 다시 역까지 돌아가야 했다. 그래야 내 큰배낭을 매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다리를 절뚝거리며 역까지 걸어왔다.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른다.
기차역에 돌아오니 ㄱ부장과 ㅎ부장 두 사람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료했으리라.
"보소, 두 양반! 방이 없어요. 물가도 예상외로 비싸고.... 큰일 아니오? 이제 두 사람이 나가서 호텔을 한번 찾아보소."
"무슨 소리를? 얼굴 표정을 보니 찾아놓고 온 것 같은데...."
ㄱ부장은 눈치 하나 엄청 빠르다. 하기사 같은 교회에서 손발 맞춘지가 오래 되었으니 내 성격은 나보다도 더 잘 아는 양반이다. 에이, 장난 한번 쳐보려고 했더니 헛방이다.
"자, 동무들 갑세."
그리하여 우리들은 호텔을 향하여 배낭을 매고 정신없이 걸었던 것이다. 방에 가서 짐을 풀고 창문을 열고 보니 소피아 시내 풍경이 나타났다.
저어기 황금색 돔이 보인다. 저게 무슨 건물일까?
저쪽으로는 산이 있구먼. 집들은 붉은 색 지붕으로 덮여있고....
자, 그러면 이제부턴 빨래나 좀 하자. 어제 루마니아 수도를 헤매느라고 빨래를 못했으니 지금 빨아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홀아비 4명은 순서를 지켜가며 부지런히 빨래를 해대었던 것이다. 그다음엔? 당연히 한숨 자야한다.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5시 경이 되었다. 문을 잠그고 나가려니 어랍쇼다. 문이 안열리는 것이다. 할수없이 카운터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열쇠공을 불러 준단다. 한 10분 정도 지나자 열쇠공이 와서 확인해보더니 자물쇠 전체를 바꿔야한다면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결국 그는 자물쇠 전체를 바꾼 것이다. 한 20여분 걸렸을까? 콜라를 한잔 대접했더니 매우 좋아했다.
그렇게 자물쇠까지 고치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우리들은 시내 관광에 나섰던 것이다. 해 어스름에 말이다. 자, 이젠 소피아 시내로 나아가신다. 기다려라, 물렀거라~~~~
대강 그렇게 생겨먹었소이다. 잘 보셨소? 소피아 거리 말이오. 중간에 우리나라 회사들 광고판도 보셨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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