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불가리~~스, 불가리아 5

by 깜쌤 2006. 3. 21.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5층 거실에서 잠을 잔 나는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났다. 어제 너무 피곤했던 터라 모두 정신없이 자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도 인터넷이 잘 터졌다. 어제는 피시방에서 가서 교회 성지 방문팀 카페에 가서 글을 올렸었다.

 

"현재 불가리아에 와있는데 곧 터키로 갈 것이다. 예정대로 이스탄불 국제 공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오늘 터키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하루 더 있다가 갈 것인가를 가지고 의논 끝에 모여 앉아서 제비를 뽑았다. 결과는 하루 더 머무른다는 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방을 예약해야 한다. 어제 우리들은 하루치 방값만 냈었기 때문이다.

 

 

2층 카운터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우리가 묵었던 방은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별수없이 다른 방을 얻었는데 침대 3개짜리 방 한칸과 일인용 침대가 있는 방을 얻게 되었다. 요금은 전날과 같다. 내가 보스라고 해서 팀원들이 나에게 독실을 주었다.

 

 

뭐 이런 방이다. 앞쪽에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가면 곧바로 길거리가 한눈에 보인다. 베란다에 서서 밖을 보면 개울이 보이고 사거리가 보인다.

 

 

내 방에서 밖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바로 앞에 개울이 흐르고 트램이 달린다. 신호등은 있어도 횡단보도 표시가 없으니 길을 건널땐 조심해야 한다.

 

 

텔레비젼과 세면대, 침대 하나가 시설의 전부이다. 배낭여행자들은 이 정도의 방만 되어도 군말없이 묵는 편이다. 사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내일 터키로 가려면 다시 기차편을 알아봐두는게 순서이다. 그래서 다시 소피아 중앙역에 가보기로 했다. 어제는 철도가 끊어졌다고 했지만 오늘은 연결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시 한가운데 청계천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지도에는 블라다이스카 강으로 나왔다. 강이랄 것도 없다. 그냥 개울이다. 하지만 이 개울은 이제 못잊을 추억이 되었다. 이 부근에서 머무르고 돌아다녔으니까.... 한나라의 도심 안에 이런 개울이 흐르고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래도 유럽이니까 볼것이라도 있지.....  배낭여행하다가 정말 황당한 경우도 당했는데 라오스에서는 대통령궁인줄도 모르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브엔티엔(브양티양)에서 제법 번듯한 건물이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었다.

 

조금 들어가서 살펴보려는데 흰옷을 입은 병사 하나가 저 멀리서 허겁지겁 달려왔다. 어느 나라든지 간에 군인들이 허둥지둥 할 지경이라면 좋은일이 아니다. 사태가 좀 잘못된 것을 직감한 나는 먼저 선수를 쳤다. 

 

"군인 아저씨, 내가 뭐 잘못한 것 있소? 근데 여기는 도대체 어딘데요?"

 

돌아온 대답을 들은 나는 기절초풍할 만큼 놀랐다.

 

"프레지던트 팰리스!"

 

그런 곳이길래 그가 정신없이 뛰어왔던 모양이다.

 

"오~~ 정말 미안합니다. 그런 줄 몰랐습니다."

 

메콩강 가에 자리잡은 라오스 대통령 궁에 허락없이 들어간 나는 정말 못말리는 어리버리다. 그게 언제적 사건이던가?

 

 

기차역으로 부지런히 걸어가서 다시 어제 그 아줌마를 찾았다. 그런데 아줌마가 바뀌어 있었다.

 

"터키행 열차는 당분간 없습니다. 어쩌면 버스는 갈지도 모릅니다."

 

으흠, 일 났다.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8월 16일 오전에는 이스탄불 국제 공항에 마중을 나가야 할 형편이다. 터키로 성지 순례를 오는 교회 청년부 팀을 맞이해서 내가 인솔하고 다녀야 할 형편인 것이다. 이제 4일 남았다.

 

내일 이스탄불로 넘어가면 14일 밤이 될 것이다. 15일은 미리 사전 준비를 하고 16일 오전에 10명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성지순례 팀을 만나면 이젠 대식구가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일은 여기를 떠나야하는데 기차가 없다니.....

  

  

참,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기차역 앞엔 작은 부스들이 가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작은 여행사의 사무소들이었다. 주로 장거리 버스표를 파는 듯했다. 대형 버스 앞에 붙여둔 행선지를 보니 이스탄불행 버스가 있다.

 

천만다행이다. 그렇다면 이 버스표를 미리 끊어두어야 할 것이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닐테니까 미리 안전하게 조치를 취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건 국제버스 노선을 달리는 버스회사 사무실이지 싶다. 이름하여 유로라인 아닌가?

 

 

관광회사 버스보다는 장거리 버스회사의 버스가 더욱 더 안전할 것 같아서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다. 자세히 알아보니 버스회사마다 표를 따로 팔고 있다. 이런..... 그렇다면 버스 회사마다 다 뒤지고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일 가는 버스 중에서 오전 12시 이전에는 출발하는 버스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스탄불까지 8시간에서 9시간이 걸린다는데 버스는 결국 밤에 도착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안될 말이다. 밤에 도착하면 호텔 구하기가 어렵다. 이스탄불은 소피아와는 비교가 안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아니던가?

 

이스탄불은 그리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이번에 터키를 가면 세번째 방문이 되는 셈인데 이스탄불 사정은 그래도 조금은 아는 편이어서 상황이 짐작된다. 미리 가서 성지순례 팀을 위해 호텔까지 다 구해두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되면 곤란하다.

 

할수없다. 다시 기차 역 앞에 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오전 11시에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벤츠회사 제품이고 요금은 일인당 17유로에서 20유로 정도인 모양이다. 내일 표는 내일 판다고 해서 내일 오기로 했다.

 

이젠 시내 관광이나 해야겠다. 오늘은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의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녀야겠다.

 

 

버스터미널 앞의 택시는 거의가 다 대우 누비라이다. 참, 대단한 대우다. 대우는 여기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

 

 

 

불가리아란 나라는 문자도 키릴(=시릴) 문자를 쓴다. 그러니 읽기가 어렵다. 예전에 그리스를 헤매고 다닐때 공부해둔 그리스 글자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발음체계가 다르다. 그러니 새로 공부해야 한다.

 

결국 그날 오후가 되어서야 이 문자와 알파벳과의 발음관계를 알아낼 수 있었다. 불가리아 지식인으로부터 배웠다.

 

 

그럼 이젠 병원을 찾아가야겠다. 우리 팀의 유일한 총각이 루마니아에서 화상을 입은 상처가 덧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뒤면 아버지가 성지순례팀의 일원으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실텐데 손을 보시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맛보지 않겠는가 말이다.

 

나도 애비노릇을 해봐서 그 마음을 안다. 그럼, 이번에는 병원을 찾아 가야한다. 가자, 병원으로.....  참, 우리도 별 짓을 다해가며 여행을 하는 셈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