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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배 호 - "마지막 잎새"를 들으며

by 깜쌤 2006. 1. 16.

드디어 비가 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참았던 비가 지금은 밤비로 내립니다. 낮엔 흐리기만 했길래 고물 자전거를 타고 배낭을 매고는 페달을 밟았습니다.

 

  

경주시 황성공원을 지나 현곡 골짜기로 올라섭니다. 한자로는 見谷이라 쓰고 현곡이라고 읽습니다. 슬금슬금 쉬면서 달리기를 한시간 정도 했더니 드디어 가정1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지나가버린 날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이 집 부근에 최제우 선생의 유허비가 있습니다.

 

 

천도교를 만드신 최제우 선생은 경주 출신입니다.

 

 

선생의 유허비입니다. 마을을 나와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남사지"라는 커다란 저수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호수가에 스물 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을 달리한 가수 배호의 "마지막 잎새" 노래비가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나도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런 비가 왜 여기에 서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옆면엔 배호씨의 약력이 새겨져 있습니다. 중국 산동성 제남현에서 출생하셨더군요. 중국 만주에서 시인 윤동주씨가, 그리고 만화가 고우영씨가 출생하신 것처럼 이분도 중국에서 출생하셨더군요. 그런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배호씨가 부른 "마지막 잎새"의 노랫말을 만드신 분이 경주  현곡  출신이더군요. 그래서 이런 비가 여기 서있게 된 것입니다.

 

 

뒷면엔 비 건립 경위가 나타나 있었고 후원자 명단엔 가수 이미자씨, 현 철씨, 설운도씨 등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남사 저수지 가에 이런 비석이 자리잡고 서 있는 것이죠.

 

 

저수지엔 얼음이 두텁게 얼어 붙어 있었습니다. 휴게소라도 있어서 음악이라도 흘러나오게 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기엔 교통량도 적고 오가는 사람도 적어서 수지가 맞지 않은가 봅니다. 

 

 

저수지 끝머리엔 영천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산허리에 감겨 있습니다.

 

 

호수가에 자리잡은 집들이 정겨웠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서재에 올라와서 배호씨의 앨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뒤적거린 끝에 겨우 찾았습니다. 그 양반은 이렇게 LP판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몇년전부터 한창 뜨고 있는 개그맨 누구누구씨를 닮은 듯 합니다.

 

 

재생시켜 들어보기로 합니다.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엘피판을 안들은지 몇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에 들어있는 곡은 거의 다 알 것 같습니다. 요즘 노래는 몰라도 어릴 때 듣고 불렀던 노래는 아직도 조금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겨울밤이 익어갑니다. 혼자 듣습니다. 밖엔 비가 옵니다. 겨울비가 옵니다. 나는 이렇게 삽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