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엔 아침에 안개가 자욱했어.
그래서 걸어가기로 했지.
어떨 땐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황성공원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 운치가 있어 보이거든.
황성동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어.
사람이나 짐승이나 먹어야 산다는 진리앞에는
모두 평등한 것 같아.....
나는 숲이 주는 고즈녁함을 사랑해.
이런 길을 걸어서 출근할 수 있으니 이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몰라.
안개가 사면을 감싸안고는 대지를 살짝 적셨어.
공원 한쪽엔 운동 시설이 있어서 낮에는 아이들이 많이 오는 장소이지.
소녀들의 재잘거림과 가벼운 웃음소리,
그리고 아이들이 남기고 간 환한 웃음들을 주을 수 있는 곳이야.
난 이렇게 솔숲 사이로 난 길을 걸어서 다녀.
오늘은 걷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경주 소나무는 꼬질꼬질하게 자라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하늘도 솟으려는 몸부림은 유난히 강한 것 같고......
청설모는 겨울잠이 없지?
다람쥐는 이제 슬슬 겨울잠 준비를 할텐데, 이녀석은 태평인 것 같아.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런 녀석들하고 먹이경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
솔 숲 사이에도 안개가 스며들었어.
그런데도 환해서 좋기만 했지 뭐.
이젠 확실히 가을이야. 그지?
잘 있지?
거기도 같은 가을 맞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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