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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가을입디다 1

by 깜쌤 2005. 9. 18.


경주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부모님계시는 고향엘 갔습니다. 고향이라고 해봐야 아는 사람 없는 그런 고향이니 이상한 고향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사를 갔으므로 아는 사람 없는게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래도 중앙선 시골역엔 부용꽃이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꼭 이 꽃을 담장 가득히 심어보아야겠습니다.  

 

 

 


다음 역에서 기차가 출발했다고 하니까 승객들이 내려서 바람을 쐬더군요. 이른바 교행이라는 것이죠. 복선 철로같으면 그냥 막가겠지만 단선철로이므로 이런 일도 벌어집니다.

 

 

 


칸나의 붉은 색이 시골역의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칸나도 뜰 가득히 심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꽃의 지름이 20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왠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집니다. 아내가 어서 가자고 재촉을 합디다. 김동인 님의 글에 이 꽃이 나오지요? 제목이  아삼삼해지는군요......

 

 

 


타고온 기차가 숨소리도 가볍게 달려갑니다. 옛날 증기기관차는 헐떡거리며 달리는 것 같았는데 요즘 기차들은 사뿐하게 나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자주 나가시는 게이트볼 구장이 바로 위에 보입니다.

 

 

 


청량리 기점 304킬로미터 지점입니다. 이 철길을 따라 참 많이 걸어다녔습니다.

 

 

 


집 앞 들판에 나가봅니다. 동생과 조카들이 우리 논에 가보는 길입니다. 학창 시절엔 참 일도 많이 했습니다. 대학 졸업후 2년간 집안일을 맡아 농사도 지었으니 정이 붙은 벌판이기도 합니다.

 

 

 

 


나락이 실하게 익어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도 점점 더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아직도 그러질 못하니 이 어리석음과 부족함은 언제 되어야 사그라질지 모르겠습니다.

 

 

 


가냘프지만 강건한 꽃이 코스모스지 싶습니다. 저는 이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온 산 가득히 코스모스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나팔꽃도 좋습니다. 강변 길 전체를 나팔꽃으로 덮어보는게 작은 소원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참 어리버리한 소원들이죠. 남들은 돈 벌어 잘 사는게 소원이라던데.....

 

 

 


이런 아름다움을 보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맑은 바이올린 소리에도 가슴이 저려서 눈물이 솟는 사람이니 저도 참 모자라는 인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나이가 얼만데.....

 

 

 


하나님은 예술가이지 싶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어찌 생각해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저기 저 건물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참 옛날 일이죠.......  그러다가 어리버리하고 못난 저 같은 사람을 만나서 아직까지 고생하고 있습니다.

  

 

 


강가엔 가을 색이 가득했습니다. 갈대숲이 우거지고 있더군요. 한쪽 둑방 길엔 억새가 슬슬 자그마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요....... 가을인것 같습니다.

 

또 언제 갈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부모님은 또 두분 만이 덩그러니 앉아 시골집을 지키실 것입니다.

 

자주 가뵈어야 하는데.....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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