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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가을입디다 2

by 깜쌤 2005. 9. 19.


기차가 지나갑니다. 코스모스들은 기차 속 사람들의 애환을 짐작이나 할른지 모르겠습니다. 하늘 높고 푸른 줄만 알겠지요......

 

 

 


 백혈병으로 1년 동안 학교를 쉬었던 조카 아이입니다. 작년에는 하나님께 이 아이를 살려달라고 눈물 흘려가며 기도했었습니다. 직장 한구석에서 딸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동생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작은 생명 하나의 가치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생명 하나하나는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곧게 뻗은 둑길에 섰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이 부근에서 앞집에 살던 친구 동생이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날 같이 멱을 감고 놀았었습니다. 살아있다면 이젠 마흔 정도가 되었을 겁니다.

 

 

 


비가 옵니다. 물은 그냥 흐르고요...... 나중 우리가 죽어 사라져도 이 산천은 그대로 남아있겠지요...... 예전엔 개울에 아이들 웃음소리들이 가득했었지만 이젠 적막강산입니다. 아이들 소리는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탱자 향기를 맡아보았습니다. 노랗게 익은 탱자에서는 향기가 진동했었습니다. 이런 탱자도 이젠 따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학이 두마리 날아오릅니다. 그런데 녀석들 날아가는 방향이 서로 다르더군요...... 얘들은 서로 따로 사는가 봅니다. 외로움이라는 것을 모르는 존재들 같습니다.

 

 

 


둑길에 심어 놓은 호박 덩굴엔 호박꽃이 가득달렸습니다. 비가 와도 벌은 제 양식 마련하느라 부지런히 꽃 속을 드나듭니다.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못생겼다고 느끼는 심정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호박은 저 혼자서 늙어갑니다. 애호박은 칼로 송송 썰어서 된장 찌게에 넣거나 납닥하게 썰어 전으로 부쳐먹으면 좋았습니다. 나도 이젠 점점 늙은 호박이 되어가나 봅니다.

 

 

 


동네 뒷산엔 산대추가 많았습니다. 이젠 강변에도 널려있더군요. 한개 따서 맛을 보았더니 너무 달콤했습니다. 조금만 더 익으면 단맛이 더 강해지지 싶습니다. 이란에서 사먹어본 대추야자는 설탕덩어리나 마찬가지더군요. 

 

 

 


거름기 없는 길가에 자란 코스모스는 왜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색깔은 진하기만 하더군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기에 갈가에 쪼그리고 앉아 개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빗방울 한방에 자그마치 거의 5센티미터 가량 날려가더군요.

 

 

 


이제 다시 이 들판을 남겨두고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직장에 돌아와서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합니다.

 

 

 


이 녀석은 올 가을로 자기 생을 마감하지 싶습니다. 짝은 구해두었는지, 후손은 어디에 남겨두는지 궁금합니다. 예전 같으면 들판 가득히 날아다니던 제비 밥이 되기 십상이었겠지만 이젠 좀 한가한 삶을 누리지 싶습니다. 하지만 생태계에선 사방에 적들 천지가 아니던가요? 

 

 

 


시골 기차역엔 칸나와 부용이 작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안녕! 꽃들이 바닥으로 뚜욱 뚝  떨어져내리더군요. 빗방울도 같이 내렸고요.......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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