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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1

by 깜쌤 2005. 7. 17.


 평안제전에서 용승으로 나가는 버스는 아침 7시 반에 있다. 따라서 일찍 버스정류장에 가 있어야 좌석 확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7시가 안되어서 체크아웃을 했다. 배낭을 메고 내려가다가 이틀 전에 우리와 함께 같은 버스를 타고 평안제전에 들어온 노랑머리 백인아이와 검은머리 동양 여자 아가씨를 만났다.


 "버스 정류장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해요?"
 "우리도 지금 거길 갑니다. 따라 오시지요."


 정류장에 와서 이야기를 해보니 백인 청년은 미국인이고 동양인 용모를 한 여자는 부모님 고향이 경주인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우리말은 거의 못해서 자연히 영어로 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를 거쳐 한 6개월 뒤에나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아, 대단한 커플들이다.

 


                                                        <평안제전의 소학교에서>

 

 여행도 그런 식으로 해야 여행하는 맛이 나는데 난 언제나 장기여행을 해보는가 싶다. 7시 30분이 되자 정확하게 버스가 도착해서 용승까지 타고 나갔다. 소요시간은 50분이다. 일이 잘 되려니 용승에서 계림 가는 버스가 곧 대기하고 있어서 앞 뒤 생각 없이 타버렸는데 알고 보니 완행버스였다.


 완행이면 어떠랴? 계림까지만 가주면 되는 거니까......거기만 가면 우린 버스를 갈아타고 계림 관광의 핵심인 양삭에 갈 수 있는 것이다. 한사람의 손님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정류장을 벗어나서부터 슬금슬금 가던 버스는 용승 시가지를 벗어나자 그런 대로 속력을 내 주어서 지겹지는 않았다. 어찌 이 버스가 잘 달린다 싶었는데 계림을 한 40킬로미터쯤 남긴 지점에서 경찰에게 걸려 서고 말았다.


 말이 안 통하니까 왜 걸려 섰는지는 잘 모른다. K선생 짐작으로는 정원 초과를 한 것이 아닐까 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른다. 한 20분 가량 지체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버스 운전기사가 돈을 들고 경찰 순찰차 옆으로 가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뭐라고 뭐라고 사정한 뒤에야 결국은 통과할 수 있었다.

 


                                                <양삭의 우룡하 >

 


 물론 그동안 버스 승객 어느 누구도 아무 불평 없이 잘 참아내며 견뎌내고 있었으니 신기한 장면 하나를 본 셈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론 운전기사가 떫은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경찰에게 돈을 좀 뜯긴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조그만 권력 나부랭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면 행사하고 싶은 게 보통 인간의 심사인가 보다. 기차역에서는 기차표를 빼돌리고는 기차표가 없다고 하지를 않나, 잘 가는 버스를 이런 식으로 잡아두고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지를 않나, 하여튼 여기서는 무슨 핑계거리만 있으면 권력 가진 자가 서민을 골탕 먹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가 싶다.

 

 2년 전, 그러니까 2002년 여름이다. 중국 운남성 쉬상반나(서쌍판납. 중심 도시는 경홍)에서 라오스로 넘어가기 위해 "모한"이라는 국경 도시에서 출국수속을 밟던 우리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행중의 한사람 여권에 찍힌 비자가 문제가 있다며 약 30분 가량 우리를 붙들고 통과시켜 주지 않았던 불쾌한 경험 말이다.


 모두 다 같이 정상 요금을 주고 부산에 있는 중국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 받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저희들의 업무착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하니 어찌 성질이 나지 않겠는가? 우리 입장에선 그냥 돈을 뜯으려고 한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다행히 뒷돈을 안주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그때의 불쾌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결국 계림 시내에 도착하니 11시 부근이었고 거기에서 다시 버스 표를 끊어 오늘의 목적지인 양삭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