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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3

by 깜쌤 2005. 7. 19.


 "마이 네이무 이주 쉬#$%^^&**"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했다. 영어는 틀림없는데 무슨 말인가 싶었다. 이럴 땐 나도 콩글리시로 나가야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사실 엉터리 영어대화가 더 힘들지만 말이다. 엉터리 영어 대화에서는 'What did you say, please?' 이런 말보다는 그냥 '왓?'하는 게 낫다.


 그래도 뜻은 잘 통한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영어가 그런 식이다. 그러기에 싱글리쉬라는 말이 생겼다. 터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파묵칼레에는 계림이라는 유명한 사나이가 산다. 그 사람 이름이 자칭 '계림'인데 아주 한글로 계림이라고 한국인들에게 자랑스레 써준다. 원래 이름은 케림(Kerim)이다. 케림이 계림과 발음이 비슷하므로 그냥 계림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양반과의 대화는 아주 재미가 있는데 그 분이 바로 상글리쉬를 쓴다.  


 "와~ㅅ?"
 "마이 네이무 이주 쉬#$%^^&**"

 


                      <발코니에서 본 거리풍경>

 

 알고 보니 서격영(徐格英)씨다. 그러니까 나와는 한자로는 같은 글자를 쓰고 있으니 종씨가 되는 셈이고 서로 호들갑을 떨며 반갑게 악수까지 나누었다. 말레이시아의 말래카는 우리 나라의 경주 같은 도시인데 거기 가서 보니 서(徐)씨 종친회까지 있고 서씨들 회관까지 있어서 눈물나게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종씨 아줌마의 적극적인 소개로 서가 거리 초입의 연연(連連 Lian Lian)호텔에 따라가 보았다. 이 사람 좋은 종씨 아줌마가 큰 소리로 주인(?)을 불러내고는 자랑스레 우리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인데 침대 3개 짜리 방이 필요하답니다."


 주인을 따라 2층에 가 보니 그런 대로 깨끗한 방이 있었는데 손님들이 방금 체크아웃을 한 것 같았다. 욕실 깨끗하고 방 넓고 바깥엔 서가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발코니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격인 셈이다. 이젠 가격이 문제다.


 "월매유?"
 "3사람이니까 150원 주세유."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한디유? 우린 계림서두 100원짜리에 묵은 사람들인디.... 그러니께 90원 해유."
 "무신 소리를 그렇게 한디유? 그러면 싸게 드릴텐께 120원만 줘유...."
 "에이 아줌씨두...... 우린 중국사람 좋아혀유. 이틀 묵을테니 특별히 하루에 100원씩 해유. 이 정도에 100원이면 좋은 가격이구먼...."
 "그럼 그렇게 해유~~~"


 그리하여 우린 하루 100원씩에 이틀 간 묵기로 했다. 이젠 점심을 먹어야 한다. 밖으로 나오니 서씨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다. 

 


                     <서가 거리의 모습>

 

 "오, 종씨 아줌마! 자장구(자전거)는 워디서 빌려유?"
 "앞에 쌔발린 게 자장구니 아무거나 막 골려유."
 "월맨디유?"


 우린 지금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 엄마 월매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우습기까지 한다. 내가 지금 이 글 속에서 어설픈 사투리를 쓴 것은 이런 식의 엉터리 영어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장구는 그냥 하루종일 타고 5원(우리 돈 750원) 줘유."


 우와 싸다. 어디 이런 동네가 다 있다는 말인가? 중국에서 자전거 대여료가 가장 싼 곳은 틀림없이 양삭이지 싶다.


 "그럼 우리가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하고 올텐께 그리 알고 기다리셔유."


 기다리고 있으면 자전거를 빌리러 오겠다는데도 걸걸한 목소리에다가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서씨 아줌마는 기어이 우리를 따라 나서는 것이다. 아, 대단한 아줌마다. 한국 아줌마도 대단하지만 중국 아줌마도 아줌마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