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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2

by 깜쌤 2005. 7. 18.


비가 왔다. 하늘 한쪽만 시커멓게 변하는가 싶었는데 이내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올망졸망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를 감아 돌더니 곧 논바닥을 적셨다. 한바탕 줄기차게 퍼붓던 소나기는 도로 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계수나무를 흔들고 지나갔다.

 

이윽고 하늘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자 다시 아득한 지평선 저 멀리 올록볼록 솟아오른 자그마한 봉우리들이 푸른 하늘 속에서 또렸이 다가왔다.


 저쯤이 양삭(陽朔)이 되리라 하고 짐작해본다. 양삭(=양수오)는 배낭여행자들에게 전설이 되어버린 환상의 거리이다. 방콕에 카오산 로드가 있다면 중국에는 여강(리지앙)의 사방가(四方街)가 있고 양삭의 서가(西街 시지)가 있다. 싱가포르의 번화가인 오쳐드 로드 부근에도 그런 곳이 있지만 양삭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될 정도이다.

 

 그 정도로 많은 여행객들이 몰린다는 말이 된다. 서울에도 한때 그런 거리가 있었다. 한때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태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아 올라 우리의 수도인 서울이 이제는 배낭여행지로서 매력을 잃어버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양삭 서가의 모습 - 뒷모습이 익숙한 사람 있지?>

 

 배낭을 매고 터미널을 빠져나오자 많은 삐끼들이 덤벼들어야 하는데 그냥 터미널 밖에서 우리를 오리조리 쳐다보기만 했다. '아하, 터미널 안에는 삐끼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구나'싶었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묵계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해변 도로에는 잡상인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되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해변에는 일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그런 약속 말이다.


 일단 터미널을 빠져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접근을 해 왔다. 거리 이름을 살펴보니 신서가(新西街)이다. 그렇다면 이 거리는 서가로 연결되는 거리이니 바르게 길을 찾아든 셈이 된다. 길가로는 음식점들이 줄을 이었다. 음식점 거리를 지나 조금 휘어져 나가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일변하더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한없이 밀려가는 거리를 만났다. 여기가 서가이다.


 우리를 봉으로 찍어놓았던지 어떤 삐끼 아줌마가 용감하게 자기 소개를 해 왔다. 아주 알아듣기 어려운 엉터리 영어로 열심히 말을 걸어오는데 자기가 싸고 좋은 여관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서가의 모습 - 우리가 묵었던 여관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며>

 

여관이야 그냥 길에 널려있을 것이니 찾으면 되는 것이지만 자전거를 빌려 오후 일정을 시작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었던 터라 자전거 점포 위치를 물었는데 그것도 자기가 다 알고 있다며 안심하라고 큰 소리를 쳐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만 그 아줌마가 우리들에게 공책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는 한글로 어떤 내용들이 빼곡 적혀있었다. 보통 삐끼들은 여관방 모습을 찍은 사진첩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 자기와 친분을 맺은 사람들의 주소를 보여주기도 하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번보고 넘겨주었지만 이 아줌마에겐 거기에 깊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