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따자이의 차맛은 달콤했다

by 깜쌤 2005. 7. 16.


<닭잡아 먹고 쉬었던 종루 마을 - 골짜기 사이의 길을 따라 산꼭대기 집까지 올라가서는 그 뒷 봉우리를 넘고, 또 넘고 또 넘고.... 또 넘어가서야 따자이에 이를 수 있었다. 올때는 같은 길을 또 줄기차게 걸어왔었다>

 

 길은 산을 따라 넘어가고 오르고 내리기도 했고 그런가하면 가지런히 나 있기도 했다. 논바닥 한가운데로 나 있는가하면 험한 비탈을 따라 끝없이 이어나가기도 했다. 손바닥만한 이런 작은 논들을 관리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어찌 여기는 사람 그림자 보기도 힘들다.


 간혹 가다가 한두 사람이 논둑을 손보기도 했지만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매미들이 흐드러지게 울고 있었고 돌로 깔끔하게 포장된 논바닥은 한낮의 열기를 뿜어내기만 했다. 온 사방이 계단식 논이어서 층층이 굴곡진 모습 하나는 예술작품이나 다름없다.


 산을 넘고 또 넘고 하기를 너 댓 번 정도 반복한 끝에 드디어 새로운 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을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여기가 바로 따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만 들었던 마을인데 온 사방이 계단식 논바닥 천지였고 규모는 우리가 머물렀던 평안(平安)마을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았다. 여기 이 동네는 마을이 모여있지 아니하고 띄엄띄엄 자리잡았다. 마을 안내도를 살펴보니 이 밑 골짜기에도 몇 개의 마을이 있는 것 같다.

 


                                           <따자이 마을의 다랑이 논들>

 

 더가고 싶지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쉬면서 기력을 회복한 뒤에는 돌아가야만 해

질 무렵에 여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어디 가서 좀 쉬어야 하겠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우연히 들여다 본 음식점 앞에 작은 테이블이 보이기에 무작정 의자를 끌어 당겨 앉았다. 우리가 앉은 것을 본 주인 아줌마가 나오더니 차 주전자를 들고 와서는 마시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음식점 겸 여관을 겸한 자기 집 광고 전단지를 가져다 주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놀라운 것은 이 집 차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는 것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국차도 우리 차처럼 처음엔 쓰고 떫은맛이 나다가 한 3,4분 뒤에는 입 안 가득히 감미(甘味)가 느껴져야 좋은 차라고 치는 모양인데 이 집 차가 바로 그런 맛을 보여 주었다.

 


                                       <차 맛이 좋았던 따자이의 여관 겸 음식점>

 

 

 자기 집에 묵을 사람도 아닌 낯 선 이방인 나그네에게 고급 차를 대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런 좋은 차를 내는 것을 보면 주인 아줌마의 상술도 상술이거니와 마음 씀씀이가 보통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다시 가보기는 어렵겠지만 다시 한번 더 갈 수 있다면 꼭 그 집에 가서 머무르고 싶다. 이 대채(=따지이) 마을은 깔끔하고 깨끗해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거의 한시간을 쉬며 물도 사서 마시고 하던 우리들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부랴부랴 돌아와야만 했다. 마을에 사는 산골 아가씨가 가지고 가던 오이를 몇 개씩 집어주기도 해서 그걸 깎아먹으며 노래까지 부르면서 기분 좋게 걸어왔다.

 

오면서 봐도 아까 닭 잡아먹고 쉬어갔던 종루 마을은 아무리 봐도 지저분하고 더럽다. 그런데다가 삼삼오오 모여 앉은 젊은이들도 모두 카드를 들고 있거나 마작 판을 벌여놓고 있으니 분위기 자체가 음산하고 가난의 때 국물이 줄줄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자이 마을의 부지런한 아줌마와 할머니들 - 따뜻한 미소가 좋았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여관에 도착하니 아침에 떠날 때 만약을 위해 자기 휴대전화 번호까지 메모해 주는 친절을 보인 젊은 새댁 주인이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어제 저녁의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우리는 결국 다른 집에 가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서양아이들이 모여들었던 다른 카페에 가서 저녁을 시켜 먹은 우리들은 그 날 저녁 결국 녹초가 되고 말았고 나는 미국에서 온 거구의 아줌마와 아줌마를 데리고 온 가이드와 한시간 가량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