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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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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다랑논의 슬픔 - 2

by 깜쌤 2005. 7. 6.


                                <용척제전 입구-강원도 어느 산골 같다>

 

 요리조리 산길을 돌아 오르던 미니 버스가 도착한 곳은 산 중턱쯤의 조금 넓은 공터였다. 차에 탄 아줌마와 같은 복장의 아주머니들이 승강구 쪽으로 와 몰려오더니만 내리는 손님들로부터 가방이나 배낭을 가로채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난 반사적으로 내 배낭을 잡았다.


 내 배낭을 잡은 소수민족 아줌마가 자기가 메겠다는 시늉을 했지만 거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가 버스 종점이다. 산 위로 뻗은 도로가 저 위로 모퉁이를 돌아 조금 더 연결되어 있는데 한쪽을 보니 용척제전 입구라는 표기가 있다. 여기도 어김없이 입장료를 받는다. 하여튼 핑계거리만 있으면  돈 챙기는 중국인들의 버릇은 못 말린다. 입장료도 자그마치 50원을 받으니 이건 순 바가지요 날강도다.


 우리도 이런 걸 본받아 양동 민속마을이나 하회 민속마을 같은 곳은 돈을 받아야 할거다. 단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냥 입장시켜주고 국적을 확인한 뒤 중국인들에게만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글쎄다, 소수민족들에게 그 돈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


 입장료를 내고 배낭을 맨 뒤 걸어가려는 우리 앞으로  몇몇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등에 멘 대나무 바구니에 우리들 배낭을 담으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한 개당 10원!!"


10원이면 국수를 먹을 경우 두 세 그릇 값이다. 저 위에 마을이 빤히 보이는데 내가 왜 돈을 낭비하는가 말이다. 기어이 고집을 부려 내가 메고 가는데 아줌마들이 따라오면서 까지 배낭을 맡기라고 요구해 왔다. 아 참 질긴 아줌마들이다. 어찌 보면 그만큼 먹고살기가 빠듯하다는 말도 된다.

 

좀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후진국 여행을 하며 제일 먼저 버려야 할 덕목은 바로 동정심이다.
한번 약하게 마음먹으면 별별 일이 다 벌어지므로 눈을 질끈 감고 참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용척제전에서 돌아나오던 날 제전입구 버스 종점에서 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가 보니 계곡 중간에 나무로 만들어 지붕까지 해 덮은 거창한 다리가 우리를 맞는다. 아하, 이게 바로 마을 입구의 표시로구나 싶었다. 그 다리 양쪽으로 좌판을 벌려둔 아줌마들이 온갖 물건들을 내보이며 우리들보고 사라고 권해온다. 다리도 아프고 땀도 흥건하게 솟아오르던 참이라 잠시 쉬기로 했는데 K선생에게 붙은 아줌마와 K선생이 본격적인 흥정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배낭 한 개에 10원(우리 돈 1500원)!"
 "아줌마, 1개에 5각(75원)!"


 K선생이 꺼내든 5각 짜리 지폐를 본 장족 아줌마들이 한참이나 어이없어 하더니 곧 이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5원을 부른 것도 아니고 5원의 10분의 1인 5각을 불렀으니 순간적으로 양쪽 다 황당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아줌마들이 아니다.


 이번에는 아줌마들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국 돈 5000원짜리를 꺼내들고 오케이를 연발한다. 이러면 더 비싼 것이 아닌가? 협정요금 10원을 3배나 넘긴 33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인데 그걸 모르고 5000원을 내란다. 동네가 빠안히 조오기 보이는데.....


 K선생도 여기에 질세라 1000원짜리를 꺼내들고 오케이를 불렀더니 이번에는 아줌마들이 일제히 "노"를 외쳐댄다. 그러니 결국 흥정은 깨어졌고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황당 사건을 안고 우리 일행은 동네에 들어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