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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다랑논의 슬픔 - 3

by 깜쌤 2005. 7. 7.


 나무다리 한쪽 구석에 너무 안쓰러워 보이는 아줌마가 있어서 약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더니 자기네 집이 좋다며 가자고 권해왔다. 동네자체가 작으므로 한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다락 논들이 산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골짜기 사이로 들어가는데 길들이 모두 납닥한 돌들로 포장되어 있어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좋았다.


 여기 집들은 모두 나무로 지어져 있다. 그러니 목재의 수요가 많고 자동적으로 제재소가 저 산밑 골짜기에 가득히 자리잡고 있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목 집이어서 호감이 가는데 집들의 규모가 제법 크다. 그것도 보통 2층은 기본이고 3층 짜리도 있으니 그리 호락호락하게 볼 동네가 아닌 것이다.


 첫 번째로 들어가 본 집은 방이 2층에 있었는데 양쪽이 산으로 막혀있어서 전망이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주인은 자기 집이 좋다며 적극 선전하는데다가 온 식구가 다 나와서 인사를 하고 호들갑을 떠니 돌아 나오기가 뭣했다. 좀 더 전망 좋은 곳을 원한다고 했더니 그럼 평안호텔로 가라며 이야기를 돌린다.


 "우리 마을에선 평안 호텔이 최고지요. 새로 지은 건물인데다 전망도 좋아요. 그런데 엄청 비싸요."
 "얼마쯤 합니까?"
 "욕실 있고 전망 좋으면 1인당 130원이에요."
 "예? 130원(우리 돈 약 20,000원)씩이나? 여보시오, 아줌마. 그 정도 가격이면 계림 시내에서도 고급 호텔에 자는 가격이오."
 "하여튼 130원 정도 합니다."


 순간 좀 띵한 느낌이 들었으나 지금 필담에다가 어설픈 영어로 이루어지는 대화이므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는 평안호텔에 전화까지 해보고 나서 지금 방이 있으니 따라 가자고 한다. 이런 곳에서는 전망 좋은 방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고생해서 찾아온 보람이 있다.

 


                                                        <창문에서 본 동네 모습>

 

다시 배낭을 메고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 보았는데 마을 저 위에 우뚝 솟은 평안 호텔은 위치도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배가 부른 새댁이 주인인데 영어가 그런 대로  괜찮았다.


 "우리 집은 새로 지은 집이어서 다 깨끗하고 좋습니다."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침대 3개 짜리 방은 150원입니다."
 "저 밑에서 들으니까 130원이라고 하던데...... 130원! 오케이?"


물론 넘겨짚어 해 본 소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인당 130원이 아니고 최신식 방 한 칸이 130원이었다. 그걸 아랫집 아주머니는 1인당 130원이라고 우겨댔으니 우리가 처음에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말이다.   


 "오케이!"


 예쁘장한 주인 아줌마를 따라서 올라가 본 방은 끝내주는 전망을 가진 최고급 방이었다. 완전히 새집이니 모든 게 다 새것이다. 욕실에 들어가서 수도꼭지를 틀어 보니 물도 조금 미끌미끌한 게 온천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우리가 머무른 호텔이 있는 건너편 골짜기>

 

 

이 정도면 따봉이다. 우린 이 집에 머물기로 했다. 배낭을 풀고 창문을 통해 아래를 보니 저 밑에 골짜기가 보이고 그 건너편에 높은 산봉우리가 다가서 있는데 그쪽도 계단식 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K선생은 벌써 삼각대를 메고 사진 찍기 위해 나선다. 나는 빨래부터 하기로 했다. 계림에서 빨래를 못했으니 여기서는 밀린 빨래를 해두는 게 도리이다. 배낭여행자는 시간만 나면 빨래를 하고 시간만 나면 기록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글 쓸 재료도 확보하고 언제나 뽀송뽀송한 새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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