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다리 한쪽 구석에 너무
안쓰러워 보이는 아줌마가 있어서 약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더니 자기네 집이 좋다며 가자고 권해왔다. 동네자체가 작으므로 한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다락 논들이 산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골짜기 사이로 들어가는데 길들이 모두 납닥한 돌들로 포장되어 있어서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좋았다.
여기 집들은 모두 나무로 지어져 있다. 그러니 목재의 수요가 많고 자동적으로 제재소가 저 산밑
골짜기에 가득히 자리잡고 있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목 집이어서 호감이 가는데 집들의 규모가 제법 크다. 그것도 보통 2층은 기본이고 3층
짜리도 있으니 그리 호락호락하게 볼 동네가 아닌 것이다.
첫 번째로 들어가 본 집은 방이 2층에 있었는데 양쪽이 산으로 막혀있어서 전망이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주인은 자기 집이 좋다며 적극 선전하는데다가 온 식구가 다 나와서 인사를 하고 호들갑을 떠니 돌아 나오기가 뭣했다. 좀 더 전망
좋은 곳을 원한다고 했더니 그럼 평안호텔로 가라며 이야기를 돌린다.
"우리 마을에선 평안 호텔이 최고지요. 새로 지은 건물인데다 전망도 좋아요. 그런데 엄청
비싸요."
"얼마쯤 합니까?"
"욕실 있고 전망 좋으면 1인당 130원이에요."
"예?
130원(우리 돈 약 20,000원)씩이나? 여보시오, 아줌마. 그 정도 가격이면 계림 시내에서도 고급 호텔에 자는
가격이오."
"하여튼 130원 정도 합니다."
순간 좀 띵한 느낌이 들었으나 지금 필담에다가 어설픈 영어로 이루어지는 대화이므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는 평안호텔에 전화까지 해보고 나서 지금 방이 있으니 따라 가자고 한다. 이런 곳에서는 전망 좋은 방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고생해서 찾아온 보람이 있다.
다시 배낭을 메고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 보았는데 마을 저 위에 우뚝 솟은 평안 호텔은 위치도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배가 부른 새댁이 주인인데 영어가 그런 대로 괜찮았다.
"우리 집은 새로 지은 집이어서 다 깨끗하고 좋습니다."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침대 3개 짜리 방은 150원입니다."
"저 밑에서 들으니까 130원이라고 하던데......
130원! 오케이?"
물론 넘겨짚어 해 본 소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1인당 130원이 아니고 최신식 방 한 칸이
130원이었다. 그걸 아랫집 아주머니는 1인당 130원이라고 우겨댔으니 우리가 처음에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말이다.
"오케이!"
예쁘장한 주인 아줌마를 따라서 올라가 본 방은 끝내주는 전망을 가진 최고급 방이었다. 완전히
새집이니 모든 게 다 새것이다. 욕실에 들어가서 수도꼭지를 틀어 보니 물도 조금 미끌미끌한 게 온천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정도면 따봉이다. 우린 이 집에 머물기로 했다. 배낭을 풀고 창문을 통해 아래를 보니 저 밑에 골짜기가 보이고 그 건너편에 높은 산봉우리가 다가서 있는데 그쪽도 계단식 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K선생은 벌써 삼각대를 메고 사진 찍기 위해 나선다. 나는 빨래부터 하기로
했다. 계림에서 빨래를 못했으니 여기서는 밀린 빨래를 해두는 게 도리이다. 배낭여행자는 시간만 나면 빨래를 하고 시간만 나면 기록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글 쓸 재료도 확보하고 언제나 뽀송뽀송한 새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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