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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쏭판으로 간다

by 깜쌤 2005. 6. 8.


아침 6시 20분 송반행 버스는 10분이나 늦어서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의 손님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천천히 정류장을 빠져나간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커서 그런지 버스 정류장에서는 항상 아쉬운 이별 장면이 벌어진다.

 

 오늘은 청년 4명의 애끓는 이별을 보았다. 아마 정든 친구를 보내는 것이리라.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지, 아니면 놀러 온 친구를 보내는 것이지 모르지만 서로 부둥켜안고 등을 두드리며 작별 인사를 한다.


 구채구 시는 동서로 길쭉하다. 쏭판으로 나가는 길 왼쪽으로 화려한 숙박시설들이 즐비했다. 맞은 편 으로는 티베트 현지인들의 나무 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집들 앞에는 두터운 검은 천으로 만든 코트 비슷한 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장족 아가씨들이 가방을 하나씩 들고 도로 가에 삼삼오오 모여 서 있었다.

 

 어떤 아가씨들은 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어떤 팀은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아마 나들이를 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새벽에 구채구에서 나가는 관광버스나 일반 차량들이 워낙 많으므로 자신에게 돌아 올 행운을 믿고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드는 것이리라.  한푼의 돈이라도 아쉬울 땐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구채구를 빠져 나온 버스는 험한 고개를 넘는다. 도로 저 멀리 수천 미터 급의 산들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 경치 하나는 아름답기만 하다. 쏭판까지는 이제 3시간 남짓하면 갈 수 있다. 쏭판! 작년에도 한번 가본 도시이다. 쏭판은 경치도 환상적이지만 이 도시가 가지는 의미가 나에게는 정말 남다르다. 이제 거기를 향해 가는 것이다.


구채구를 떠난 버스는 얼마 안 가서 고산 초원지대로 들어선다. 규모가 조금 작아서 탈이지만 영락없는 초원이다. 그 초원 한구석엔 티베트 장족들이 나무나 흙으로 집을 짓고 산다.


 그들 집은 2층이 많다. 1층엔 연료용으로 쓸 장작을 저장해 둔 집이 많았고 2층은 거주용인 것 같았다. 산밑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동네 한쪽 어귀에는 어김없이 티베트 불교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불심 하나는 대단하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고원의 안개 속을 헤쳐 나가기에 급급하더니 급기야는 서고 만다. 앞에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히치 하이킹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티벳 아가씨들>

 

 이 첩첩 산중에 차가 밀릴 이유도 만무하지만 워낙 나가는 차가 많으므로 조금 이해는 된다. 신기한 것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수의 중국인 근로자들이 도로 가에 진을 치고 모여 있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모두 손에는 만두를 들었거나 아니면 속이 없는 맨 덩어리 빵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요리용 넓적한 솥을 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 버스의 운전기사와 차장 아줌마는 내외간인 것 같았다. 차를 출발시키고 차 문을 열고 짐을 올리고 내리는 등 서로 호흡이 착착 맞는다.


 차장 아줌마는 볼이 발그스름하게 익어서 멀리서 보면 아주 미인형으로 보였다. 가까이 가서 찬찬히 뜯어봐도 오목조목하게 잘 생긴 얼굴이다. 특히 광대뼈가 옆으로 나오질 않고 앞으로 예쁘장하게 붙어 있어서 어찌 보면 백인들 얼굴 같기도 했다.


 여행을 하며 여자들 얼굴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인데 티베트 장족들만이 갖는 독특한 어떤 얼굴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얼굴형은 전체적으로 약간 아래로 길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동그스름해서 약간은 황인종 냄새가 배어있는 백인형 얼굴을 닮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코 높이가 조금 낮은 것이 흠이다. 미간 부근은 콧날이 조금 서 있지만 아래로 내려와서는 죽어 버린 것이다. 고산지대에서 오래 살다보니 강한 자외선이 피부가 익어버려 뺨 부근은 짙은 분홍색을 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미인형이었다.



 


              <이런 차림의 근로자들이 도로에 가득했는데.....>

 

 우리 차장 아줌마도 여기에 해당되는 얼굴이었는데 마음씨도 착한 것 같았다. 이 예쁜 차장 아줌마는 선량해서 크게 화내는 법도 없다. 그러니 차가 밀려도 그냥 느긋하게 기다릴 뿐이다.


 아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미리 다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하기사 매일 다니는 길이니까 모른다면 도리어 이상해진다. 버스는 조금씩 가다가 서고 하기를 반복한다. 한참을 꾸물거린 끝에 노동자들 숙소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수수께끼가 풀렸다. 건설현장을 떠나는 수많은 근로자들이 온갖 짐을 차에 다 싣느라고 늦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