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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모택동, 그 화려한 장정 2

by 깜쌤 2005. 6. 10.

 
                     <구채구 황룡부근의 엄청난 산악지대 - 민산 줄기들이다>

 

 대장정은 역사상 가장 놀라운 행군이었다고 평가되는데 그들은 중국 내 11개의 성(省)을 통과하면서 자그마치 9600킬로미터를 행군했다고 하는 믿어지지 않는 일을 해 낸 것이다. 중국 서북쪽 오지를 향해 탈출하는 모택동의 군대는 추격하는 국민당 군대와 각 지역에 웅거하고 있는 군벌들의 군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뿐만 아니라 공산당 부대와 적대적이었던 여러 부족들과도 크고 작은 전투를 벌이면서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늪지를 통과했던 것이다. 자그마치 1년간이나 계속된 이 엄청난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인원은 처음 출발한 인원의 13분의 1(어떤 사람들은 10분의 1이라고 주장하기도 함)에 불과했다고 한다.


 강서성에서 섬서성(陝西省)까지 그들은 11개 성(省)을 통과하면서 62개 도시를 점령하고, 18개의 산맥을 넘는가 하면 24개의 큰 강을 건너고, 4000-5000미터 급의 눈 덮인 설산 들을 넘었다. 오늘날의 섬서성(서안 북쪽 지방임) 북쪽 연안을 중심으로 한 황토지대에 도착한 모택동의 부대는 서서히 강력한 추종세력을 확보하여 그들의 힘을 축적해 나갔다.


 모택동이 거느리는 공산당 군대는 그로부터 14년 후인 1949년 10월 1일 중국 수도 북경에서 공산 중국의 건국을 세계 만방에 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결국 1950년의 6.25 전쟁 때 중공군 참여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한반도의 분단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원인이 된 것이다.

 

 


                                 <숲과 설산 줄기들- 나도 말타고 넘었다>

 

 국민당 군대에 쫓기던 모택동의 일부 군대가 거쳐 간 곳이 바로 쏭판 부근이다. 쏭판 부근에는 높이 5588 미터를 자랑하는 "설보정"이라는 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은 중국에서 빙하가 흐르는 산 가운데 가장 동쪽에 위치한 산이다. 사천성 서북쪽에 자리잡은 거대한 산악인 민산의 주봉(主峰) 설보정 부근 지대를 모택동의 군대가 넘어간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대기자인 "에드가 스노우"의 글 "중국의 붉은 별"을 보면 당시의 상황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젊은 날 타임(Time)에서 그가 쓴 글을 보며 가슴이 뛰었던 날이 어제 같다. 그때 난 꼭 설보정을 보고 싶었다.

 

 스노우의 글에서 심한 충격을 받은 나는 모택동의 장정로(長征路)를 따라 가보는 여행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 꿈을 2003년과 2004년 연속으로 이뤄 보는 은혜를 하나님께로부터 받았으니 나도 복 많은 인간임에 틀림없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반공도덕 시험 문제가 중국 근대혁명사를 중심으로 출제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인 즉, "모택동의 16자 전법을 설명해 보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찌 그런 문제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시되었는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왜 내 머리 속에 그런 지식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다 맞추었던 기억이 난다.

 

적진아퇴 (敵進我退) - 적이 진격하면 아군은 후퇴한다.
적거아요 (敵居我擾) - 적이 주둔하면 아군은 소요를 일으켜 소란하게 만든다.
적피아타 (敵疲我打) - 적이 지치면 아군은 친다.
적퇴아박 (敵退我迫) - 적이 후퇴하면 아군은 추격한다. (혹은 적퇴아추)

 

 대강 이런 내용으로 된 것이니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유격전의 개념을 말한 것이 된다. 모택동은 20세기 초반의 중국 사회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나름대로 적합한 독창적인 전술을 개발해 낸 것이다. 그는 이런 전술을 사용해서 병력과 무기에서의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해 내고 중국 대륙을 차지한 것이다.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나는 중국을 여행할 수 있다는 꿈은 접고 살았다. 그런데 역사의 수레바퀴는 묘하게 굴러 그런 유적지를 탐방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국민당 군대의 추격에 고전하던 모택동의 군대는 쏭판에 이르러 비로소 잠시 숨을 돌린다.


 모택동의 생애에서 쏭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도 컸기에 그가 지휘하던 홍군(紅軍)이 설산을 넘어간 사건을 기념하여 쏭판 부근 '천주사' 라는 작은 도시에 인민해방군 전사(戰士)상을 세워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