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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구채구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전쟁이다

by 깜쌤 2005. 6. 7.

♠ 구채구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전쟁이다

  

아! 구채구! 산골짜기로 피어오르는 구름바다(雲海), 한없이 맑다 못해 눈에 시리기만 한 투명한 물을 그득히 담은 호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폭포, 드높은 절벽과 기이한 색깔의 배합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당신으로 하여금 마치 동화 속의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할 것이다.

 

 구채구 폐장 시간은 오후 6시이다. 저녁 6시가 되면 구채구 안에서 다니는 버스 운행이 정지된다. 6시를 넘겨버리면 입구까지 어마어마한 거리를 걸어 내려오는 비극을 맛보게 된다. 수정군해를 끼고 있는 마을 수정채에서 버스를 타기로 하고 정류장에 가보니 엄청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아름다운 곳은 남에게도 아름다운 법이니 모두 다 수정군해에서 관광을 위해 내렸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제치고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


 


                                              <수정군해 앞 수정채 마을>


 이들에게 질서 의식은 간 곳이 없으므로 오늘 버스 타려면 땀 깨나 빼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하늘이 점점 흐려지며 빗방울까지 뿌리기 시작했다. 천둥소리도 한번씩 들리니 사람들 마음이 조급해진다. 드디어 버스 타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형님, 그리고 얘들아. 배낭은 앞으로 매고.... 여기서 헤어지면 입구부근 배낭 맡겨둔 전시관에서 만나기로 하자!"


 혼란을 틈탄 소매치기를 막기 위해 배낭을 앞으로 맨다. 이런 기본 요령은 잘 익히고 있어야 한다. 중국 소매치기 솜씨도 만만치 않다. 만날 장소를 약속해두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외국인이라고 봐 주는 법이 없다.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지 어리버리하게 행동하면 국물도 없다.  


 


                                                            <이게 뭘까?>

 

 하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밀어대므로 나는 숨이 막혀 거의 죽는 줄 알았다. 그 와중에서도 제일 연세 높은 우리 형님이 제일 먼저 버스에 오른다. 와, 대단하다. 몇 대의 버스를 보낸 뒤 나는 바로 내 차례 앞에서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다음 버스를 제일 먼저 타는 행운을 차지했다. 그러니 내려오면서 아침에 못 본 경치를 감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난 항상 하는 일이 잘 된다. 


 비 내리는 구채구도 아름답다. 어스름이 짙어 가는 가운데 산밑으로 내려앉는 비안개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배낭을 찾아 나온 우리들은 일단 버스터미널로 가서 차표를 끊기로 했다. 차표 정도는 하루 전에 끊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내일 아침 6시 20분 버스이다.

 

 오늘 묵을 여관은 터미널 부근에서 찾기로 했다. 내일 새벽 일찍 쏭판을 향해 출발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기차점(버스정류장)부근에 묵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제 그 여관에서 지불한 하루 밤에 40원이라는 여관비가 아깝기도 했었다.


 


          <수정채 마을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마아마한 사람들>

 

 버스터미널을 끼고 지아통반점이 있다. 제법 고급스런 호텔이어서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았지만 용감하게 들어가서 도미토리를 찾았다. 다행히 4인용 도미토리를 구할 수 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인데 1인당 20원 정도면 된다. 하룻밤만 버티면 되므로 묵기로 했다. 호텔로비는 근사하지만 우리가 묵는 도미토리는 달랑 지저분한 침대 4개와 고물 TV 한 대 뿐이다.      


 싸구려 방에 묵는 주제이지만 그래도 저녁은 근사하게 먹기로 했다. 어제 우리가 차를 타고 온 방향으로 나가서 시내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별로 마땅한 곳이 없었다. 비만 잔뜩 맞고 헛걸음 한 셈이 되었다. 결국 우리가 묵는 호텔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요리 4가지를 시키고 양주 볶음밥을 그야말로 배터지게 먹었더니 한 사람 당 23원이나 나왔다. 우리 돈 3,45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썼으니 잠은 쉽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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