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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1만원으로 느껴본 작은 행복

by 깜쌤 2024. 2. 28.

요즘 세상에 양반이니 상것이니 하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합니다. 나도 굳이 그런 말로  사람을 구별하려는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요.

 

 

나는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기에 드립 커피를 구하려고 한 번씩 출입하는 슈퍼가 있어요. 커피숍이 아니고 슈퍼라고 하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잘 볶은 원두커피를 갈아서 드립 기법으로 내려주신 커피를 텀블러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이틀 정도에 걸쳐 조금씩 마시고 있어요.

 

 

커피를 내리러 가보면 수퍼 바깥에 마련해 둔 야외용 탁자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도 해요. 두 분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시면서 막걸리 한 병씩 나누어 마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꾸준히 지켜보다가 어느 날엔가 드디어 말을 붙여 보았어요.

 

 

두 분 어르신이 교양도 있고 점잖은 분 같아서 커피를 내려주시는 가게 주인아줌마에게 적은 돈을 맡겨 놓았어요. 다음에 그 두 분이 오시면 막걸리를 공짜로 대접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죠.

 

 

그렇게 당부를 해놓고 한참 뒤에 갔더니 어르신 두 분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저에게 커피를 마시는데 보태라고 하시면서 커피값을 맡겨놓으셨다는 것이었어요. 그 돈이 바로 1만 원권 한 장, 그 돈이었던 거예요.

 

 

두 어르신이 그런 식으로 갚으시리라는 전혀 상상을 못했어요. 오랜만에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났다는 느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어요. 참으로 진정한 어르신들이자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속에 등장하는 두 분도 양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길래 제가 이 가게에 출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  귀한 돈을 어찌 가지고 올 수 있나요? 다시 맡겨두었어요. 날씨가 풀려서 그분들이 오시면 막걸리와 작은 안주로 갚아달라는 부탁을 해놓고 왔어요.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르신들이며 양반인가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