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거나 눈발이 조금씩 뿌리는 날에는 별서에 출근해서 책을 보기도 해.
나야 뭐 책이라면 장르에 관계없이 거의 모두 다 좋아하니까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사는 편이지.
글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컴퓨터 화면에 음악 동영상을 불러내어놓고 음악을 듣기도 해.
요즘 나는 주로 클래식 소품들을 듣고 있어.
이젠 교향곡 같은 대작들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은 거야. 아마 나이 탓인지도 몰라.
책도 이젠 철학적인 내용이 가득한 것들은 손에 잘 잡지 않아.
최근 들어서는 김용택 시인의 산문들을 자주 손에 잡게 돼.
시인이 책 속에 숨겨놓은 내용들을 공유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인 것 같아.
시인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아.
해체되어 가는 시골 공동체 사회를 두고 쓴 글들은 공감할 수가 있어서 좋았어.
"모를 꽂던 정다운 손길들아"같은 표현은 모내기를 해 본 사람만
그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논바닥에 들어가서 모내기 체험을 한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어지잖아?
시인이 말하는 '그 여자'는 누구였으며 그는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아?
나는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는 나와 비슷한 직업을 가졌던
시골 출신 시골뜨기였기에 말이지.
장독대와 사립문, 그리고 초가집을 모르는 사람들은 표지의 이런 그림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기푸실(=기프실)이라는 마을에 있었는데 시인은 지푸실이라는 마을의
어떤 분과 연결된 사연을 조금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연의 일치였을까?
등장인물은 또 어떻고?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아리게 만들지? 나는 눈부터 웃는 그 어떤 분을 잊지 못하고 있거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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