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 뭐 속된 말로 힘없고 돈없고 빽(=백그라운드 Background)까지 없는 사람이니 명절이라고해서 누가 선물 보따리들고 찾아올 사람도 없고 제가 찾아갈 일조차 없으니 맹숭맹숭한 명절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선생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수십년동안 명절에 술한병 사들고 웃사람 집에 인사하러 간적이 없으니 꽁생원마냥 쑥맥처럼 살아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어쩌면 아내와 자식들 보기엔 답답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힘도 능력도 돈까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분들에게서 명절마다 받은 것이 제법 되었습니다.
설명절 전에 집에 오니 유과가 보였습니다. 생전 한번도 뵌적이 없는 어떤 분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에서 기도를 은혜롭게 해준 것이 너무 고맙다며 한과를 보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분에 넘치는 것을 받고나자 제가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장로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대접을 받았으니 그저 송구스러움 뿐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족발 한세트를 보내주셨습니다.
자녀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는 것이었습니다.
직분을 감당하는 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음식선물을 받으니 그것도 부끄러워졌습니다.
아기를 잘 돌보아주었다고 거의 이십년 이상 명절마다 소뼈를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평소에 조언을 잘 해주셨다고 소갈비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으니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바지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셨던 어떤 분은 명절 때마다 약과와 귀한 음식을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남에게 크게 베풀어드린 것도 없이 그저 남들로부터 신세만 지고 사는 인생이니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알아서 살기 (0) | 2019.02.27 |
---|---|
최영화빵 - 베풀어주는 사람들 (0) | 2019.02.23 |
그리워라 베트남식 커피... (0) | 2019.02.20 |
품 떠난 자식 (0) | 2019.02.18 |
물고기와 양란 (0) | 2019.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