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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등꽃

by 깜쌤 2018. 5. 5.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간다. 책을 빌리고 반납하기 위해서다. 4월 하순이 되자 경주시립도서관 부근 등나무에 꽃이 달리기 시작했다.  



칡과 등은 자기 줄기를 가지고 있긴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곧게 서질 못한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든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든  어딜 감고 올라가야한다. 등과 칡이 많이 자라는 산은 보기에 제법 흉하다. 그들끼리 모여있으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살아남기위해 다른 식물들을 다 덮어버리니 치열한 삶의 현장이 아귀다툼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아름다울 리가 없다. 오죽하면 갈등(葛藤)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갈은 칡을 나타내는 한자말이다.


 

칡이나 등이나 이파리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어딘가 콩을 닮은듯 하다. 식물학적으로 칡과 등은 콩과 식물로 분류된다. 열매도 어딘가 콩꼬투리와 조금 닮은듯 하다. 콩과 식물들은 거름이 부족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인지 녀석들의 생존능력과 본능은 놀라울 정도다.



일본인들은 등꽃을 피우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듯 하다. 유투브로 검색을 해보면 일본인들이 기른 멋진 등나무꽃들이 수두룩하다. 십몇년 전에 일본이 자랑하는 고대도시 나라(한자로는 내량이라고 한다)에 갔을 때 등나무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구경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도 애석해하고 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해보면 참고가 될것이다.




경주시립도서관에서 서북쪽으로 십리정도를 가면 천연기념물 89호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시 오류리 등나무가 있다. 도로가에서도 볼 수 있으므로 위치만 알고 찾아가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그 나무에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직도 구전되는 것으로 보아 경주의 등나무꽃은 예전부터 제법 유명했던 모양이다.


  

등꽃 자체도 아름답거니와 등나무 이파리가 만들어내는 그늘도 꽤나 짙은 편이어서 시렁을 만들어두고 등줄기를 올려두면 여름내내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다. 수목관리를 게을리해서 등나무에 벌레라도 붙기 시작하면 엄청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나는 등꽃이 늘어진 곳으로 슬슬 다가가보았다. 삼국지연의에 보면 제갈량이 남만 오랑캐를 치러 갔다가 등나무 갑옷으로 만든 등갑을 입은 부족들에게 고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문헌조사를 해보았더니 등꽃을 일반적으로 Wisteria로 표기하는데 비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그 등나무는 영어로 rattan으로 표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등나무 껍질로 종이도 만든단다. 닥나무 껍질로 한지를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처음듣는 이야기여서 깜짝 놀랐다. 등나무 가지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간단한 소품가구를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전혀 새로운 정보였다.   



한때 우리나라에 등나무 가구가 대유행을 했는데 그 재료는 위에서 말한 rattan이라고 한다.



시립도서관 앞마당 등나무도 잘 자라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 올 여름에도 네가 만들어내는 진한 그늘 덕을 봐야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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