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대구역(동대구역이 아니다)에서 남쪽으로 쭉 뻗은 길이 중앙대로다.
중앙대로를 슬림화해서 승용차의 출입을 제한한 뒤 멋지게 정비해두었다.
교통체증이 거의 없는 거리인데다가 세련되고 깨끗해서 대구에서 자주 걷고 싶은 길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내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대구 도심에서 튤립꽃밭을 만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가로수에 새로 돋아오르는 신록 이파리들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나처럼 사진기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친구와 약속장소는 언제나 서점이다.
서점만큼 시간보내기 좋은 장소가 또 있으랴?
아이들에게 경제에 눈을 뜨게 해주려면 은행출입을 자주 시킬 일이다.
독서를 권하고 싶다면 서점 출입을 시키면 된다.
나는 청년 시절까지 시골에서 보냈기에 볼 책이 없다는 것을 두고 너무 슬퍼했다.
서점에서 친구를 만나 구시가지 구경에 나섰다.
골목탐방을 하기도 했다.
대구에 올때마다 한번씩 들렀던 골목이라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도 볼게 많다.
원래 오늘은 새로 지은 호스텔 구경을 하려고 했었다.
친구가 주인과 조금 아는 사이여서 몇번이나 전화를 드렸지만 불통이었다.
포기하고 아무 골목이나 드나들었다.
<마당깊은 집>은 이야기만 들었지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게 내 독서수준의 한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번씩 아는척을 해댄다.
우습다.
그래서 부끄러울 때도 많다.
나는 박물관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호스텔 구경을 못했으니 그 다음 차선책은 공구거리 산책이다.
잠시 쉬며 원기를 충전한 뒤 천천히 일어섰다.
안내를 맡은 여성의 영어회화실력이 꽤나 유창했다.
부럽다. 나는 알고 있는 문장이나 낱말까지 무더기로 까먹고 있는데 말이다.
이젠 내 영어실력이 전성기의 십분의 일이나 될지 모르겠다.
삽십대 중반까지는 타임이나 뉴스위크같은 시사주간지도 어지간하면 읽어냈는데.....
전성기를 지나고나니 이젠 쇠락할 일만 남았다.
거리도 그렇고 도시도 그러하며 인간의 머리도 같은 수순을 밟아가는듯 하다.
공구거리를 걸었다. 북성로쪽으로는 온갖 공구를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기에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두었던가보다.
삼덕상회는 이제 카페로 쓴다.
그날 친구와 함께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앞에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좋은 장면을 찍어두지 못했다.
거긴 다음에 소개할 생각이다.
북성로 거리에는 온간 물건들이 즐비했다.
이 정도면 전투기 조립도 가능할 것이다.
북성로와 서성로가 마주치는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의 모체가 된 삼성상회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오늘 못보았으니 다음에 기회를 만들면 된다. 친구와 커피 한잔을 나눈후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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