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원교를 건너기 전에 그 형체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다리 길이는 18미터, 돌기둥위에 나무로 만든 단순한 다리다. 하지만 지붕을 얹었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내원교 부근에는 멋진 거리가 있으므로 꼭 한번 걸어볼만하다.
다리는 임진왜란이 벌어진 그 이듬해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건설자금은 일본 무역상인들이 댔다고 전한다.
다리 바로 부근에 투본강이 흐른다.
투본강에서 쪽배를 타고 온 할아버지 한분이 근엄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호이안은 바다 가까운 강가에 만들어진 무역도시라는 말이 된다.
나는 다시 다리로 돌아갔다.
목조다리지만 가운데 부분이 살짝 볼록하도록 만들었다.
다리 가운데 부분에는 자그마한 도교사원이 숨어있다. 등불에 국태 민안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기부함이 나그네의 주머니를 엿보고 있었다.
도교사원 안에서 투본강쪽을 바라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나는 다리를 건너갔다.
옛날 집들이 거리를 따라 이어지는데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장식된 다양한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사진 속에서 한글을 찾아냈다면 눈썰미가 대단한 분이다. 쌀알에 이름을 새겨준다는 말이 아닐까?
거리 이편에서 바라본 다리 입구가 어떤 모습인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호이안 구시가는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나는 이게 어떻게 슬리핑백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 구해오려다가 참았다.
단순한 깔개라면 가지고 다니고 있는데다가, 오리털 슬리핑백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 다닐 때마다 무게 1킬로그램이 채 안되는 가벼운 슬리핑백을 반드시 가지고 다닌다.
거리는 참으로 깨끗했다.
이 젊은 청년들은 무엇을 하는 중이었을까?
내원교너머 거리는 그리 길지도 않았지만 갤러리들이 많았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우붓마을이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붓마을의 이미지를 호이안에서 슬며시 떠올렸다.
예술활동을 사랑하고 장려하는 나라가 문화강국이다. 고급스런 문화강국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어 있다. 그건 프랑스가 이미 증명을 해주었다. 싸구려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싸구려 문화는 천박한 이미지를 던져주어 결국 대중들로부터 멸시를 당할 뿐이다.
이 길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예술감각이 무엇인지를 아는 본능을 지닌듯 하다.
이건 아무나 가지는 감각이 아니다. 양쪽 의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찾아내셨는가?
코코넛 열매 껍질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지 않았더라면 이런 가게에서 한끼 식사를 했을 것이다. Take away는 Take Out과 같은 의미로 쓸 수 있는가보다.
식탁과 의자가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우리 경주에도 이런 가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먹고 마시는 업종도 많아야하지만 고급 문화와 예술을 더 사랑하는 경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호이안은 현지 음식으로도 베트남 안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무역항으로 번성하면서 문화도 함께 꽃피웠던 곳이다. 이런 멋진 도시가 베트남 전쟁중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기적이다.
호이안의 밤은 등롱으로 유명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모습의 등롱은 처음 보는듯 하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가득했다. 그랬다, 여긴 베트남의 우붓이다.
확실히 열대의 짙은 녹음에는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작은 사당들이 숨어있었다.
이 집은 뭘 하는 집이었을까?
내원교너머 서쪽으로 한 백여미터 정도 걸어보았더니 구시가지가 끝나버렸다. 내원교 반대쪽에도 구시가지가 있으므로 그쪽은 천천히 살펴야겠다. 나는 다시 돌아섰다.
입장권을 한번 사면 24시간 동안 유효하다고 한다.
나는 좁은 골목을 지나 투본강가로 나갔다.
골목탐방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곁에서 그대로 지켜볼 수 있기에 특별히 좋아한다.
강가의 건물들은 낡았다. 그러나 아기자기하고 깨끗했다.
골목을 빠져 나왔더니 투본 강가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강물은 더럽고 지저분했다. 이 강이 어제밤에는 그렇게 몽환적으로 여겨졌다는 말이지?
강물의 흐름은 거의 정체되어 있는듯 했다.
조금 더 걸었더니 내원교부근 작은 다리가 나왔다.
내원교가 바로 위에 보인다.
다리 양쪽에 붉게 칠한 구조물이 붙어있는 줄을 아까는 왜 몰랐었지?
연한 파랑색 옷을 걸친 사람들은 인력거꾼인가보다. 쪽배에 근엄하게 앉아있던 영감님은 아직도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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