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건물 벽에는 세월의 때가 가득 묻었다.
태국의 카오산로드처럼 이 거리도 백인들이 점령해나가고 있는듯 하다.
좁게 이어진 골목안에 오토바이가 세워져있었다. 그래도 사람은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시골 기와지붕에는 와송이 붙어산다. 여긴 이끼가 붙어산다.
옷가게에 진열된 몇가지 옷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간결하게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종업원들이 바깥에 내어놓은 대나무 의자위에 걸터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붕 기와에는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길모퉁이의 프랑스식 건물은 잡화점으로 쓰이고 있는듯 하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온 백인 일가족의 옷차림새가 남달랐다.
강물 색이 이럴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겨울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 수 있는 이런 기후대가 너무 좋다. 추위없는 세상에 가서 살 수는 없을까?
다시 강변으로 나왔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럴때 좋다.
난방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곳에서의 집짓기는 물만 새지 않고 뱀이나 벌레만 집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된다.
강물색은 마치 구정물같았다. 오염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오염때문에 물색깔이 이렇게 탁한 색으로 변한게 아닐까? 생활하수가 그냥 강물로 흘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모두들 장사준비로 바빴다.
구멍가게엔 별별 물건들이 다 있다. 코코넛 열매가 바닥에 수북하다.
노란색으로 칠한 벽을 배경으로 옷을 진열해두니 제법 예쁘게 보인다.
파스텔조의 색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들이 지닌 색에 대한 감각도 예사롭지 않은듯 하다.
아무래도 프랑스인들의 영향을 받은듯 했다.
바구니를 막대에 달아 어깨에 맨 여인과 시클로! 확실히 남국다운 풍경이다.
나는 문화박물관에 들어가보았다.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아는데는 문화박물관이 최고니까......
베트남에도 이미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들은 어디에서부터 왔던 사람들일까? 인도에서 말레이반도로 건너온 사람들의 후손일 수도 있겠고 중국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하한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살이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한 것 같다.
근대문물을 도입한 모습도 비슷하다.
나무로 2층 건물을 지어올렸다. 춘하추동을 한자로 써둔 서예작품이 보인다.
누에고치다. 누에치기가 여기서도 활발했던 모양이다. 대나무로 광주리를 만들었다.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싸리나무로 만든 광주리를 많이 보았다.
나는 2층 창가에 기대서서 밑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이 박물관도 양쪽 도로에 출입문을 가지고 있다.
나는 2층 공간을 구경했다. 관람객은 나혼자뿐인듯 하다.
집 한가운데는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구조상으로는 옛날 로마인들의 저택과 비슷한 점도 제법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무슨 연관성이 있을것 같다는 그런 말은 아니다.
식탁의 구조나 음식 차림새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선술집이나 목로주점 비슷하다. 이젠 이런 식의 가구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한쪽 출입구는 투본강쪽으로 나있었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다시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나온 것이다.
의자에 앉아 쉬는데 영어를 굉장히 능숙하게 구사하는 영감이 내옆에 앉았다.
관광유람선을 운영하는데 가능하면 와서 타라는 것이었다.
제안은 고마웠지만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다시 거리 탐방에 나섰다.
아침에 비가 슬쩍 지나가서 그런지 거리는 촉촉했다.
바싹마른 풍경보다 이런 촉촉함과 축축함이 나쁘지는 않다.
들어가보려다가 참았다.
방향을 바꿔 걸었다.
노랑색 벽만 보다가 파란색 벽을 만나니 너무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중화회관이었다. 1741년에 지었단다.
호이안에 진출한 초창기 중국인들의 집합처다.
중국인들의 민족의식은 유별나다. 그들이 단합의 상징이라면 우린 너무 분열을 쉽게 한다는 느낌이 든다. 민족성 탓일까?
정답은 교민들만이 알리라.
일부러 벗어놓았을까? 그랬다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의 짓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고요한 미소를 지었다.
골목에선 웨딩 촬영이 한창이었다. 나는 한번 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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