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교를 왼쪽으로 놓아 두고, 나는 강을 따라 나있는 거리를 걸었다.
어제 오후에 다녀온 바다와 호이안 시가지는 조금 떨어져 있다. 결국 호이안 시가지는 강변의 저지대에 세워진 도시라는 말이 된다.
강에는 작은 배들이 여기저기 정박해있었다.
밤에 보았던 풍경이 몽환적이었다면 낮에 보는 풍경은 정적인 느낌속에 현실이 녹아든 것 같았다.
강변도로 너머로 다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도를 가지고 확인해보니 저 건너편은 안호이 섬이었다.
나는 그냥 거리 이곳저곳을 쏘다녀보기로 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인력거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자세가 느긋했다.
오늘은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그런 확신을 가지고 느긋하게 살아가는듯 했다.
이 작은 배들은 유람선도 되고 어선도 되는 모양이다.
강가에 자리잡은 도시이니 홍수에는 특히 취약할 것이다.
실제로 십몇년전의 대홍수 때는 강물이 지붕까지 차 올랐다고 한다.
강에는 작은 배만 떠 있었던게 아니었다.
모두들 무엇인가를 하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노란색으로 칠했던 건물이 세월의 때를 머금어 시커멓게 변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새 몰려나온 관광객들로 인해 거리가 점점 소란스러워져가고 있었다.
부산스러워지는 분위기에 발맞추어 옛도시가 슬금슬금 깨어나고 있었다.
어떤 배는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건물들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듯 하다. 건물 모습에서 벌써 유럽 냄새가 나지 않는가?
현지인들이 자기들 사는 도시를 호이안으로 불렀다면 외부에 알려진 또 다른 이름은 파이포다. 어떤 이들은 하이포라고 하기도 한다. 하이포는 海浦의 베트남식 발음이라고 전한다.
작은 쪽배에 관광객 두사람을 태운 사공은 능숙한 솜씨로 큰 배 옆을 미끄러지듯이 스쳐 지나갔다.
이 집은 벌써 손님맞을 준비를 끝낸듯 하다.
한쪽은 노란색 집들, 그 앞은 폭이 그리 넓지도 않은 도로, 다시 그 앞은 인도, 그 너머는 강물....
어제 우리가 올라가서 저녁 식사를 했던 배다.
까만 기와밑에 노랗게 칠한 작은 집 대문간에는 빨강과 초록색 등롱을 두줄로 달아내렸다.
지붕 기와 골골마다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대문 위 작은 옥상 공간에는 플라스틱 화분을 얹고 관엽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강변에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집주인에게는 복이리라.
또 다른 배가 레스토랑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짙은 밤색에 노란색으로 띠처럼 칠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빨강과 노랑색 등롱이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있었다.
강변쪽을 걷던 나는 떤끼고가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진기'지만 여기 사람들은 떤끼로 발음하는가보다. 출입문이 두개인 건물이다. 하나는 강변쪽으로 나 있고 하나는 또 다른 도로 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속에는 자잘한 살림살이 도구들이 가득했다. 지금도 실제로 창업주의 7대 후손이 그대로 살고 있다고 하는 집이다.
1700년대에 지어진 고가옥이다.
많은 관람객들이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벽돌로 지은 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뼈대와 지붕은 나무로 처리했다고 하는데.....
내부에는 우물도 마련되어 있는듯 하다.
대륙의 사합원처럼 그런 구조를 가진 집이지만 앞뒤로 길쭉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정도 시설을 갖춘 집이라면 나름대로 이 도시에서는 부와 명성을 자랑하던 가문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강택민(장쩌민)주석도 다녀갔다는 곳이다.
베트남을 방문한 거물들 상당수가 방문한 곳이라니 명소임에는 틀림없다. 태국의 탁신 총리도 다녀갔다는데.... 혹시 그들 조상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다른 도로 쪽으로 나가는 문으로 빠져나갔다.
떤끼고가를 통과했다는 것은 강변에서 한 블록 안쪽 도로로 이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방금 내가 나온 출입문을 재확인했다.
떤끼고가를 나타내는 나무조각품이 벽에 걸려있었다.
거리에는 색색의 등롱들이 가득했다.
하이카페다. 맛있는 커피와 요리를 내는 가게로도 유명하다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혼자였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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