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차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골목에서 자주 마주치는 녀석이다.
우리집에도 한번씩은 슬며시 방문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조용하게 빠져나가는 녀석이다.
얼마전에도 새끼를 낳은 것으로 아는데 모두 다 어미를 닮아 색깔이 비슷했다.
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던 녀석은 세 불리함을 느꼈는지 뒤편 담장으로 뛰어오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신중하게 거리를 측정하는듯 했다.
이윽고는 몸을 웅크렸다.
고양이 몸은 날렵하다. 고양이과 짐승들의 특징은 날렵하다는 것이다. 고양이과의 대표적인 짐승인 호랑이도 결국은 큰 고양이 아니던가?
사뿐하게 담장에 올라앉은 녀석은 다시 나의 반응을 주시했다.
녀석은 나를 째려보았다.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를 쓴 이장희 시인은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라고 했지만 이젠 벚나무 이파리들이 황금고양이털색으로 물들어가는 10월이다. 아! 나는 길고양이를 통해 가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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