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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절경 타테브를 찾아 달렸다

by 깜쌤 2015. 9. 24.

 

노라 방크를 떠나기 전에 눈에 넣어두고 머리에 심어둘 경치가 하나 더 있었다.

 

 

노라 방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모습이었다.

 

 

여기를 또 다시 와 본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길래 뇌라고 하는 기억저장장치속에 더 세밀하게 담아두고 싶었다.

 

 

물이 귀한 건조기후대에서 오리를 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이런 험한 산중에서 오리를 보았으니 내가 느끼는 기분은 참으로 야릇했다.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골짜기의 붉은색 봉우리들과 갈색 산이 이제사 새삼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승용차를 타고 절벽길을 내려오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노라 방크의 교회들과 작별의 눈을 맞추었다.

 

 

자동차는 다시 협곡 사이로 난 길을 달리다가 간선도로를 만나서는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꾸준히 나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타테브(Tatev)다. 바로 아래에 올려둔 지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 우리는 타테브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도에 빨간색 점을 찍어두었는데 제일 위쪽이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을 가리킨다.  중간쯤에 있는 점은 노라 방크의 위치다. 제일 아래에 있는 빨간점이 타테브의 위치를 가리킨다. 지도 아랫부분에 있는 녹색선은 아르메니아와 이란의 국경을 나타낸다.

 

초록색선과 빨간색 두겹으로 그어놓은 영토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인 나히체반이다. 빨간색으로 그어놓은 곳은 아라랏산이고.....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지도를 클릭해보면 된다. 크게 뜰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아르메니아와 이란 국경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르메니아의 최남단 부근까지 가는 것이다.

 

 

대지는 바싹 말라 있었다. 고원지대이니 만큼 산에는 나무들이 적다. 일종의 스텝지역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리저리 골짜기를 달리던 승용차가 드디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도를 슬슬 높여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덕에는 방목하는 양들과 소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원지대 특유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나그네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를 자주 차창에 갖다댔다. 나무 그늘 밑에 양을 데리고 서 있는 청년이 보였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배터리를 4개나 가져왔다. 하나는 카메라 속에 들어있으니 여분은 3개인 셈이다.    

 

 

차창 밖으로는 밀밭과 천연골프장이 이어진다. 어떤 곳은 자갈들이 제법 섞여있기도 했다. 산비탈의 경사도가 거의 없으니 개간만하면 거의 밭으로 쓸 수 있겠다. 

 

 

이리저리 언덕을 감아오르던 차는 마침내 고개마루에 올랐다. 해발고도로 따지자면 거의 3천미터에 육박하는 곳을 넘어간다.

 

 

계절은 밀수확철이었다. 이런 곳이 모두 다 밀밭이라면 이 나라는 식량걱정은 안하고 살아도 되겠다 싶었다.

 

 

다 누렇게 보이는 것 같아도 군데군데 초록으로 물든 곳이 있었다. 거긴 물기가 있는 곳이 틀림없다.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마을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어쩌다가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다른 마을을 만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한시간 이상을 달렸으리라. 운전기사가 주유소에 차를 넣었다.

 

 

우리도 잠시 쉴 시간을 갖게 되었다. 차에 가스를 채우는 동안 우리는 휴게실에 갔다.

 

 

휴게실이라고해봐야 자그마한 단층건물이 전부다.   

 

 

휴게실 분위기를 슬쩍 살펴놓은 뒤 우리는 가스스테이션 인근의 마을을 살피러 갔다. 마을은 농가들 몇채만으로 단출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마을 바깥엔 소 몇마리와 양무리 한 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분홍색 야생화 한무리가 한여름 더위 아래에 청초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갈색으로 변한 대지때문에 보는 내가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었다. 

 

 

바싹 마른 땅바닥에 노란색 꽃이 피어있었다. 처음 보는 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샛노란 색을 띠고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에 피었다가 사라지는 민들레가 고원지대에서는 8월에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얼음과자 몇개를 샀다.

 

 

운전기사에게도 한개를 나누어 주고 러시아 커플에게도 하나씩 안겨주었다. 모두들 고마워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지만 나도 한개를 골라 껍질을 벗기고 먹었다. 나이든 뒤 아이들처럼 먹는 얼음과자는 별미다.

 

 

한 이삼십여분을 쉬고 난 뒤 출발했다.

 

 

땡볕으로 나가기 전에 에어컨 바람을 조금 더 맞아두었다.

 

 

그 동안에도 도로에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차들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저 건물은 무엇일까? 이 나라에서는 공장건물 보기가 힘들었다.

 

 

야생화가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벌을 치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아르메니아와 터키 동부지방의 벌꿀은 품질이 좋기로 소문나있단다.

 

 

제법 큰 마을을 지났다.

 

 

하얀꽃을 피우는 저 식물들은 감자인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같은 풍경에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졸기 시작했다.

 

 

누군가 흔들어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더니 한무리의 소떼가 도로를 건너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길래 눈이 번쩍 떠졌다.

 

 

아직까지 수확하지 아니한 밀밭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멀리 푸른빛으로 감싸인 산봉우리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우리들이 탄 이 차는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마을마다 연결된 쇠파이프가 보이는 것이 궁금했던지 일행 가운데 한분이 기사에게 물어본 결과 그것은 집집마다 공급되는 가스파이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래 지도를 다시 확인해보자.

 

 

 

1 - 코르 비랍

2 - 노라 방크

3 - 타테브

4 - 아제르바이잔 영토인 나히체반

 

정말 멀리까지 내려갔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타테브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안가보았더라면 도리어 후회할뻔 했던 곳이었다.

 

 

마침내 차는 간선도로를 벗어나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뒤 푸른 산을 향하여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깔끔하게 새로지은 우체국 건물이 우리옆을 스쳐나갔다.

 

 

동네 어른들이 나무 그늘에 모여 시간을 죽이고있었다.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산을 보는게 얼마만이던가?

 

 

이 부근일 것이다. 타테브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지는 모르지만 타테브 냄새가 슬슬 풍겨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바깥 경치가 그걸 증명해준다. 참으로 많이 달려왔다. 빨리 차에서 내려 타테브라는 곳을 어서 빨리 보고싶고 만나고 싶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