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층 공간으로 올라가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의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했다.
내부에 별다른 조명시설이 없어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에 의지하여 안을 밝히고 있었다.
돔 아랫면에 뚫린 창을 통해 빛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돔의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웠다. 균형미와 절제미가 돋보였다고나 할까?
벽면을 통해서는 붉은 빛을 띈 메마른 산자락이 예배당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듯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두개의 반원으로 이루어진 창이 만들어내는 균형미도 나그네의 눈길을 끌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건축을 담당한 분의 안목과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예배당을 만든 사람은 13세기에 살았던 모믹(=모미크)이라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바깥이 엄청 뜨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안은 시원했다. 응회암으로 만든 건물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고 한다.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입구에서 아래를 보았더니 작은 건물이 보였다. 작은 예배당 이름이 수르프 카라펫(=카라페트)이다.
이 건물에서 나가면 두번째로 들어가볼 건물이다. 예배당은 절벽에 면한 모습으로 건립되었다.
2층에서 내려온 나는 아래층으로 들어가 보았다.
현지인들이 촛불을 켜두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초는 자기 몸을 희생하는 대신 사방에 빛을 뿌린다. 밀알 하나가 죽어서 더 많은 밀알을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조용하게 무엇인가를 비는 그들의 자세에서 나는 한없는 경건함을 느꼈다.
젊은 엄마와 딸들이리라. 아르메니아 아가씨들은 일찍 결혼한다고 한다. 우리 한국의 아가씨들처럼 서른을 넘기는 경우는 드문것 같았다.
자매의 또랑또랑한 눈동자에서 나는 어린 영혼들의 순수를 느꼈다.
그들의 행동을 통해 괜히 내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두번째 예배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기 1,227년에 처음 지어진 건물로 알려져 있다.
방금 들어갔다가 나온 수루프 아스트바차친 예배당 모습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날씬한 아가씨를 연상케했다.
두 예배당 사이 마당에는 옛날의 우물터가 아니면 지하 감옥이라고 여길 수 있는 구덩이가 있었다.
원래는 교회건물이 한채 더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이들도 2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모두들 조심조심하며 살살 내려오고 있었다.
예배당이 있는 골짜기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골짜기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구글 위성지도를 가지고 살폈더니 앞에 보이는 산너머로 또 하나의 골짜기가 나타나는데 그 산들이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이루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골짜기 바닥을 따라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옆으로 도로가 나있다. 얼마나 한산한지 어쩌다가 차들이 한번 지나가는 정도일뿐이다.
간선도로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려면 약 6킬로미터쯤 된단다. 교통편이 불편하므로 미니버스를 타거나 우리들처럼 택시를 대절하는게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일 것이다.
나는 두번째 건물인 카라페트 예배당으로 가보았다. 1227년경에 지어진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입구 조각들이 아름답기로도 소문난 건물이다.
창문위에 새겨진 조각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아담을 새겨넣은 것이라고 하고, 아래에 보이는 조각은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묘사했다고 한다.
창문 윗부분의 조각을 촬영한 것이다. 하나님을 의인화시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표현을 했는데 성경속에 등장하는 하나님과는 거리가 있다고 봐야한다. 일반인들은 그렇다치더라도 크리스찬 가운데도 하나님의 모습을 두고 저런 형상으로 상상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출입구 위의 조각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조각 속에는 성모와 어린 예수님과 포도, 꽃같은 것이 조각되어 있다.
나는 1층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리 크지도 않고 넓지도 않은 공간이 나타났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공간은 변함없이 확보되어 있었다.
벽면을 장식한 카치카르가 예쁘기만 하다. 바닥을 장식한 조각도 예사롭지 않다. 어쩌면 무덤일지도 모르겠다.
조각 기법과 문양이 얼마나 섬세한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교도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신앙을 지켜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그런 고통은 안봐도 뻔한 일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장 돔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천국의 빛을 연상시킨다. 한무리의 단체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바닥과 가까운 벽면에는 많은 십자가들이 새겨져 있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작은 카치카르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출입구 바로 옆 채플 공간도 아름답긴 마찬가지다. 천장의 채광창 부근이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주변 경관을 살폈다.
우리팀 멤버들이 이제사 2층으로 올라가보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교회 바깥에 한번 더 눈길을 주었다.
한무리의 단체관광객들이 사라지고 나자 주위가 한층 더 조용해졌다.
이제는 우리도 나갈 차례가 된 것 같다.
교회바깥 담쪽으로 포도가 자라고 있었다.
청포도였다. 나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떠올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핍박을 받은 민족들이 느끼는 공감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낮춤한 건물은 화장실이다.
그냥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아까 놓친 경치를 조금만 더 눈에 넣어두고 가기로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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