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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늙은 엄마, 젊은 엄마

by 깜쌤 2015. 5. 8.

 

엄마를 만나기 위해 일찍 출발했습니다.

 

 

엄마가 계시는 곳을 찾아 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좋은 자동차에 선물이라도 가득 싣고 달리면 좋겠지만......

 

 

돈버는 재주라고는 도통 없는 무능한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은 엄마가 한번도 보지못했던 풍경을 눈에 담고 갑니다.

 

 

"엄마! 포항으로 가는 고속철도가 새로 생겼어요."

 

 

"여긴 엄마가 한두번은 따라불렀을 가수 배호씨의 노랫말이 새겨져있는 노래비가 서있어요."

 

 

"노래비 둘레엔 철쭉이 가득피었어요. 진한 다홍빛 철쭉도 있고요, 짙은 분홍색 철쭉도 있어요."

 

 

"이제 저 고개를 넘어가야해요. 엄마! 조금만 기다리면 제가 곧 도착할 거예요. 저도 이젠 힘이 부쳐서 자전거를 끌고 저 고개를 넘어야해요. 올라가는데만 한 삼십분은 족히 걸려요."

 

 

엄마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미리미리 중얼거리며 갑니다.

 

 

막상 만나면 엄마가 내 얘기를 못알아 들을 수도 있고 내가 꼭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산모롱이 굽어 감돌아가간 큰 길 옆에 연분홍 이 피었어요. 산철쭉말이지요. 못먹는 꽃이라고 해서 개꽃이라고 불렀잖아요? 참꽃은 먹을 수 있어요."

 

 

"온 산이 연두색으로 물들었어요. 엄마가 참 좋아하던 색이지 싶어요."

 

 

"이제 영천으로 넘어가요. 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요."

 

 

아들은 엄마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내려갑니다.

 

 

낮은 곳에서는 이미 다 져버린 꽃이지만 높은 곳에 자라는 산벚나무는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인생길이 다 그런것 같습니다. 끝이 분명히 있긴 있는데 그게 정확하게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

 

 

엄마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생각하며 사방을 살폈습니다.

 

 

온천지에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봄은 살아있는 자들에게만 유용합니다.

 

 

저수지 가 버드나무에도 물이 올랐습니다.

 

 

버들가지로 호때기(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날이 엄마에게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다 와가는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엄마는 저기에 삽니다.

 

 

엄마가 저기 살아있다고 여기는 것은 내 마음속의 바램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엄마의 쉼터는 여깁니다.

 

 

아버지곁에 있습니다.

 

 

나도 너무 오래 살아버린 탓인지 모처럼 만난 엄마인데도 반가움에 겨운 눈물이 나질 않았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써 일년이 되어갑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봉투에 지폐몇장 담아 용돈으로 드릴 엄마도 이젠 세상에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못난 아들은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습니다.

 

 

엄마가 해주던 칼국수맛이 왜 그리 그립던지요?

 

 

엄마에 대한 애잔한 사연때문에 이 마을을 한번씩 찾아본다는 제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아이도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몇년전 아이들을 가르칠때 나에게도 엄마가 있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놀라서 눈을 똥그랗게 치켜뜨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너희들 엄마는 젊은 엄마지만 선생님의 엄마는 엄청 늙은 엄마란다. 시골에 계시지."

 

 

늙은 엄마가 젊었을때 고생했던 이야기를 해나가자 어떤 여자아이 얼굴에 맺혔던 눈물방울을 나는 기억합니다. 그 아이는 아마도 엄마의 엄마 생각을 했겠지요.

 

 

초등학교 교정 한모퉁이에 앉아 잠시 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아이도 언젠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식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게되겠지요.

 

 

"엄마!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정말 보고 싶은데..... 이제 어디 가서 찾나요? 어디 가서 찾을 수 있나요?"

 

 

다시 찾아온 봄날, 오늘이 어버이 날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괜히 휑하기만 합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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