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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지난 봄은 화려했다

by 깜쌤 2015. 6. 6.

 

5월만큼 화려하고 산뜻하며 감동적인 계절이 또 있을까싶다.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봄을 사랑한다. 3월보다는 4월이 좋고 4월보다는 5월이 더좋다.  

 

 

5월이 주는 감동은 신록에서 출발한다. 산천에 가득한 연두색의 향연은 산뜻한 잔치처럼 매력적이다.   

 

 

잘 갈아엎은 거름기 가득한 촉촉한 밭흙이 주는 감촉도 마음을 울린다. 나는 그 감촉을 너무 좋아한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지고나서는 흙이 주는 감촉을 잊어버렸다.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주제에 흙이 주는 촉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비극이다. 인간의 비극은 상당수가 흙을 떠난데서 비롯된 것이 많다. 

 

 

겹벚꽃이 꽃망울을 마구 터뜨리던 봄날, 나는 안강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물기 머금은 밭을 갈아엎는 트랙터의 굉음이 음악으로 다가오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찰지고 고운 밭흙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런 밭에는 대파를 심으면 좋을지도 모른다. 호사스런 소리지만 중간 한줄은 노란 유채꽃으로 채웠으면 좋겠다.

 

 

겹벚꽃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놀라운 생명의 아우성이 대기를 가득 채웠다.

 

 

수수한 들꽃도 아름답지만 화려하고 오봉지게 핀 꽃들의 향연도 좋다. 꽃중에 미운 꽃도 있던가?

 

 

남편은 밭을 갈아엎은 뒤 정하게 고르고 있었고 아내는 심어놓은 봄채소를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 부부의 모습을 꽃그늘에 숨어서 살펴본 셈이 되었다.

 

 

나는 자전거에 오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남이 노동하는 장면은 낭만으로 보이지만 막상 내가 하면 들일이 고되다고 하는 사실을 내가 왜 모르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의 고단함을 낭만으로 여기며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행장을 꾸렸다. 그리고는 안강으로 향했다.

 

 

가버린 지난 봄은 정녕 화려했다. 이젠 여름냄새가 가득하다.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을 모르는 자는 봄의 감동을 맛볼 자격조차 없으리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