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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안동식혜를 앞에두고

by 깜쌤 2014. 11. 29.

 

며칠전에 안동식혜를 한통 전해받았다. 평소에 너무도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었기에 전해받고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어머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그 맛을 못볼뻔 했는데 안동출신의 어머니가 계시는 가정에서 담근 안동식혜 한통을 얻었으니 감격하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였다. 식혜면 식혜지 안동식혜라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하고 거부반응부터 먼저 보이지는 말기 바란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이 음식은 식해일까? 식혜일까? 말장난하는 것이 아니다. 식해와 식혜는 엄연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기에 하는 소리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DAUM 국어사전의 풀이를 인용해본다.   

 

 

식해 []  -  생선 토막 내어 소금 흰밥, 고춧가루, 따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

  

 

  사용 예 : 나
여태 밥알 만든 식혜 삭힌 음식 식해 같은 음식 잘못 알고 있었다.

 

 

식혜[] - 쌀밥 엿기름가루 우린 물을 부어 천천히 삭힌 단맛 나도록 만든 음료.    주로 차게 해서 마신다.

 

사용 예 : 어머니
무농약 찹쌀 식혜 만드셨다.

 

 

 

 

식해에는 소금과 생선이 들어가지만 식혜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식혜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감주 혹은 단술로 표현하기도 한다. 식해는 동해안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먹는 음식이고 식혜는 전국적인 분포도를 보이는 음식이다.

 

 

식해와 젓갈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해가 동해안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진다면 젓갈은 서해안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결국 지리와 문화의 차이에서 생긴 것인데 오늘 나는 식혜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안동식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물론 안동 사람들도 우리가 흔히 아는 식해와 식혜를 만들어 먹을 줄 안다.   

 

 

감주, 단술, 식혜는 어지간한 집에서는 다 만들어 먹는다. 사람에 따라 기호의 차이는 있지만 누가 뭐래도 식혜는 차게 해서 먹으면 일품이다. 그런데 식혜는 식혜지만 안동과 의성쪽 일부 지방에서 만들어 먹는 식혜는 맛과 색깔이 다른 지방과는 많이 다르다. 바로 위 사진속의 식혜는 몇년전 안동 탈춤축제 행사장에서 찍은 것이다. 왼쪽은 수수로 만든  안동수수식혜이고 오른쪽은 쌀로 만든 안동식혜다.  

 

 

안동음식이라고 해서 뭐 별다른게 있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양반문화에 젖은 동네여서 그런지 사실 여러 모로 다른 특색이 있다. 안동 음식은 제사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 제법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헛제사밥이다. 종가가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각 가문마다 전해지는 특유의 음식과 상차림도 있다. 나는 그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함부로 예를 들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안동식혜를 먹어왔다. 식혜라고 하면 무와 생강과 고추가루가 들어가서 붉은 빛이 감도는 안동식혜가 전부인줄 알고 살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부터 감주라고 하는 것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내 눈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술(감주, 식혜)이 그렇게 신기하게 비쳐졌던 것이다.  

 

 

명절날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소반에 지짐붙이 몇점과 돔배기와 막걸리 정도를 내놓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식혜를 만들어두었다면 그런 식혜도 손님대접용으로 내었던것 같다. 크고 나서는 매콤하면서도 약간은 새콤한 맛이 감도는 안동식혜가 그렇게 그리워졌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을때는 시골에 가서 한번씩 얻어먹기도 했는데 나는그 맛을 잊지못하고 살았다.  

 

 

고추가루를 쓰지 않는 담백한 제사음식이나 맵고 짜지 않는 일반적인 상차림과는 다르게 안동식혜 속에는 생강과 고추가루와 무가 많이 들어가므로 제법 자극적인 맛이 스며들어 있다. 잘익은 무를 씹을 때 느껴지는 아삭아삭한 맛은 일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뭐 이런 음식이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안동식혜를 한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생강으로 만든 편강을 처음 입에 넣는 순간에 느끼는 맛과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강편강에서 느끼는 단맛이 없다.  

 

 

안동 부근이 친정인 어떤 분이 청소년기에 우리집 부근에 사셨다. 그 분은 안동식혜를 아주 잘 만드셨다. 손맛이 일품이어서 그런지 그 아주머니가 만든 그 안동식혜는 그렇게 내 입맛에 맞았다. 그분이 안동으로 이사를 가버린뒤 나는 그 맛을 입안에 간직하고만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안동식혜 한통을 얻었던 것인데 나는 그 식혜를 냉장고 속에 곱게 넣어두고 식사후에 꺼내서 조금씩 덜어먹었다. 아내는 입에 잘 대지도 않았지만 나는 한꺼번에 다 먹기가 너무너무 아까워서 조금씩 아껴가며 덜어먹었다.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고 음식솜씨가 아주 좋은 어떤 분이 만들어서 보내주신 것이기에 간직해두고 슬슬 아껴먹었던 것이다. 오늘 이 공간을 빌어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러나저러나 안동지방 특산 음식물인 건진국수는 언제 맛을 보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올 겨울에는 별 수없이 안동에 한번 올라가봐야 할 것 같다. 안동건진국수는 은어로 육수를 내었다는데 이제는 안동에서 은어를 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귀해졌으니 이를 어쩐다?

 

 

아, 참! 팁 한가지! 아무래도 안동식혜는 바깥날씨가 몹시 차가운 날, 표면에 살얼음이 살짝 얼도록 웃목에 간직해두었다가 속이 출출할때 먹는 그맛이 좋다. 입안이 화끈거리면서도 뒤통수가 알싸하도록 당겨지는 그 맛! 어쩌면 그렇게 먹는 것이 백미일 수도 있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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