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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좋은 세상 만들기 To Make Better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

by 깜쌤 2013. 10. 18.

 

내 취미생활가운데 가장 큰 영역은 아무래도 배낭여행이다. 돈이 많아서 여행을 다닌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며 헤매고 다녔다. 낯설고 물설은 나라에서 온갖 황당한 상황을 다 맞이하며 낙망하고 실망하기도 하였는데 그때마다 위안이 되어준 것은 현지인들의 작은 친절이었다. 친절! 사람살이에서 친절이 없다면 얼마나 메마른 삶을 엮어나가야할까?

 

 

10월 12일 토요일, 모처럼 주말에 시간이 났다. 그전 두 주일간은 토요일마다 영어말하기대회의 사회를 봐야했었기에 꼼짝없이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나는 시내에서 양동민속마을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불고기단지로 명성이 나있는 천북면 화산의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운곡서원에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운곡서원 인근에는 원두막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찻집이 있다.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는 분으로부터 점심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시내까지 돌아가기에는 시간도 촉박할뿐 아니라 일정 자체가 모두 망가질 가능성이 있었기에 양동민속마을 인근골짜기인 인동마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인동마을 안쪽에는 "인동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은 카페가 있다. 그곳에 두서너번 가본 기억이 있는터라 거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집의 떡만두국과 칼국수가 입맛에 맞았기에 간단히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지만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약속시간 10분이었는데 만날 장소를 변경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 전에 다시 한번 더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장소를 재확인했던터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장소를 바꾸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오래 타기도 했으니 몸이 너무 무거웠다. 내기억으로는 이 골짜기 안에 다른 음식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약속장소를 향해 벌써 출발한 분에게 다시 전화를 할 수도 없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얼굴을 본 뒤 새로 장소를 정해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카페 마당을 서성거렸다.  

 

 

바로 그때 주인아주머니께서 카페문을 열기 위해서 나오셨다가 나를 보셨다. 가게문이 닫혀있길래 돌아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고 했더니 이제 카페를 열려고 나오는 길이었고 식사는 그만둔지가 제법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나가 해결되니 다른 하나의 문제가 또 발생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마당에 내어놓은 의자에 앉기를 권하셨다. 그러더니 차를 한잔 대접해주시겠다는 것이었다. 사양을 했지만 기어이 커피를 내려오셨다.

 

 

커피 한잔과 떡 4조각, 그리고 마구 쏟아지는 따뜻한 가을햇살과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카페마당을 풍성하게 채웠다. 

 

  

곧이어 만나기로 약속햇던 손님이 도착을 하셨다. 우리는 마당에 내어놓은 탁자위에 차려진 작은 음식을 배부르게 즐겼다. 커피를 드시지 못하는 손님에게는 주인아주머니께서 따로 매실즙을 내어주셨다.

 

 

댓가를 바라지 않는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주고나서 주인아주머니는 꽃에 물을 주어야한다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더니 이내 자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마음씀씀이가 고맙기만 했다. 아주머니 덕분에 손님과 나는 잠시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인동골짜기안에 멋진 칼국수집이 있다며 다른 음식점의 위치를 자세하게 가르쳐주셨다. 그 덕분으로 손님과 나는 점심까지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말벌 한마리가 시럽의 설탕 성분을 탐내어 불청객으로 찾아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가 베풀어주는 작은 친절이 말벌 한마리가 월동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받은 친절은 되돌려주어야 하는 법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미물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이 글을 통해 주인 아주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카페가 더욱 더 번창하기를 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