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팸투어의 둘째날이 밝았다. 어제 저녁, 고래고기로 저녁을 먹은뒤 우리는 진하 마리나리조트에 여장을 풀었었다.
방은 크고 넓고 깨끗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분들은 명선도에 가서 아침일출을 보았지만 나는 여기가 두번째인지라 조금 더 쉬기로 했었다. 하지만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아침은 국밥이었다.
나는 음식을 가려먹지 않으니 주는대로 다 맛있게 먹는다.
어렸을때 굶었던 날이 많았었기에 나는 아직도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다. 싹싹 비우는 것이다.
리조트 앞에는 솔숲이 있었다. 식사후 다시 버스를 타고 간절곶으로 갔다.
겨울철이면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곳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포항의 호미곶 일출이 더 빠르지만 겨울철에는 해가 남쪽으로 치우져 뜨게되므로 간절곶 일출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울산광역시에서 간절곶 주위 정비를 잘해두어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다. 두번째 왔으면서도 결국 등대에 올라가보지 않은 것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해가 구름속을 들락거릴때마다 바다에는 은물결이 반짝거렸다.
울산부근 바다여서 그런지 수평선과 평행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화물선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언덕위에 우뜍솟은 등대가 하얀 거인처럼 여겨졌다.
햇살이 스며들자 주위가 환해지며 침침하던 색상이 밝아졌다.
억새가 바닷바람에 하늘거렸다.
블로거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사진찍기에 바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간절곶 소망우체통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저번에 한번 포스팅한적이 있기에 주소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한다.
간절곶 등대부근에서 드라마하우스로 걸어보는 것은 멋진 경험에 속한다.
여기서 너무 얼쩡거린것 같아 빨리 여길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나는 바닷가에 애절하게 피어난 해국 몇송이에 그만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눈길을 돌려보니 여기저기에 제법 많은 해국들이 숨어있었다.
도톰한 이파리들을 가득달고서 잡초틈에 숨어 보라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수평선 멀리 눈길을 주고있는 모녀상의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마자 내가 흘러보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보내버린 세월을 조금씩은 그리워하리라.
바닷가로 삐져나온 방파제 너머 중화학공업단지의 높은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조금씩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이젠 오염도시로 악명을 날렸던 옛날의 울산이 아니다.
공기뿐만 아니라 바다도 강도 엄청 깨끗해지고 맑아졌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턱 놓을 단계까지는 아닌것 같다.
조금만 넋을 놓으면 언제든지 오염도시의 불명예를 다시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어야 하리라.
이제 울산의 상징은 고래다. 고속철도 울산역에도 커다란 고래 상징물이 있다.
조형물들의 배치가 참 아름다웠다.
조각품들을 요모조모 뜯어봐도 전혀 천하지 않았다.
세련된 기분이 들었다. 간절곶 풍광이 제법 아름다웠다.
나는 드라마하우스쪽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바닷가에 빨간날개를 가진 하얀 풍차가 나타났다.
그 맞은 편 방파제끝에는 빨간 등대가 보였다.
아기자기한 풍광이었다.
유럽의 어느 해안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덕에 설치한 조형물 하나하나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에 쫒기는지라 애써 참았다.
조형물과 억새와 빨간 풍차......
그리고 푸른 바다! 울산 간절곶의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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