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이 쓴 해양소설 <흰고래 모비딕 - 우리나라에서는 백경(白鯨)이라고 번역하기도 했다>의 명성은 워낙 자자해서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그 제목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우리들 생활주변에 깊숙하게 파고들어와있다. 그런데 스타벅스와 멜빌의 소설 <백경>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소설 <모비 딕(=백경)>에는 일등항해사가 한명 등장한다. 대양을 누비고 다니는 배니까 당연히 배를 모는 항해사가 있어야 하는데 항해사 이름이 스타벅(Starbuck)이다. 그는 커피를 좋아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이름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스타벅스는 미국 서부해안의 시애틀에서 시작되었다. 창업주는 캐나다의 밴쿠버와 함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도시인 시애틀과 관련있는 이름을 찾다가 시애틀 근처의 레이니어 산에 있었다는 스타보(Starbo)광산 발음이 스타벅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스타벅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야기가 이리저리 돌아나간 감이 있는데 울산고래특구에 걸맞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해본 소리다. 단순히 건물이나 고래쇼만 보여준다고 해서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는다. 설혹 몰려온다고 해도 감동없이 돌아가버리고 만다. 그런 관광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고래와 관련된 소설이나 시를 찾아내고 지역사회에 흘러다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아낸다면 더 효과적이다. 스토리텔링을 도입하지 않은 관광은 의미가 없다. 지금은 멋진 영화와 소설 한편이 마을과 도시와 국가를 먹여살릴 수 있는 시대다. <모비 딕>에 등장하는 에이헙(Ahab)선장같은 집념을 지닌 인물이 장생포에도 살지 않았을까?
고래생태체험관에 입장했다. 터널처럼 생긴 곳을 통과해서 이층으로 올라가도록 되어있었는데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옆과 위가 온통 바닷물이다.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가 보였는데 그 녀석이 바로 돌고래쇼의 주인공들이었다. 얘들은 울산시에서 발급한 주민등록증도 가지고있단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돌고래쇼의 규모나 재미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은 세상사람들의 생각과 사고의 흐름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야생에서 잡아온 고래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라는 압력이 거세어지고 있는 세상이 된것이다. 쇼를 하기 전에 등장하는 고래의 고향이 어디인지를 밝혀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단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태어났을 경우에 말이다.
공연장에 들어섰더니 초등학교 아이들이 질러대는 함성이 가득했다. 고함소리가 가득하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여기 참가한 아이들 모두가 잠재적인 고객이다.
위의 사진은 그리스 앞바다 에게해에 길게 떠 있는 크레타 섬에서 찍은 사진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나 신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황소의 머리를 한 인간 미노타우로스(Minotauros)와 영웅 테세우스, 그리고 테세우스를 사랑한 아리아드네 공주의 전설이 묻어있는 미궁(迷宮) 현장에서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기에 여행을 했기에 필름을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어 올렸다. 그래서 사진이 흐릿하다. 황소뿔을 형상화한 조각품 하나가 이 장소가 지닌 깊은 의미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미궁에는 너무나 유명한 돌고래 그림이 등장한다. 아득한 옛날, 크레타 섬에 살았던 사람들과 돌고래는 어떤 관계였을까? 이런 벽화를 보면 고래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랑 블루>라는 멋진 해양영화가 한때 굉장한 인기를 끌었었다. 내 서재에도<그랑 블루> 영화 포스터가 한장 있는데 그 영화 속에 멋진 돌고래가 등장하는 것이다. 잘만든 영화 한편이나 멋진 소설이 가지는 위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범고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있었다. <프리 윌리>다.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멋진 영화였다. 하지만 범고래가 모든 고래들에게는 킬러 역할을 한다는 사실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자.
울산에는 세계최초의 고래사냥 기록이 있는 반구대암각화가 남아있다. 반구대와 고래잡이 흔적이 남아있는 항구로서의 장생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고래보호운동을 주제로 하는 멋진 스토리를 더 알차게 개발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아이들이 질러대는 환성을 들으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쇼가 끝난 뒤 나는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참으로 앞뒤가 안맞게도 오늘 저녁 메뉴는 고래고기다. 뒤가 캥겼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을 보면 내가 지극히 속물적인 간교한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장생포 항구에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생태체험관으로 들어가는 연인들이 보였다. 뒷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장생포의 고래잡이는 완전 사양길이다. 이제는 고래 보호운동에 눈을 뜰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와카아먀현 타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현장의 만행을 부각시켜줄 필요가 있다.
다큐멘타리영화 <코브 The Cove)는 고래에 관한 일본의 이중인격적인 면을 기록한 영화다. 왜인들의 고래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과 이중성을 멋지게 기록한 다큐멘타리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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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때문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는 점을 우습게 여기면 안된다.
울산이 고래에 관한한 한국을 대표하는 주자인만큼 앞서나가는 선견지명과 혜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울산 장생포에 가면 고래고기를 먹을 수있다는 식으로 인식을 주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울산에서 판매되는 고래고기는 어쩌다가 그물에 걸려들어 생명을 잃은 불쌍한 고래들을 합법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포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한 행정제재 조치와 함께 형사적인 처벌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래를 이미지화 하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꽤 세밀한 주의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매표소 부근에는 고래와 인간의 친밀성을 강조한 아름다운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 해가 제법 넘어갔다.
따지고보면 오늘 하루 일정도 제법 길었다.
울산의 고래문화광장이 있는 고래문화특구에 한번쯤 가보는 것이 어떨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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